오렌지 세알 처음에 나는 대참사가 일어난 줄만 알았다. 지진과 화재와 폭우가 그 도시를 무참히 유린한 것만 같았다. 호텔들은 무너지고, 불에 타거나, 홍수에 떠내려가고 없었다. 구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 무렵, 나는 인도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유산으로 일컬어지는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기차..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20
바보와 현자 스와미 아난다는 바보였다. 누구나 그걸 알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 풍겨나는 것이 그가 바보라는 걸 잘 말해주었다. 발육이 정지된 저능아는 아니었지만, 왠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성격 또한 농담을 모르고 심각해서 걸핏하면 화를 냈다. 그것 때문에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20
피리 부는 노인 “집에는 아이들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먹을 거는 없고, 아내는 작년에 죽었지요.” 피리 하나만 팔아달라고 통사정을 하면서 노인은 가정 사정을 늘어놓았다. 어딜 가나 듣는 얘기였다. 워낙 인도의 피리 음악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잠깐 기웃거렸을 뿐이지 사실 그가 가진 형편없는 대..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9
갠지스 식당 나는 저녁마다 그 집에 가서 남인도 음식인 마실라 도사이와 차 한 잔을 사 먹었다. 바라나시 화장터로 가는 네거리에서 서쪽으로 20미터쯤 가면 대로변에 허름한 식당이 있었다. 간판도 없었다. 그냥 다들 그곳을 <갠지스 식당>이라고 불렀다. 테이블은 다섯 개뿐이고, 주방도 없이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9
영혼의 푸른 버스 라니켓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초만원이었다. 각양각색의 인도인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차 있었다. 10루피(300원)짜리 싸구려 사리 입은 여자와 머리에 터번을 쓴 남자와 오렌지색 누더기를 걸친 수도승이 한 무리로 뒤엉켰다. 그 틈새를 비집고 차장이 차비 안 내고 숨은 사람을 찾아..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7
쉬 인도 대륙을 내 집처럼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병이 나서 호텔방에 쓰러졌다. 이국땅에서 병이 나면 말할 수 없이 두렵고, 외롭고, 아프다. 몸도 아프고 영혼도 아프다. 인도를 장기간 여행하다 보면 온갖 병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물이다. 오염된 물은 먼저 손톱 주위나 항문에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7
성자와 나비 인생에서 때로 자신이 바람의 방향을 잘못 탄 거미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기가 걷고 있는 길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인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20대 중반이 넘었을 때 나는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소위 영적인 추구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런 끝에 결국 인도까지 오게 됐으나, 나는..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6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 버스가 어찌나 만원인지 그대로 있다간 질식할 것만 같았다. 더구나 일자 콧수염 기른 인도 남자와 코걸이를 두 개씩이나 한 아줌마가 바로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더 숨 쉬기가 어려웠다. 이럴 때는 차라리 버스 지붕에 앉아서가는 편이 더 낫다. 그래서 버스가 차이 스톱(차를 마..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6
음악회장에서 우연히 쑤닐을 만난 것은 점심을 먹으려고 찾아 들어간 뭄바이의 어느 노천 식당에서였다. 쑤닐은 인도의 타악기 타블라를 발아래 내려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옆 테이블에 앉은 나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그와 인도 음악에 대한 얘길 나누게 되었다. 쑤닐..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5
코코넛 열 개 코코넛 물이 마시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코코넛 파는 리어카가 없었다. 인도 여행에서 물은 필수품이라지만 세포 구석구석까지 여행자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아무래도 코코넛 열매를 따를 수 없다. 열매꼭지를 칼로 툭 쳐내면 그 안에 어떤 청량음료보다도 시원한 물이 꽉 차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