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김왕노 눈물 / 김왕노 슬프지 않는데도 눈물이 났다 오늘도 났고 어제도 났다 슬프지 않는데도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날수록 세상이 흐릿하다 어제도 흐렸고 오늘도 흐리다 슬프지 않는데도 글쎄 눈물이 한밤중에도 대낮에도 슬프지 않는데도 눈물이 났다 눈물이 줄줄 났다 새는 노래하고 가로수 .. #시/영상시 2012.11.05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3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3 나호열 가만히 다가서고 싶다 참았던 눈물 터지듯 이별의 편지를 쓰다 말고 문득 눈 마주치는 가을 숲 키 큰 나무 그동안 너무 많은 길과 뿌리지 않은 씨앗의 텅 빈 열매를 찾았던 수고로움 고개 숙이니 마음의 빈 터 가득한데 버리지 못하겠다고 가슴 .. #시/영상시 2012.11.05
달, 달 달을 보며/한용운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웠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굴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력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굴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 #시/영상시 2012.11.05
낙엽에게 묻는다. / 박 시교 Cherry Hill / Linda Gentille 가을 엽서 박 시교 낙엽에게 묻는다. 진실로 이별하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어찌 이 가을뿐 이겠느냐고 가장 아픈 순간의 눈물 한 방울이 어찌 그대로 생의 마침표가 되어야만 하느냐고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아, 허전한 사랑.. #시/영상시 2012.11.05
깊이 묻다 / 김사인 깊이 묻다 / 김사인 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날선 조선낫 하나씩 숨어 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 #시/영상시 2012.11.05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 / 이용악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 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 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 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방울도 받지 .. #시/영상시 2012.11.05
사는게 맵다 / 김낙필 사는게 맵다 / 김낙필 죄가 많다 그래서 기다릴 사람 없고 늘 혼자다 죄가 깊디 깊다 혼자 사는일이 능숙하다는 걸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독선이다 주위 사람을 무시하는 몹쓸 행태 독립군이 아니라 역마살 낀 행려병자에 가깝다 기다릴 사람 없이 기다리느라 한 세월이 갔다 그리고 또 .. #시/영상시 2012.11.05
시詩 1 / 홍윤숙( 시집 `그 소식` ) 시 1 / 홍윤숙 사는 일도 죽는 일도 내 뜻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힘에 의해 살려지고 죽어가는 황폐한 지상의 돌밭에서 날마다 부질없는 노고의 집 짓느라 땀 흘리며 보이지 않는 무지개 쫓아 나만의 장미 한 송이 찾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걷고 걸어 밤을 지새우던 무한세월 목.. #시/영상시 2012.11.05
가을은 / 유종인 (시집 : 얼굴을 더듬다) 가을은 / 유종인 전생(前生)의 빚쟁이들이 소낙비로 다녀간 뒤 내 빚이 무엇인가 두꺼비에 물어보면 이놈은 소름만 키워서 잠든 돌에 비게질이다 단풍은 매일 조금씩 구간(舊刊)에서 신간(新刊)으로 한 몸을 여러 몸으로 물불을 갈마드는데 이 몸은 어느 춤에 홀려 병든 피를 씻기려나 추.. #시/영상시 2012.11.05
저녁 / 이준관 저녁 / 이준관 연기가 오른다. 그러나 나무보다 더 높이 오르지 못한 연기들은 그만 내려와 어스름 저녁이 된다. 그 저녁을 아이들은 와와 몰고 가지만 저녁은 슬그머니 빠져 나와 어머니의 고달픈 주름살과 함께 닭장으로 부엌으로 김치독으로 부지런히 옮겨 다닌다. 그러다 아이들이 돌.. #시/영상시 201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