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나비 / 홍성란 가랑잎나비 / 홍성란 사람은 두고 마음만 사랑할 수 있을까 널 사랑한 게 아니라 네 마음을 사랑했다고 가을도 다 지난 산언덕 가끔 지는 가랑잎 널 보내고 네 마음 다시 그립다고 먼 파도소리처럼 살 비비는 가랑잎 떼와 오백년 그 너머 가인 (歌人)에게 말해줘도 좋을까 장미,그리고 바.. #시/영상시 2012.11.23
날벌레의 시 ......... 문정희 날벌레의 시 문정희 나는 한번도 사랑을 이겨본 적이 없다 씨앗처럼 온 몸을 던질 뿐이다 그때마다 불꽃일 뿐이다 허공을 사랑한 것일까 아무것도 없는 벽 돌진하는 순간 한 방울 야성의 핏방울이 전부다 그것이 너에게 주는 나의 전부다 #시/영상시 2012.11.22
낡은 집. 북쪽 / 이용악 낡은 집 /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엔 아직 초.. #시/영상시 2012.11.22
입맞춤, 혹은 상처 /강인한 입맞춤, 혹은 상처 / 강인한 나는 확신한다 이 느닷없는 입맞춤이 나에게 상처가 되리라는 것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는 너를 가만히 끌어올리고 한 개의 작은 달걀을 두 손으로 감싸듯이 플루토에서 온 이 얼굴을 바라본다 스무 살 성처녀, 네 머리칼에서 희미하게 라일락 향기가 떠돌.. #시/영상시 2012.11.22
사랑의 깊이를 알고 싶다면 사랑의 깊이를 알고 싶다면 / 단 사랑의 깊이를 알고 싶다면 상처의 깊이를 재어야한다 의미 없는 것들은 마음속에 고이지 못한다 흘려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 둔 아픔은 사랑보다 더한 사랑의 흔적이다 사랑은 혼자 남겨지지 않고 상처와 함께 당신 안에 고인다 사랑의 깊이를 알.. #시/영상시 2012.11.22
사랑니 / 정 양(鄭洋) Nucanchinan / 황혼 사랑니 / 정 양(鄭洋) 어쩌자고 늙발에 사랑니가 난다 새로 나는 게 아니고 숨어 있던게 드러나는갑다고 치과의사는 잠시 어이없고 나는 뭘 들킨 것처럼 욱씬거리는 것도 계면쩍다 가슴에 묻어 둔 눈물이 하늘에 별처럼 글썽거리는 밤도 있었거니 숨기고 감추고 묻어주어.. #시/영상시 2012.11.22
사람의 일 ......... 천양희 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이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 #시/영상시 2012.11.22
사랑 / 박시교 박항률 그림 / 김진영 노래 사랑 / 박시교 네 살 속 혹은 영혼 속 깊이 깊이 숨어 들어 애초에 우리 하나의 목숨이 있었음을 마침 확인하는 순간의 푸른 전율 오, 사랑 해일보다 더 힘차고 아뜩한 절망. #시/영상시 2012.11.22
독법(讀法) / 박 시 교 제목: 미인도 / 以堂 김은호作 규격: 143x57.5 연도: 1935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독법(讀法) / 박 시 교 산이라 써놓고 높다라고 읽는다 하늘이라 써놓고 드높다라고 읽는다 한 사람 그 이름 써놓고 되뇌는 말 .... 그립다 Kate St John / Notti senza Amore(한없는 사랑) #시/영상시 2012.11.22
그리운 사람 / 박정만 그리운 사람 / 박정만 그리움이여, 그립고 서럽다. 사람 사는 일에 큰 산 하나를 대어 그리움 없어지면 산을 볼 일이다. 그러나 이 땅의 일 없어지면 하나의 큰 길과 숲을 사랑하시고 이 세상의 먹구름도 부단히 살펴보시라. 꿈 없는 꿈 가운데 나를 버리지 말고 저문 저자거리에 눈물로 나.. #시/영상시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