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공양 / 이상국 국수 공양 / 이상국 동서울터미널 늦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이천원을 시주하고 한 그릇의 국수 공양(供養)을 받았다 가다꾸리가 풀어진 국숫발이 지렁이처럼 굵었다 그러나 나는 그 힘으로 심야버스에 몸을 앉히고 천릿길 영(嶺)을 넘어 동해까지 갈 것이다 오늘밤에도 어딘가 가야 하는 .. #시/영상시 2012.11.20
여자 그리고... 황금비율의 여자 / 안효희 죽을 때까지 거울을 닦으며 거대한 궁전을 꿈꾸는 너는 여자다 쿠프왕이 피라미드를 세우듯 3.14원주율과 1.618 황금비율을 계산한다 오리온자리 세 별에 맞추어 천체天體 창을 내고 커튼을 단다 뾰족한 집 아래 둥글게 묻힐 때까지 긴 머리카락 흩날리며 하얀 손.. #시/영상시 2012.11.13
내 안의 당신 / 김영재 金曲 석창우 作 내 안의 당신 김영재 강을 건넜으면 나룻배를 버려야 하듯 당신을 만났으니 나를 버려야 했습니다 내 안에 자리한 당신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Romance For Clara / Andre Rieu #시/영상시 2012.11.13
무서운 일 / 허홍구 무서운 일 / 허홍구 쌔임(선생님)요 / 와 (왜) 결혼하면 마누라하고 꼭 같이 자야합니꺼? / 빌어먹을 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놈아 ! 와, 같이 자는 게 싫은 기가 아니면 겁이 나나 그 기 아니고요 피곤할 때는 혼자 자는 게 훨씬 편한데.... 그리고 여름엔 디기 더울텐데 / 미친놈, 잠만 잘.. #시/영상시 2012.11.13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노래 / 최승자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노래 최승자 떠날까요 떠날까요 바람은 묻는데 그 여자는 창가에서 울고 있었다. 떠날까요 떠날까요 파도는 묻는데 그 여자는 천천히 허공에 눕고 있었다. 파도치는 바람 한 자락으로 눕고 있었다. (허공에 그녀를 방임해 놓은 사랑의 저 무서운 손! ) Too Late (늦게 .. #시/영상시 2012.11.13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류근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류 근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버린다 친구여 나는 시가 오지 않는 강의실에서 당대의 승차권을 기다리다 세월 버리고 더러는 술집과 실패한 사랑 사이에서 몸도 미래도 조금은 버렸다 비 내리는 밤 당나귀처럼 돌아와 엎드린 슬픔 뒤.. #시/영상시 2012.11.13
눈물 ......... 나호열 눈물 나호열 길에도 허방다리가 있고 나락도 있다고 하여 고개 숙이고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눈물은 꽃 지고 잎 지고 나서야 익을대로 익는 씨앗처럼 고개를 숙여야 숨을 죽였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다고 꿈에서나 배웠을까 문득 내가 한 자리에 멈추.. #시/영상시 2012.11.05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아다지오 칸타빌레 나호열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넘어졌다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 돼 그리고 나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 돼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 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 #시/영상시 2012.11.05
그리움은 끝이 없다. / 문인수 Twilight At The River Side (강가의 노을) / T.S. Nam 그리움은 끝이 없다. / 문인수 그리운 대상이 그 무엇이든 그것이 그리움 그 자체는 아니다. 그리움이란 그저 애타는 지향이요, 그 목마른 과정이다. 그리움은 벙어리다. 통화하는 사이사이에도 자주 끼어드는 침묵, 그리움은 다만 그렇게 마음.. #시/영상시 2012.11.05
물음 ....... 천양희 물음 천양희 세 번이나 이혼한 마거릿 미드에게 기자들이 왜 또 이혼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되물었다 "당신들은 그것만 기억하나 내가 세번이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은 묻지 않고" 시 쓰는 어려움을 말한 루이스에게 독자들이 왜 하필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가 되물었다 ".. #시/영상시 201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