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다시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먼 길을 돌아 벼랑 앞에 선 사람아 아느냐, 험한 비탈 비스듬히 발목을 묻은 나무들의 올곧은 마음을 왜 서로 기대지 않고 왜 서로 어루만지지 않고 왜 서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멈추어 서 있기로 하였는지 묶였다 풀려지는 바람 같은 그 손.. #시/영상시 2012.10.17
배부르다 / 전태련 배부르다 그 남자, 고객이란 미명 아래 그여자의 머리 위에 분사한 생트집과 욕설의 난분분, 그는 어디에서 많이 힘들었는가. 그래서 소주 몇 잔의 힘을 빌리고 싶었는지.. 욕설의 과녁을 빗나갔지만 그는 누구에게든 자신의 울분을 토해낼 하수구가 필요한 모양이라고. 밥을 먹지 않아도.. #시/영상시 2012.10.17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가슴에 유서를 품고 살던 날들이 있었다 지지리도 못나서 나는 네 창가의 시클라멘도 네 가슴의 장미도 되지 못해서 석 달도 넘게 우체부가 오지 않은 가문 날 연애도 혁명도 먼먼 날 잡풀 우거진 언덕에서 나를 재운 것은 스물세 알의 아달린이었으나 풀잎 이슬로 깨워 나를 다시 일으켜.. #시/영상시 2012.10.17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Iliko Kandaveli 作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生이란 그저 神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 앉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 .. #시/영상시 2012.10.17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 함민복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함민복 여보시오___누구시유___ 예, 저예요___ 누구시유, 누구시유___ 아들, 막내아들___ 잘 안 들려유___ 잘. 저라구요, 민보기___ 예, 잘 안 들려유___ 몸은 괜찮으세요___ 당최 안 들려서___ 어머니___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___ 두 내우 다 그러니까 이따 .. #시/영상시 2012.10.17
목숨의 노래 / 문정희 목숨의 노래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Anna Razumovskaya 'Alegria' #시/영상시 2012.10.17
단풍, 혹은 가슴앓이 / 이민우 단풍, 혹은 가슴앓이 가슴앓이를 하는 게야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대낮부터 낮 술에 취할 리가 없지 삭이지 못한 가슴 속 붉은 반점 석양으로 타오르다 마침내 마침내 노을이 되었구나 활활 타올라라 마지막 한 잎까지 아쉬워 아쉬워 고개 떨구기엔 가을의 눈빛이 너무 뜨겁다 . . . 詩 /.. #시/영상시 2012.10.17
어둠 속에서 / 황인숙 이미배 어둠 속에서 황인숙 나는 어둠 속에서 춤출 수도 있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노래할 수도, 무엇을 먹을 수도 있다. 나는 어둠 속에서 걸을 수도 있고 양치질을 할 수도 있고 세수도, 얼굴 마사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나는 거울을 볼 수 없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 #시/영상시 2012.10.17
당신의 단추 /문정희 당신의 단추 문정희 당신의 단추는 신호등처럼 많다 열어도 열어도 난해한 숨결이다 사방에 나풀거리는 차가운 물방울들 혹은 동굴처럼 깊은 당신의 계단 당신이 열리는 날은 언제일까 하늘이 감추어둔 뜨거운 사랑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 날은 붉은 심장이 석류알처럼 한꺼번에 열리는 .. #시/영상시 2012.10.17
그대 나의 정인(情人)아 / 碧波 金哲鎭 With You / Ernesto Cortazar 그대 나의 정인(情人)아 / 碧波 金哲鎭 전생(前生)에 구름과 바람으로 스쳐갔던 그대 나의 정인(情人)아 이승에서는 우리 눈빛 불꽃으로 마주쳤으니 겁(劫)을 두고도 못 다 사른 선연(善緣) 바다처럼 깊은 밤 사모(思慕)의 정(情) 주체 못 하여 뜨거운 울음 목젖을 적실 .. #시/영상시 201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