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언부언의 날들 / 강연호 중언부언의 날들 / 강연호 잘 지내고 있지? 설마 외로운 건 아닐 테고 옷깃만 스치는 날들이 지나가서 나는 이윽고 담배를 끊었다 산 입에 거미줄을 치며 침묵이 깊었다 침묵이 불편해지는 관계는 오래 가기 힘든 법이다 번번이 먼저 연락하게 만든다며, 이번에도 졌다고 너는 칭얼거렸다.. #시/영상시 2012.07.19
봉선화(鳳仙花) / 김상옥 봉선화(鳳仙花) / 김상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 #시/영상시 2012.07.19
육교 ( 肉交 ) - 여자는 그믐이다 / 안현미 육교 ( 肉交 ) / 안현미 낙타의 쌍혹 같은 사내의 고환을 타고 달도 없는 밤을 건넌다 육교(肉交) 새벽은 멀다 수상한 골목 검은 구두 발자국 소리 누군가 지나가고 있다 50촉 백열등 불빛처럼 신음소리 새어나간다 정작, 불온한 것은 그립다는 것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건 흔적을 부정하기 .. #시/영상시 2012.07.19
번짐의 기적 ㅡ 수묵 정원 9 ㅡ 번짐 ........ 장석남 수묵 정원 ㅡ 번짐 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 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 #시/영상시 2012.07.02
가슴이 아름다운 사람 / 소암스님 가슴이 아름다운 사람 글 / 소암스님 가슴이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아름다움을 보면 감동할 줄 알고 글썽이는 눈물을 보면 슬퍼할 줄 알고, 불의를 보면 분연히 떨칠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라면... 茶 마시고 詩 읊고 한 오백생 같이 살면서 피와 .. #시/영상시 2012.07.02
‘너에게’ / 최승자 [현대시 100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가장 단순하고 근원적인 전언은 '네가 왔으면 좋겠다'이다. 이 투명한 욕망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치명적이다'. 네가 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치명적이거나, 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너의 부재가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거나, 그런 이유로 네가 오.. #시/영상시 2012.07.02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사진 : 문근식 시인. ‘길에서 그리운 이름을 부르다’ 수필집에서 우리 오빠와 화로 /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던 영남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 #시/영상시 2012.07.02
발다로의 연인들 / 강인한 발다로의 연인들 / 강인한 독화살이 심장을 파고들어 마침내 숨을 끊은 콸콸 더운 피를 끄집어낸 곳, 여기쯤인가 부러진 뼈 한 도막 몇 날 몇 밤의 증오를 순순히 받아들인 곳 피는 굳고, 벌들이 찾던 꽃향기는 언제 희미해진 것일까 부릅뜬 눈으로 빨아들인 마지막 빛은 사랑하는 이여 당.. #시/영상시 2012.07.02
눈물 / 오탁번 눈물 / 오탁번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던 나이가 그러한 맹랑한 자유가 흔하디 흔한 눈물만일 줄 알았다 쓸데없는 배설인 줄만 알았다 어젯밤 사랑하는 여자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도 울 수 없었을때 툭툭털며 그냥저냥 일어섰을 때 눈물이 숨기고 있던 크나큰 자유를 순수를 알았다 .. #시/영상시 2012.07.02
밥냄새 / 오탁번 밥냄새 / 오탁번 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가다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밥 먹이고 가.. #시/영상시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