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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 최승자 [현대시 100년]

경호... 2012. 7. 2. 02:56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가장 단순하고 근원적인 전언은 '네가 왔으면 좋겠다'이다.

이 투명한 욕망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치명적이다'.

네가 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치명적이거나,

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너의 부재가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거나, 그런 이유로 네가 오지 않거나….

당신을 호출하기 위해서 나는 무언가를 보여 주어야 하고, 무언가를 팔아야만 한다.

이 세계에서 나는 '쇼윈도'에 갇힌 존재이다.

그런데 나는 '목숨'밖에 팔 것이 없다.

'네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는 고백은 아픈 비명에 속한다.

'죽은 왕의 초상' 같은 박제된 내 모가지만으로 사랑을 호출할 수는 없다.

죽은 왕의 초상은 사라진 권력에 대한 조소의 대상일 뿐, 연민조차 자아내지 못할 테니.

아무것도 팔 것이 없는 내 헐벗은 사랑은,

그러나 텅 빈 쇼윈도에서 너를 아직도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만이 가난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나는 치명적이다'라는 고백은 어느새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라는 타자들의 진단이 되고,

두터운 풍문이 된다.

사랑의 불가능성이야말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역설적인, 가장 치명적인 동인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남루한 고백이 '너에게' 가닿기는 하는 것일까?

이미 신화가 되어 버린 최승자 시의 위악과 마조히즘은,

이 불모의 세계 속에서 사랑의 근원적인 비극성을 예리한 육체의 실감으로 드러낸다.



이광호 평론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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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저키즘   :  masochism, 마조히즘, 피학성향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게 하여 성애(性愛)의 충족을 이루고자 하는 성심리 장애이다.
이 용어는 오스트리아 작가 슈발리에 레오폴트 폰 자허 마조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매를 맞고 굴복당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에 대해 광범위한 저술을 펴냈다. 매저키즘과 관련된 고통의
 정도는 약간의 폭행을 수반하는 의례적 모욕으로부터 심한 채찍질이나 구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피학성향자(매저키스트)들은 어느 정도의 상황통제력이 있기 때문에
학대가 지나쳐 심한 상처를 입는 경우는 드물다.
 
일반 사람에게도 고통이 어느 정도 성적 흥분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피학성향자들에게는 고통이 성적
행위의 주된 목표가 된다.
이 용어는 모욕이나 학대상황을 추구하고 즐기는 사람의 행동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매저키즘만 독립된 특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보통은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성적 쾌락을 얻는 새디즘을 결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즉 한 사람이 고통을 경험함으로써 흥분상태가 되기도 하고 역할을 바꾸어서 고통을 가함으로써
흥분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새디즘

가학성음란증이라고도 함.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충동을 만족시키는 이상(異常) 성심리.
 
이 용어는 19세기말에 독일의 심리학자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 에빙이 18세기 프랑스의 귀족 사드 후작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말로, 사드는 이런 자신의 행위를 기록으로 남겼다.
새디즘은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으로 자극받는 매저키즘과 연관되는데, 많은 사람은 이 2가지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디스트는 매저키스트가 아닌 대상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상대방이 꺼려해야 성적 흥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디즘적 폭력의 정도와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사랑의 유희에서 볼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고통을 주는
것에서부터 때로 심각한 부상이나 죽음에까지도 이르게 하는 극단적이고 잔인한 행위까지 포함한다.
 
새디스트는 실제로 상대방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보다는 정신적인 고통을 줌으로써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성적 충동이 폭력의 정도를 어느 정도 억제하기는 하지만, 공격적 충동이 우세한 경우 새디스트는 자신의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새디즘은 일부 폭력범죄 특히 강간과 살인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새디즘이란 말은 성적 상황과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구는 사람을 가리키거나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창피를 주고 그를 압도하는 데서 기쁨을 찾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쓰인다.
 
 이런 맥락에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빈정거림을 대화의 도구로 쓰는 것과 같은
가벼운 형태의 새디즘은 사회의 용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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