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면 / 복효근 어떤 외면 / 복효근(1962~ )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 잃어버린 시간 #시/영상시 2012.07.02
가시 ... 남상우 가시 ... 남상우 물고기는 제 몸 속에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 #시/영상시 2012.07.02
달 속에 우는 님을 보다 달과 항아리 / 김환기 作 1954년 달 속에 우는 님을 보다 / 梅蘭堂 푸른달 눈자위가 슬프다 내 가만히 가슴에 안고서 먼 옛날, 도공이였을 적 빚다만 달 항아리 아픈 기억 반추된 설움에 목이 메인다 내, 품에서 비껴나간 달 새벽 다 되도록 까만 산 위에 앉아 눈시울 붉도록 서러운 님 보듬.. #시/영상시 2012.07.02
무지개 / 이홍섭 무지개 / 이홍섭 서산 너머에서 밤새 운 자 누구인가 아침 일찍 무지개가 떴네 슬픔이 저리도 둥글 수 있다면 내 낡은 옷가지 서넛 걸어놓고 산 너머 당신을 만나러 갈 수 있겠다 아픔이 저리도 봉긋할 수 있다면 분홍빛 당신의 가슴에 내 지친 머리를 파묻을 수 있겠다 서산에 뜬 무지개.. #시/영상시 2012.07.01
바닥 /박성우 바닥 [박성우]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 #시/영상시 2012.07.01
날 좀 때려주오 /박상주 * 格外仙堂 (격외선당) / 최소리 암자에 홀로 앉아 / 박상주 날 좀 때려주오 천년고찰 범종 치듯 안으로 다져놓은 전탑(塼塔)언어 청태(靑苔)눈물 빈 골짝 다 쏟아 붓고 나비 되어 가련다 金曲석창우 作 #시/영상시 2012.07.01
틈,사이 / 복효근 박항률 作 凝視 틈,사이 / 복효근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길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시/영상시 2012.07.01
크리티컬 블루, 재즈 학교 ........... 류근 크리티컬 블루, 재즈 학교 류근 오늘 밤 나의 파티에 오시겠어요? 구름과 불과 장미로 빚은 술이 있고 푸른 벽 귀퉁이에서 얼마든지 기타와 마리화나를 청할 수도 있어요 불안은 천장에 매달아 둔 등불처럼 밤과 우리들의 어깨를 어루만지겠지요 밀고자가 없다면 좀더 오랫동안 평화로울.. #시/영상시 2012.07.0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 #시/영상시 2012.07.01
착한 밥 / 문숙 착한 밥 / 문숙 저는 이제 단순하게 요리됩니다 당신의 밥이 되는 시간도 지극히 짧아졌습니다 길게 뜸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윤리의식으로 포장돼 아직은 순수합니다 모성애가 강해서 찰기가 넘치고 신토불이 정서를 지녀 희고 담백합니다 먹기 작전 속살이 보일 듯 말듯 살짝만 벗기시.. #시/영상시 201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