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시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기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시/詩 2007.10.23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 안개 속에 숨다 시 :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 #시/詩 2007.10.23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우리가눈발이라면 허공에서쭈빗쭈빗흩날리는 진눈깨비는되지말자 세상이바람불고춥고어둡다해도 사람이사는마을 가장낮은곳으로 따뜻한함박눈이되어내리자 우리가눈발이라면 잠못든이의창문가에서는 편지가되고 그이의깊고붉은상처위에돋는 새살이되자 #시/詩 2007.10.06
피아노/마광수 피아노/마광수 나의님은맨살위에보디메이크업(bodymakeup)하는걸좋아했지 그래서벌거벗은몸뚱어리가더현란하게보였지 어느날그녀는젖가슴언저리에피아노건반을그렸어 흑과백의콘트라스트가그어떤브래지어보다멋있었어 그래서나는열심히피아노를쳤지 내긴손가락으로,내긴혓바닥으로. 내가건반을.. #시/詩 2007.10.06
사랑의 슬픔/마광수 사랑의 슬픔/마광수 오내사랑,넌내가팔베개해주는걸좋아했지 내팔에안겨새근새근잠들곤했지 처음에난그저행복하기만했어 곱게잠든네얼굴에키스하며온밤을새웠어 오내사랑,제발기억해다오 내가아픔을참고매일밤팔베개를해줬다는걸 하지만난결국팔에신경통이생겨 더이상팔베개를해줄수가없었.. #시/詩 2007.10.06
오르가슴/마광수 오르가슴/마광수 너와나사이의육체의경계선을도저히구분할수없게됐을때 우리의육체는마치비누방울이나솜사탕처럼가벼워진다 그리고중력이있든없든무게가거의실리지않는상태로 허공을부유(浮遊)하고있는먼지들처럼도된다 우리두사람의유체(幽體)가육체로부터이탈이라도해버린듯 나의넋과너.. #시/詩 2007.10.06
서글픈 사랑/마광수 서글픈 사랑/마광수 안만나고있을때는잘도서는데 미치도록그리워하고있을때는잘도서는데 막상너를만나사랑을할라치면 그놈이말을들어주지않는다 야한네모습을상상하며자위행위를할때는잘도서는데 네가직접발가벗고내품에안겨 상냥하게물고빨고할퀴고뜯고해줘도 도무지안선다말을들어주지않.. #시/詩 2007.10.06
연인들의 이야기/마광수 연인들의 이야기/마광수 내사타구니에얼굴을묻고서네가말한다 어젯밤에는빨간색잉크병을엎지르는꿈을꿨어요 네사타구니에얼굴을묻고서내가대답한다 네속눈썹은빨간색이더어울리는지몰라 내사타구니에얼굴을묻고서네가말한다 그잉크병엔하늘색장미한송이가꽂혀있었어요 네사타구니에얼굴을.. #시/詩 2007.10.06
입맞춤/마광수 입맞춤/마광수 나의얼굴이돌연너의얼굴쪽으로무게를쏟는다.내얼굴과네얼굴이겹쳐지며너는눈을감는다. 너의입술이천천히열리고나의혀가꽤힘있게안으로들어간다.조심스럽게내혀를음미하던네가나의무게에눌려뒤로쓰러지려하자내손이너의손을받친다.내혓바닥이너의구강내부를이리저리휘젓고다.. #시/詩 2007.10.06
음란한 시/마광수 음란한 시/마광수 음란한입술로키스하고음란한혓바닥으로핥고음란한페니스로음란한질을자극하면서음란한말을중얼거리며음란한사랑을나누다보면어느새음란한새벽이음란한여명으로다가와우리의음란한육신을비추고있고거리의음란한소음이들려와음란한기분을잡치게만든다. #시/詩 2007.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