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 시 : 류시화 바다에 섬이 있다 섬 안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고 섬 안의 섬 그 안의 더 많은 바다 그리고 더 많은 섬들 그 중심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 꿈을 꾸었고 꿈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또 굼꾸었다 꿈속의 꿈 그리고 그 안의 더 많은 잠 더 많은 꿈들 #시/詩 2007.11.03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시 : 류시화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여기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는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 있.. #시/詩 2007.10.23
시월 새벽/류시화 시월 새벽 시 : 류시화 1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야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2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통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 #시/詩 2007.10.23
붉은 잎/류시화 붉은 잎 시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불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 #시/詩 2007.10.23
소금인형/류시화 소금인형 시 :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시/詩 2007.10.23
세월/류시화 세월 시 :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 #시/詩 2007.10.23
목련/류시화 목련 시 :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었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 #시/詩 2007.10.23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 : 류시화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 #시/詩 2007.10.23
잊었는가 우리가/류시화 잊었는가 우리가 시 : 류시화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 저물던 세상.. #시/詩 2007.10.23
민들레/류시화 민들레 시 :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셔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 #시/詩 200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