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 피천득 후회 / 피천득 산길이 호젓다고 바래다 준 달 세워 놓고 문 닫기 어렵다거늘 나비같이 비에 젖어 찾아온 그를 잘 가라 한 마디로 보내었느니.. #시/詩 2012.01.31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 나무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 #시/詩 2012.01.31
방생放生 외 / 이갑수 방생放生 / 이갑수 한 번이라도 오줌 누어 본 이라면 실감하면서 동의하리라 내가 화장실의 안팎을 구별하여 주면 오줌은 내 몸의 안팎을 분별하여 준다 따지고 보면 그게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 어떤 때 나는 소변 쏟다 말고 쉬면서 잠깐 오줌붓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콜라.. #시/詩 2012.01.31
[이갑수] 소문 소 문 이갑수 왕성한 소문이 웅장한 건물에서 나와 웅성한 사람들 속으로 흘러들었다 우스운 것들이 실은 무서운 것들이야 쥐 한 마리가 태산을 흔드는 것을 보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귓속으로 들어가서는 대단한 일이 되어 입으로 나왔다 이빨은 고드름같이 자라서 사람들 가.. #시/詩 2012.01.31
[권정일] 검정 구두 검정 구두 권정일 이제 너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가 되었다 너는 나를 끌고 내 행선지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 수상한 데를 둘러볼 때나 깡통을 걷어찰 때나 음악에 맞춰 까딱까딱 흥겨울 때도 노련하게 내 표정에 밑줄을 그어주었다 까치발을 세우고 남자를 훔쳐 볼 때도 가지런히 .. #시/詩 2012.01.31
이사/김나영 이사 / 김나영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 #시/詩 2012.01.31
'문득'이라는 말/박창기 ‘문득’이라는 말/ 박창기 ‘문득’이라는 말 나 참 좋아한다 삶의 어느 한 순간 침체된 영혼의 채찍으로 날아드는 활력소 같은 그 말 건망증이 심한 내게 이것이야말로 생명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리운 그 무엇이 느닷없이 살아나서는 벌침 쏘듯이 생기를 불어 넣는다 ‘아! .. #시/詩 2012.01.31
이갑수 이갑수 시인의 시 5편 이갑수 시인 1959년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1991년 제1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시집 <신은 망했다> <현대적> 자연과학 전공자라는 학력 때문에 민음사에 픽업돼 '92년부터 과학전문 출판기획자로 활동함... #시/詩 2012.01.31
이갑수 시인의 시 5편 이갑수 시인의 시 5편 이갑수 시인 1959년 경남 거창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1991년 제1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시집 <신은 망했다> <현대적> 자연과학 전공자라는 학력 때문에 민음사에 픽업돼 '92년부터 과학전문 출판기획자로 활동함... #시/詩 2012.01.31
두부고(豆腐考) 두부고(豆腐考) 이만섭 저 무른 것이 반듯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 연골 사이 서로 엉켜있는 살들은 대견하다 애초에 두부를 만든 사람은 아마 먹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음식의 법도를 세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콩으로도 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 가운데 조리법을 애써 고안하다.. #시/詩 201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