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문득'이라는 말/박창기

경호... 2012. 1. 31. 05:32

 

 

‘문득’이라는 말/ 박창기


‘문득’이라는 말

나 참 좋아한다

삶의 어느 한 순간

침체된 영혼의 채찍으로 날아드는

활력소 같은 그 말

건망증이 심한 내게

이것이야말로 생명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리운 그 무엇이

느닷없이 살아나서는

벌침 쏘듯이 생기를 불어 넣는다

‘아! 그래’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

내 몸에 번져가는

저 기쁨의 엔도르핀 같은

기특하지 않은가


- 시집 <마음꽃을 걸다/2009,도서출판 그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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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참 좋아한다는 말

‘문득’은 어느 순간 갑자기 느닷없이 예기치 않게 와락 정수리를 후려치며 떠오르는 상황을 말한다.

 그것은 길을 가다 문득, 커피를 마시다 문득, 남의 시를 읽다가 문득 찾아온다.

 문득 생각나고 보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앨범 속 사진처럼 다시 걸어 들어가 마주 치고 싶은 그리운 순간일 수도 있다. (시하늘 4막님의 글중에서)

 

큰 계획없이 떠난 여행길에서도 문득...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친구들은 잘 있겠지...

누군가는 날 기억할까?...하는

새롭게 만나지는 경치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문득 떠오른다.

 

문득...

짧은 단어 하나로 마음을 대신 할 때도 있다.

백운산 계곡 바위 위에 누워서 바라본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사이로

문득...떠오르는 그리움들...

가슴이 찡해오는 아픔일 때도 있고

혼자 키득키득 웃음을 삼기는 즐거운 한 장면이 구름 사이로 지나간다.

 

긴 여름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계획없이...여행을 떠났다.

마음 통하는 부부와 함께..하루는 우리 둘이...

 

대관령 옛길을 지나 그림같은 양떼목장을 구경하고

발길 닿는 대로 지나다 춘천막국수도 먹고

철지난 해수욕장에서  잠시 쉬다가

사람 냄새나는 어시장에서 오징어도 사고도

시간이 남아서 소금강에서 발 담그고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떠난 강원도에서 시간 보내기를 연습한 셈이다

다시 주문진 교우 횟집에서

자연산 우럭회를 먹고...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

남들 2박 3일 정도 떠날 여행을 하루만에 다 하고 왔나보다.

 

다음 날은 둘이서 포천으로 향했다.

남편 친구를 만나러 포천을 가기로 했었는데

 DJ 국상으로 바빠서

우리 둘만의 휴식같은 여행이 되었다

강원도 소금강보다 더 깨끗하고

물이 맑은 백운산 계곡에서 작은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물놀이도 하고...책도 보고...낮잠도 한숨자고..

그리고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 찾아간

편강식물원에서 아름다운 꽃구경도 하고

오랫만에  석양빛의 산정호수를 천천히 걸었다.

물 위에  산그리메가 내려앉은 호숫가를....

산정호수에 남겨진 추억들을 떠올리며

손을 잡고 삼십년전 데이트를 한셈이다

 

조용한 휴가 중에 문득 그대들이 생각났지만

궁금해도 ....묻어두고

이렇게 월요일 아침에 시작하려고

나를 위한...시간만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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