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이갑수] 소문

경호... 2012. 1. 31. 23:49

소 문

 

이갑수

 

 

왕성한 소문이

웅장한 건물에서 나와

웅성한 사람들 속으로 흘러들었다

 

우스운 것들이 실은

무서운 것들이야

 

쥐 한 마리가 태산을 흔드는 것을 보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귓속으로 들어가서는

대단한 일이 되어 입으로 나왔다

 

이빨은 고드름같이 자라서

사람들 가슴을 할퀴곤 돌아다녔다

 

저지른 바가 있는지

제지하는 이 아무도 없었다

 

상처는 흉터로 남고

사람들은 흉가에 남았다

 

그림자 없는 소문들 앞에서

그림자 있는 것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전미정 에세이『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예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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