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문
이갑수
왕성한 소문이
웅장한 건물에서 나와
웅성한 사람들 속으로 흘러들었다
우스운 것들이 실은
무서운 것들이야
쥐 한 마리가 태산을 흔드는 것을 보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귓속으로 들어가서는
대단한 일이 되어 입으로 나왔다
이빨은 고드름같이 자라서
사람들 가슴을 할퀴곤 돌아다녔다
저지른 바가 있는지
제지하는 이 아무도 없었다
상처는 흉터로 남고
사람들은 흉가에 남았다
그림자 없는 소문들 앞에서
그림자 있는 것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전미정 에세이『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예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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