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도 그들처럼 / 침묵 / 손 外 - 백무산 나도 그들처럼 /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 #시/詩 2012.04.28
나의 아나키스트여 / 박시교 나의 아나키스트여 / 박시교 누가 또 먼 길 떠날 채비 하는가보다 들녘에 옷깃 여밀 바람 솔기 풀어놓고 연습이 필요했던 삶까지도 모두 놓아 버리고 내 壽衣엔 기필코 주머니를 달 것이다 빈손이 허전하면 거기 깊이 찔러넣고 조금은 거드름피우며 느릿느릿 가리라 일회용 아닌 여정이 .. #시/詩 2012.04.28
그 / 박철 그 박 철 내 안의 그는 누구냐 책상 옆 벽에는 "어느덧 나도 그의 나이가 되었다"라고 적힌 아주 작은 주홍빛 쪽지가 몇년째 붙어 있다 아마 언젠가 스쳐가는 단상의 꼬리를 놓치기 아쉬워 그렇게 적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은 그 쪽지 속의 그가 누구인지 영 기억이 나질 않.. #시/詩 2012.04.28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천양희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에 가지들이 휘어진다 새가 울었을 뿐인데 숲이 다 흔들 한다 알을 깨고 한 세계가 터지려나보다 너는 알지 몰라 태어나려는 자는 무엇을 펼쳐서 한 세계를 받는다는 것 두근거리는 두려움이 너의 세계라는 것 생각해야 되겠.. #시/詩 2012.04.28
매미 / 윤제린 매미 윤제린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 대체 누굴까,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 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계간『시와미학』(2011, 가을 창간호) #시/詩 2012.04.28
자화상 / 임영조 자화상 임영조 어느덧 사십 년 지나 골동품 다 돼가는 자물통 하나 묵비권을 행사하듯 자물통 하나 묵비권을 행사하듯 늘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뜻 맞는 상대와 내통하면 언제든 찰칵! 꼭꼭 잠가둔 마음을 푼다 천성이 너무 솔직하고 순진해 안 보여도 좋을 속까지 모조리 내보이.. #시/詩 2012.04.28
고故 법장 스님과의 추억 - 박만진 주머니에 말유 그저 ! 배찻잎 그득그득 느 가지구 대처大處에 가서 실컨 한 번 써 봤으면 낼 죽어두 원이 웂겠슈 스님! 고故 법장 스님과의 추억 박만진 스님! 날씨두 찌는디 증말 고생이 많으슈 지가 싸게 몬지 점 쓸 테니께 말래에 잠깐 앉었다가 가슈 스님들은 츰부 터 뭍 괴기를 뭇 .. #시/詩 2012.04.28
나무의 철학 외/조병화 나무의 철학 -조병화(1921~2003)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추 억 잊.. #시/詩 2012.04.27
빈집 기형도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시/詩 2012.04.27
인연설 인연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에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헤.. #시/詩 201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