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임영조
어느덧 사십 년 지나
골동품 다 돼가는 자물통 하나
묵비권을 행사하듯 자물통 하나
묵비권을 행사하듯 늘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뜻 맞는 상대와 내통하면
언제든 찰칵!
꼭꼭 잠가둔 마음을 푼다
천성이 너무 솔직하고 순진해
안 보여도 좋을 속까지
모조리 내보이는 자물통 하나
가슴속엔 싸늘한 뇌관을 품고
보수냐? 개혁이냐?
목하 고민 중인 자물통 하나
남의 집 문고리에 매달려
알게 모르게 녹슬고 있다.
-임영조 시전집『그대에게 가는 길 1(제3시집)』(천년의 시작,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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