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말유 그저 ! 배찻잎 그득그득 느 가지구 대처大處에
가서 실컨 한 번 써 봤으면 낼 죽어두 원이 웂겠슈 스님!
고故 법장 스님과의 추억
박만진
스님! 날씨두 찌는디 증말 고생이 많으슈 지가 싸게 몬지
점 쓸 테니께 말래에 잠깐 앉었다가 가슈 스님들은 츰부
터 뭍 괴기를 뭇 드시기는 헤두 추어탕은 뭍 괴기가 아니
니께 괜찮을규 밀국수를 늫구 후딱 끓이구 있으니께 한
그릇 긔눈 감추듯이 자시구 가셔야 헤유 젤 츰에는 미꾸
리가 미끄럽다구 허여 미끌이라 불렸을규 아마 지 말이
틀림웂을 거구먼유 아직 뙤약볕인디두 저기, 우리 집 배
차 싹 점 봐유 그럭저럭 잘 돋어나구 있쥬? 그런디 말유,
사람들은 워째 만 원짜리 둔을 보구 배찻잎이라구덜 허
는지 이응 물르겠슈 서울말루는 호주머니라구 허지만 우
덜 사는 스산에서는 호랑이라구두 허구 글랑이라구두 허
구 봉창이라구두 허는디유 깜냥껏 알어들으면 됫지 아무
렇게나 불르면 워떻대유 그류, 호주머니 말씨 줄여 주머
니에 말유 그저 ! 배찻잎 그득그득 느 가지구 대처大處에
가서 실컨 한 번 써 봤으면 낼 죽어두 원이 웂겠슈 스님!
자다가 웬 봉창 뜯는 소리냐구유? 스님들은 숫제 욕심이
웂으니께 가사 장삼에 주머니가 웂쥬만 푸른 하늘 아래
높구두 크신 수덕사 대웅전 부처님을 봉양허실려면은 입
두 웂구 밑두 웂는 바랑은 있어야쥬 담어두 담어두 넘치
지 않는 자루 같은 큰 주머니 말이유
한국시인협회엮음『방언시집 요엄창 큰 비바리야 냉바리야』서정시학. 2007. 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