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 식당 나는 저녁마다 그 집에 가서 남인도 음식인 마실라 도사이와 차 한 잔을 사 먹었다. 바라나시 화장터로 가는 네거리에서 서쪽으로 20미터쯤 가면 대로변에 허름한 식당이 있었다. 간판도 없었다. 그냥 다들 그곳을 <갠지스 식당>이라고 불렀다. 테이블은 다섯 개뿐이고, 주방도 없이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9
영혼의 푸른 버스 라니켓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초만원이었다. 각양각색의 인도인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차 있었다. 10루피(300원)짜리 싸구려 사리 입은 여자와 머리에 터번을 쓴 남자와 오렌지색 누더기를 걸친 수도승이 한 무리로 뒤엉켰다. 그 틈새를 비집고 차장이 차비 안 내고 숨은 사람을 찾아..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7
쉬 인도 대륙을 내 집처럼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병이 나서 호텔방에 쓰러졌다. 이국땅에서 병이 나면 말할 수 없이 두렵고, 외롭고, 아프다. 몸도 아프고 영혼도 아프다. 인도를 장기간 여행하다 보면 온갖 병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물이다. 오염된 물은 먼저 손톱 주위나 항문에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7
성자와 나비 인생에서 때로 자신이 바람의 방향을 잘못 탄 거미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기가 걷고 있는 길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인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20대 중반이 넘었을 때 나는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소위 영적인 추구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런 끝에 결국 인도까지 오게 됐으나, 나는..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6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 버스가 어찌나 만원인지 그대로 있다간 질식할 것만 같았다. 더구나 일자 콧수염 기른 인도 남자와 코걸이를 두 개씩이나 한 아줌마가 바로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더 숨 쉬기가 어려웠다. 이럴 때는 차라리 버스 지붕에 앉아서가는 편이 더 낫다. 그래서 버스가 차이 스톱(차를 마..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6
음악회장에서 우연히 쑤닐을 만난 것은 점심을 먹으려고 찾아 들어간 뭄바이의 어느 노천 식당에서였다. 쑤닐은 인도의 타악기 타블라를 발아래 내려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옆 테이블에 앉은 나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그와 인도 음악에 대한 얘길 나누게 되었다. 쑤닐..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5
코코넛 열 개 코코넛 물이 마시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코코넛 파는 리어카가 없었다. 인도 여행에서 물은 필수품이라지만 세포 구석구석까지 여행자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아무래도 코코넛 열매를 따를 수 없다. 열매꼭지를 칼로 툭 쳐내면 그 안에 어떤 청량음료보다도 시원한 물이 꽉 차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5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오, 이제야 왔군! 20년 동안이나 가다렸는데 드디어 나타났어!” 누가 소리치며 반가워하길래 뒤돌아보니 코브라 지팡이를 든 늙은 구루가 아는 체를 했다. 그는 헤어진 연인이라도 만난 양 반갑게 어깨를 껴안으며 말을 걸었다. “난 언제나 그대를 불렀지 바로 곁에서 말야. 그런데 그..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3
아름다운 도둑 여름비가 퍼붓는 날이면 비시누가 생각난다. 그리고 비시누를 생각하면 보리수나무들 위로 억수같이 퍼붓던 인도의 장마비가 생각난다. 그 장마비 속으로 비시누는 맨발을 하고서 뛰어다니곤 했다. 길바닥에 흠이 패일 정도로 빗방울은 굵기만 했다. 아대륙인도에 우기가 찾아오면 그렇..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3
세 가지 만트라 산모퉁이를 돌자 만년설을 뒤집어 쓴 설산 히말라야가 아이맥스 영화처럼 거대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아래 납작바위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요기(요가 수행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은 지그시 감겨 있고,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두 손은 허공중에 .. [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200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