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댁 / 김정숙 우도댁 / 김정숙 다단조로 내리던 게릴라성 폭우도 멎은 성산포와 우도사이 감청색 바닷길에 부르튼 뒤축을 끌며 도항선이 멀어져. 이 섬에도 저 섬에도 다리 뻗고 오르지 못해 선잠을 자다가도 붉게 일어나는 아침 어떻게 흘러온 길을, 제 무릎만 치는고. 눈 뜨면 부서지는 것쯤 타고난 .. #시/영상시 2015.07.13
만찬(晩餐) / 함민복 전완식 作 만찬(晩餐) / 함민복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Luna Llena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Los Tres Diamantes #시/영상시 2015.07.13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만큼 확실한 .. #시/영상시 2015.07.13
앵화 / 무산(霧山)조오현 Cok Uzaklarda / Nilufer 앵화 / 무산(霧山) 조오현 어린 날 내 이름은 개똥밭의 개살구나무 벌 나비 질탕한 봄도 꽃인 줄 모르다가 담 넘어 순이 가던 날 피 붉은 줄 알았네 #시/영상시 2015.07.13
村 夜 (시골의 밤) 백거이(白居易) 村 夜 백거이(白居易) <시골의 밤> 霜草蒼蒼蟲切切 상초창창충절절 서리 맞은 풀 무성하고 벌레소리 애절한데 村南村北行人絶 촌남촌북행인절 남쪽마을 북쪽마을 행인 발길 끊어졌네 獨出門前望野田 독출문전망야전 홀로 문 앞에 나와 들판을 바라보니 月明蕎麥花如雪 월명교맥화.. #시/漢詩및 시조 2015.07.10
性 / 김수영 性 / 김수영 그것하고 와서 첫 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 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 #시/영상시 2015.07.09
팬티와 빤쓰/ 손현숙 팬티와 빤쓰 / 손현숙 외출을 할 때는 뱀이 허물을 벗듯 우선 빤쓰부터 벗어야 한다 고무줄이 약간 늘어나 불편하지만, 편안하지만, 그래서 빤쓰지만 땡땡이 물무늬 빤쓰 집구석용 푸르댕댕 빤쓰는 벗어버리고 레이스팬티로 갈아입어야 한다 앙증맞고 맛있는 꽃무늬팬티 두 다리에 살살 .. #시/영상시 2015.07.09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 공혜경 낭송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시/낭송시 2015.07.09
참스승/ 목필균 참스승/ 목필균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이 - 시집『꽃의 결별』(오감도, 2003년) ............................................................................ 27년 전 민간항공사에 근무할 때 뉴.. #시/영상시 2015.07.09
행복론/ 최영미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 #시/영상시 201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