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 양주동 . 조선의 맥박(脈搏) 나는 이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 양주동 이 나랏 사람은 마음이 그의 옷보다 희고 술과 노래를 그의 아내와 같이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착하고 겸손하고 꿈 많고 웃음 많으나 힘없고 피없는 이 나랏 사람 아아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이 나랏 사람은 마.. #시/영상시 2013.02.17
이별 연습.....문병란 이별 연습 / 문병란 갑자기 헤어지면 눈물이 날지 몰라 우린 미리 조금씩 헤어지는 거야 날마다 눈물을 아껴 가슴 깊은 데 몰래 감춰두는 거야. 사랑은 주는 것인가 받는 것인가. 더더구나 뺏는 것인가 그날 밤 뒤따라 오던 열사흘 달이 두 눈 흘기며 구름 사이에 숨었지. 입술 훔치던 밤 .. #시/영상시 2013.02.17
아내의 남자 /이석현 아내의 남자 /이석현 연애시절 아내의 지갑을 몰래 훔쳐보았을 땐 은발의 리처드 기어가 있었고 결혼 전후 용모 단정했던 내모습이 한참을 자리하고 싶었는데 이내 아들 돌 사진으로 바뀌었더군 허둥대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참을 잊고 살다 어쩌다 열어보니 군대 간 작은 아들이 빡.. #시/영상시 2013.02.17
나는 늙으려고 / 조창환 Bayou woman / Tony Joe White 나는 늙으려고 / 조창환 나는 늙으려고 이 세상 끝까지 왔나보다 북두칠성이 물가에 내려와 발을 적시는 호수, 적막하고 고즈넉한 물에 비친 달은 붉게 늙었다 저 괴물 같은 아름다운 달 뒤로 부옇게 흐린 빛은 오로라인가 이 궁벽한 모텔에서 아직 다하지 않은 참회.. #시/영상시 2013.02.17
누가 묻거던/ 석향 김경훈 그 누가 묻거던 외로운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눈물이라 해라 이슬이라 하기에는 그 순간이 너무나 짧고 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에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그리움이라 해라 눈물겹도록 보고팠던 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 #시/영상시 2013.02.16
雪夜 / 윤의섭 雪夜 눈이 내리면 나무들은 고개를 숙인다 용납은 오래도록 쌓이다 서서히 기우는 일 저만한 적설을 이루기 위해 눈구름은 뼈를 발라내야 했겠지만 모든 마당과 모든 길과 모든 지붕을 뒤덮는다는 것은 때 되면 벌어지는 전멸의 시도다 저 눈송이들, 이 도시에 쌓이기 위하여, 혹은 머무.. #시/영상시 2013.02.09
그대 생각 그대 생각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 #시/영상시 2013.02.06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조용히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 #시/영상시 2013.02.06
말씀 / 김영석 말씀 / 김영석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더 없이 모자라고 힘없다고 울지 말아라 봄풀은 밟혀도 해마다 바보같이 새로이 돋아나고 들꽃은 바람에 찢겨서 차마 볼 수 없이 아름답지 않으냐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목숨 덧없고 가난하다 울지 말아라 빈 손 빈 몸으로 바람은 비로소 .. #시/영상시 2013.02.05
가장 / 이정록( 어머니 학교) 가장 / 이정록 높은 데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나.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가 시비가 붙어 코뼈가 .. #시/영상시 201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