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멋진 시작이야 / 신현림 자, 멋진 시작이야 / 신현림 이보시오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장난감은 되기 싫으오 정해진 대로 정해진 코스는 딱 질색이오 다들 탄탄대로를 찾지만 그건 없는 거요 일터에서 잘리고 기쁜 일들이 취소되고 당신과의 만남이 연기되고 파란만장한 나날이 바위산같이 늘어서도 내 마음은 아.. #시/영상시 2013.02.05
부재 不在 / 천양희 부재 不在 천양희 뿔피리 소리가 온 마을에 퍼질 때 당신은 어디 있었나요짐승들이 먼 기억을 향해 머리를 들 때 그 때 당신은 어디 있었나요뿔피리 소리가 길게 한 번 짧게 세 번 울려 퍼질 때 그 때 또 어디 있었나요그 소리 퍼져 마을이 깨어날 때 당신은 다시 어디에 있었나요짐승들이.. #시/영상시 2013.02.05
불멸이 아니어서 / 박정대 불멸이 아니어서 그날 불멸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낡은 태양의 오후를 지나 또 무수한 상점들을 지나 거리에 갔으므로 너무나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등 뒤로는 음악 같은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서러운 풍경의 저녁이 짐승처럼 다가오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성.. #시/영상시 2013.02.03
사랑의 짐 / 박시교 사랑의 짐 박시교 더불어 사는 일도 때로는 힘에 겨워 세상 그 밖으로 아주 멀리 멀리 자신을 밀쳐버리고 싶은 그런 날 있다. 이제 내게 잃어버린 그 무엇이 남았을까 사랑도 짐이 된다면 그마저도 버리고 싶다. 더불어 사는 일이 아주 힘겨운 그런 날은. #시/영상시 2013.02.03
우표 한 장 붙여서 /천양희 우표 한 장 붙여서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않는 네 슬픔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시/영상시 2013.02.03
흘러라 꽃 그림자 / 석여공 김점선 作(1946~2009 ) 흘러라 꽃 그림자 / 석여공 그립거든 이렇게 해 잔을 두 개 놓고 지나는 것이 바람 같으면 바람을 담고 강물 같으면 강물을 담아서 나 한잔 그대도 한 잔 천불전 댓돌 아래 푸른 돌꽃들 좌복에 눌러 붙은 수좌처럼 앉았거든 하늘에 걸린 풍경이 새벽을 깨우고 그 새벽 .. #시/영상시 2013.02.03
그대를 잃는다 / 석여공 그대를 잃는다 / 석여공 새처럼 울지도 않네 달처럼 뜨지도 않네 그대처럼 그리워하지도 않네 한낱 적막이 내 관자놀이에 접신 해 들어와서는 그아래, 늙은 無憂樹나무 아래 마음을 당겨 쩔쩔 끓는 해금소리로 앓고 있네 이제는 오고 감에 속지 않으리 그대 온들 쪽배 숨겨둘 일도 없으리.. #시/영상시 2013.02.03
낮달 / 也石 박희선 남정(藍丁).박노수 ( 朴魯壽 ) 作 낮달 / 也石 박희선 (1923~1998) 충남 강경 生 저것은 날개에 얹힌 이슬의 무게 저것은 끝끝내 소리로 맺혀서 저것은 풀리지 않던 저것은 저것은 아 저것은 저것은 갓피어나는 코스모스의 날개 위에 콧잔등이 싱그럽도록 서러웠던 가을 돌다리를 울리면서 돌.. #시/영상시 2013.02.03
카페에서 * 사랑을 위하여 / 박숙이 Christine Comyn Reclining 카페에서 * 사랑을 위하여 / 박숙이 아저씨, 술 한 잔 줄래요 어둠 속의 키스 한 잔만 줄래요 지난 여름,태풍 셀마가 치고 간 빈집 상상력이 떠내려간 빈집이 여기, 낡은 의자처럼 삐걱대고 있어요 뭐러고요? 들어올 때 이미 저, 빈집 같아 보였다고요? 그렇다면 쓸쓸한 .. #시/영상시 2013.02.03
사랑한 적 없다 /복효근 사랑한 적 없다 복효근 다시 그 자리에 돋는 새 잎이란 없다 이미 새 잎이 아니지 낯선 자리 비켜서 옛 흉터를 바라보며 지우며 새 잎은 핀다 이전의 사랑은 상처이거나 흉터다 이후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므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조금 비켜서 덤덤히 바라볼 수 있는 .. #시/영상시 201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