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말씀 / 김영석

경호... 2013. 2. 5. 01:54

 

 

 

 

 

말씀 / 김영석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더 없이 모자라고 힘없다고 울지 말아라
봄풀은 밟혀도
해마다 바보같이 새로이 돋아나고
들꽃은 바람에 찢겨서
차마 볼 수 없이 아름답지 않으냐


사람아 사람아 서러워 마라
목숨 덧없고 가난하다 울지 말아라
빈 손 빈 몸으로
바람은 비로소 만물을 어루만지느니
해와 달 머금고 피어나
이 세상 노을 아닌 꽃들이 어디 있으랴.


 

 

썩지 않는 슬픔 / 김영석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옛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로 걸려
오래 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거지의 노래

나는 거지라네
몸도 마음도 다 거지라네
천지의 밥을 빌어다가
다시 말하면
햇빛과 공기와 물과 낟알을 빌어다가
세상에서 보고 겪은
온갖 잡동사니를 빌어다가
마른 수수깡으로 성글게 엮듯
잠시 나를 지었다네
달이 뜨면 달빛이 새어 들고
마파람 하늬바람 거침없이 지나간다네
그래도 거지는
빌어 온 것들로 날마다 꿈을 꾸고
빌어 온 물과 소금으로 눈물을 만든다네
나는 처음부터 빈털터리 거지였다네

―김영석(1945~ )

 

 

거지 앞에 깡통 바구니가 있듯이 파는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다 빌어먹는 일이다.

한데 어찌된 건지 빌어먹는 사람들이 주인을 겁주고 야단치고 군림한다.

세상은 이상도 하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부들, 그들이 실은 가장 거짓없다. 주어진 일을 하고 그만큼의 대가로 살림을 한다. 일확천금도 없다. 그저 일에 딸린 애환이 있을 뿐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몸뚱이도, 이 마음이라는 것도 본래 없었던 것이니 '거지' 맞다.

잠시 얻어 입고 다닐 뿐이다. 빛과 바람이, 똥과 오줌이 지나갈 뿐이다.

 

거기 질문 하나쯤은 가져야 사람이리. 너무 얻어 먹기만 하는 건 아닌가? 한없이 부끄럽다.

 

- 장석남 시인.-

 

 

 

 

 

 

Life Goes on / Zorba The Gr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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