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농담 / 천양희 오래된 농담 천양희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 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 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 그늘보다 몇 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 #시/영상시 2013.03.07
사랑의 존재 / 한용운 사랑의 존재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디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 #시/영상시 2013.03.07
고금소총(古今笑叢) / 홍성란 월야밀회 /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년 ~ ?)작품들 월하정인 반칙 - 고금소총(古今笑叢) / 홍성란 옛날, 우직한 현자(賢者)가 백 번, 샘가를 돌았다는데 고을 원님 심술이 나서 고을 사람 누구라도 그 비구니 자빠뜨리면 재산의 반을 준다 해서는, 못생긴 떠꺼머리 암거사님 거처하시는.. #시/영상시 2013.02.25
나는 이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 양주동 . 조선의 맥박(脈搏) 나는 이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 양주동 이 나랏 사람은 마음이 그의 옷보다 희고 술과 노래를 그의 아내와 같이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착하고 겸손하고 꿈 많고 웃음 많으나 힘없고 피없는 이 나랏 사람 아아 나는 이 나랏 사람의 자손이외다. 이 나랏 사람은 마.. #시/영상시 2013.02.17
이별 연습.....문병란 이별 연습 / 문병란 갑자기 헤어지면 눈물이 날지 몰라 우린 미리 조금씩 헤어지는 거야 날마다 눈물을 아껴 가슴 깊은 데 몰래 감춰두는 거야. 사랑은 주는 것인가 받는 것인가. 더더구나 뺏는 것인가 그날 밤 뒤따라 오던 열사흘 달이 두 눈 흘기며 구름 사이에 숨었지. 입술 훔치던 밤 .. #시/영상시 2013.02.17
아내의 남자 /이석현 아내의 남자 /이석현 연애시절 아내의 지갑을 몰래 훔쳐보았을 땐 은발의 리처드 기어가 있었고 결혼 전후 용모 단정했던 내모습이 한참을 자리하고 싶었는데 이내 아들 돌 사진으로 바뀌었더군 허둥대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참을 잊고 살다 어쩌다 열어보니 군대 간 작은 아들이 빡.. #시/영상시 2013.02.17
나는 늙으려고 / 조창환 Bayou woman / Tony Joe White 나는 늙으려고 / 조창환 나는 늙으려고 이 세상 끝까지 왔나보다 북두칠성이 물가에 내려와 발을 적시는 호수, 적막하고 고즈넉한 물에 비친 달은 붉게 늙었다 저 괴물 같은 아름다운 달 뒤로 부옇게 흐린 빛은 오로라인가 이 궁벽한 모텔에서 아직 다하지 않은 참회.. #시/영상시 2013.02.17
春望詞四首 [ 춘망사 4수 ] 春望詞四首 [ 춘망사 4수 ] [ 一 ] 花開不同賞 [ 화개불동상 ]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花落不同悲 [ 화락불동비 ] 꽃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問想思處 [ 욕문상사처 ] 묻노니 그대는 어디에 계신고 花開花落時 [ 화개화락시 ] 때맞쳐 꽃들만 피고 지네 [ 二 ] 攬草結同心 [ 람초결동.. #시/漢詩및 시조 2013.02.17
누가 묻거던/ 석향 김경훈 그 누가 묻거던 외로운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눈물이라 해라 이슬이라 하기에는 그 순간이 너무나 짧고 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에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던 그냥 그리움이라 해라 눈물겹도록 보고팠던 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 #시/영상시 2013.02.16
雪夜 / 윤의섭 雪夜 눈이 내리면 나무들은 고개를 숙인다 용납은 오래도록 쌓이다 서서히 기우는 일 저만한 적설을 이루기 위해 눈구름은 뼈를 발라내야 했겠지만 모든 마당과 모든 길과 모든 지붕을 뒤덮는다는 것은 때 되면 벌어지는 전멸의 시도다 저 눈송이들, 이 도시에 쌓이기 위하여, 혹은 머무.. #시/영상시 201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