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 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 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 #시/영상시 2013.08.24
어디 우산 놓고 오듯/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정현종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시/영상시 2013.08.24
난처한 관계 / 이화은 난처한 관계 / 이화은 내 남자는 내게 옷을 벗으라 하고 나의 神은 몸을 벗으라 한다 초저녁 묽은 어둠속에서 무심히 복숭아의 껍질을 벗기는데 명치끝에 직입했던 질문 하나가 따끔거린다 손목의 맥을 짚던 한의사가 성관계는 몇 번이나?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생? 내 몸 어디에 그런 .. #시/영상시 2013.08.24
문자 메시지/ 이문재 문자 메시지/ 이문재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 계간 「문학청춘」2011년 여름호 ........................................................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통신기기와 정보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사람들 간의 .. #시/영상시 2013.08.23
아내의 전성시대 / 임보 아내의 전성시대 / 임보 왜 법대생들이 그렇게 좋아했던가 몰라요 고시공부 하는 놈들이 공부는 않고 쫓아다니기만 했으니 아내의 회고담이 또 시작된다, 한두 놈이 아니었다고 은근히 으스대는 투다 '법대생'이라는 말도 내 비위에 거슬린다 지금쯤 잘된 놈은 변호사가 되어 떵떵거리며.. #시/영상시 2013.08.23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 #시/영상시 2013.08.23
연장통 / 마경덕 장례를 치르고 둘러앉았다. 아버지의 유품(遺品)을 앞에 놓고 하품을 했다. 사나흘 뜬눈으로 보낸 독한 슬픔도 졸음을 이기진 못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상자는 관처럼 무거웠다. 어서 짐을 챙겨 떠나고 싶었다. 차표를 끊어둔 막내는 자꾸 시계를 들여다봤다. 이걸 어쩐당가, 마.. #시/영상시 2013.08.23
우물 / 마경덕 눈물이 다만, 슬프다는 이유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마른 몸에서 물이 솟는 건 내 몸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 깊은 곳에 영혼이 물처럼 고여 있는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내 영혼의 하얀 이마이거나 지친 발가락이거나 슬픔에 퉁퉁 불은 손가락이다. 영혼은 고드름이나 .. #시/영상시 2013.08.23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신현림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신현림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나폴레옹의 이 말은 10년 동안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송곳이었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내 많은 실패를 돌아볼 때마다 송곳은 가차없이 찌르고 찔러왔다 모든 불행엔 충고의 송곳이 있다 자만치 말.. #시/영상시 2013.08.23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 #시/영상시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