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 #시/낭송시 2015.06.07
저녁에/김광섭(1905~77)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느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시/詩 2013.12.05
그 변소간의 비밀 / 박규리 그 변소간의 비밀 / 박규리 십년 넘은 그 절 변소간은 그동안 한번도 똥을 푼 적 없다는데요 통을 만들 때 한 구멍 뚫었을 거라는 둥 아예 처음부터 밑이 없었다는 둥 말도 많았습니다 변소간을 지은 아랫말 미장이 영감은 벼락 맞을 소리라 고 펄펄 뛰지만요, 하여간 그곳은 이상하게 냄.. #시/영상시 2013.10.01
서서 오줌 누고 싶다/ 이규리 서서 오줌 누고 싶다/ 이규리 여섯 살 때 내 남자친구, 소꿉놀이 하다가 쭈르르 달려가 함석판 위로 기세 좋게 갈기던 오줌발에서 예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셈여림이 있고 박자가 있고 늘임표까지 있던, 그 소리가 좋아, 그 소릴 내고 싶어 그 아이 것 빤히 들여다보며 흉내 냈지만 어떤 방.. #시/영상시 2013.10.01
사람에게 / 문정희 사람에게 / 문정희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 너는 누구냐 밤하늘 가득 기어나온 별들의 체온에 추운 몸을 기댄다. 한 이름을 부른다. 일찍이 광기와 불운을 사랑한 죄로 나 시인이 되었지만 내가 당도해야 할 허공은 어디인가. 허공을 뚫어 몸 하나를 내고 싶.. #시/영상시 2013.10.01
단 한 번 본 죄 / 박규리 단 한 번 본 죄 / 박규리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마음이 가겠나. 마음이 가지 않는데 무슨 그리움이 파꽃처럼 싹트겠나. 파꽃처럼 쓰리고 아픈 향 뭐 때문에 피워올리겠나. 향이 없는데 팔뚝을 타고 혈관에 지져댈 뜨거움 어딨겠나. 하아 아픔이 없는데 타고 내릴, 온몸을 타고 내릴 눈물이.. #시/영상시 2013.10.01
-세상의 등뼈 / 정끝별(1964~ )- 문인상.생성-률 세상의 등뼈 . . .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 #시/영상시 2013.10.01
개죽음/남상미 개죽음 - 김상미(1957~ ) 개죽음은 개의 죽음이 아니다 개죽음은 개같이 죽는 것이다 어느날 모든 일이 척척 잘 풀려 혼자서 느긋이 술집에 앉아 모처럼 흐뭇한 휴식 취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뒷머리에 타타탕! 이유없이 어처구니없이 죽어 넘어지는 것 그게 개죽음이다 아무도 당하고 싶어.. #시/영상시 2013.09.04
못 / 박시교 못 / 박시교 너무 깊이 박지 마라 다시 뽑을 일 없더라도 가슴 속 깊은 곳에 네가 박은 그 대못 사랑한 흔적이라고 절대 말하지 마라 Voices / Joan Faulkner #시/영상시 2013.08.24
“응” / 문정희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 #시/영상시 201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