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인디아 어록3

경호... 2009. 3. 3. 08:15

인디아 어록3


노 프라블럼 명상법

인도의 갠지스 강에서 배를 타고 지나가는데 한 인도인이 작은 보트를 저어 열심히 달려왔다. 보트위에는 목걸이며 보석 상자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실려 있었다. 배를 타고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기념품을 판매하는 보트 마켓이었다. 내가 일부러 무관심한 척하는데도 그 인도인 상인은 물건들을 일일이 꺼내 보이며 하나만 팔아 달라고 사정을 했다. 결국 나는 평화롭게 강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10루피짜리 목걸이를 하나 살 수밖에 없었다. 그 상인 떠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또다른 보트가 열심히 노를 저어 내가 탄 배 쪽으로 달려왔다. 아까와 똑같은 물건을 파는 상인이었다. 내는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조금 전에 산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참 안됐소, 난 방금 전에 벌써 이 목걸이를 샀지 뭐요. 당신이 5분 늦게 오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소.” 그러자 나중에 온 그 인도인 상인은 말했다. “노 프라블럼! 안됐다고 생각할 거 없소. 나는 이 자리에 5분 늦게 오도록 이미 정해져 있었소. 걱정하지 마시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다름 배를 향해 떠나갔다. 말만 그럴뿐 아니라 그는 자신이 5분 늦게 와서 물건을 못 팔게 된 것에 대해 조금도 아쉬워하거나 실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노 프라블럼이었다.


인도를 여행하는 도중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 ‘노프라블럼’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닥쳐와도 그들은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도 노 프라블럼이고, 자전거가 펑크가 나도 노 프라블럼이며,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어도 이마 살아났으니 노 프르블럼이다. 기차가 무한정 연착을 해도 노 프라블럼이고, 인도 대사관에 비자 재촉을 해도 노 프라블럼이니 무조건 기다리라고 말한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될 텐데 왜 스스로 안달하고 초조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냐는 것이다. 한번은 뭄바이에서 여권을 분실한 적이 있었다. 어디서 분실했는지 몰라 당황하는 나에게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해준 충고가 ‘노 프라블럼’이었다. 여권을 잃어버린 것만도 충격적인 일인데 스스로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자신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라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여권을 찾게 될 것이고, 설령 찾지 못한다 해도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진 않는다는 논리가 그 ‘노 프라블럼’ 속에는 담겨 있었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여행자에게 필수품인 여권을 분실하고서도 마음을 평화롭게 가질 만큼의 수준에 나는 아직 올라서 잇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불안과 초조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결국 여권은 배낭 속의 비상주머니 속에서 보란 듯이 발견되었다. 애초부터 노 프라블럼이었던 것이다.


나는 또 명상센터의 책 만드는 부서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나 말고도 인도인들과 다른 외국인들이 그 부서에서 함께 일을 했다. 그런데 다들 어찌나 수다스럽고 장난이 심한지 난 제대로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글 한 줄 쓰려고 해도 숨바꼭질을 해대며 소란을 피우는 통에 귀마개를 해야 할 판이었다. 마침내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옆자리에 앉은 30대 중반의 인도인 여성과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우리 모두 노 프라블럼인데 왜 너만 문제인가? 우리는 즐겁고 신나게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명상센터에 왔다. 어떤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봐라, 너 혼자만 심각해서 결국 네가 가장 진도가 늦지 않은가. 우리는 웃고 장난치면서도 두 배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충고했다.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심각하게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바로 아무것도 문제 삼지 않는 노 프라블럼의  자세다. 그때 넌 행복해질 것이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다들 나보다 더 많이 놀면서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나 혼자서만 불행한 표정으로 끙끙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충고대로 노 프라블럼의 마음 자세를 유지한 결과 나는 그 부서의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더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내가 버스를 놓쳐 발을 구르고 있어도 인도인들은 버스를 세워주는 대신 노프라블럼을 외쳤고, 이질 설사병에 걸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화장실을 드나들어도 노 프라블럼이 그들의 처방전이었으며, 잘 방이 없어 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도 노 프라블럼이라고 타일렀다. 노 프라블럼의 명상법은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로 결코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신발을 잃어버렸는가? 노프블럼이다. 인류는 수만 년 동안 맨발로 정글 속을 누비고 다닌 역사가 있다. 그러니 당신이 몇 시간 동안 맨발로 다닌다고 해서 원숭이로 퇴화는 건 아니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는가? 노 프라블럼이다. 대학에 갖다 바칠 등록금으로 인도 여행을 떠나면 몇 년을 귀족처럼 다니면서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누가 약속을 안 지켰는가? 노 프라블럼이다. 그 사람은 이미 그런 식으로 약속을 안 지키도록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훌륭히 해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그  배역을 당신 앞에서 해 보인 데는 분명히 어떤 교훈이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인도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희랍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말했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의 배우자가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너의 재산과 소유물을 잃었는가? 아니다.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 다년간 인도 여행에서 내가 터득한 <노프라블럼 명상법>을 소개한다.

1.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노 프라블럼!’을 열 번씩 외친다. 이것을 가장 신성한 만  트라(주문)로 여기고, 잠자기 전에도 거울을 보면서 ‘노 프라블럼!’이라고 큰소리로 열 번 외친다.

2. 누구를 만나더라도 ‘노 플라블럼!’이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모든 대화를 ‘노 프라블럼!’이 라는 말로 시작한다. 상대방이 자신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 여긴다 해도 그런 것쯤은  ‘노 프라블럼’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3. 자신이 사용하는 수첩과 노트의맨 앞장에 굵은 글씨체로 ‘노 프라블럼!’이라고 적어 놓는다. 어떤 책을 사서 읽더라도 첫장에 ‘노 프라블럼!’이라고 적어 놓는다. 당신이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다 읽었는데 맨 앞장에 ‘노 프라블럼!’이라고 적혀 있다면 당신도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4. 누가 어떤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노프라블럼’임을 설명해준다.  그래도 그가 계속 고민하면 포기하지 말고 더욱더 ‘노 프라블럼’을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언 젠가는 그 사람도 이 삶에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이 노프블럼 명상법의 충실한 실천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말한 방법 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해도 스스로에게 화를 내지 말고 ‘노 프라블럼!’ 하고 외쳐야  한다. 당신이 이 명상법을 실천하지 않는다 해도 당신의 인생에서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도의 영적 스승 사티야 사이 바바는 말했다.

“사람들은 곧잘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를 초월하는 자세가 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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