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하늘호수로 떠난여행

인디아 어록 2

경호... 2009. 3. 3. 08:14

인디아 어록 2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내가 찍은  몇 장의 사진.  그 속에 박힌 인도인들의 얼굴. 눈을 감으면 언제라도 나는 그들 속으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넌 이 여행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밤 깊은 시간, 나는 다시금 수첩에 적힌 <인디아 어록>을 펼친다. 그것들은 내 여행의 결정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생각하니 세상 전체가 곧 명상센터였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스승이었다.


밧줄과 그릇과 쌀

“불에 타버린 밧줄은 그 형태가 그대로 있다 해도 물건을 묶을 수 없고, 불에 한번 구운 그릇은 그 깨진 조각으로 다신 그릇을 만들 수 없다. 또 일단 불에 익힌 쌀은 땅에 심어도 다시 싹이 트지 않는다. 한번 사랑에 자신을 바친 사람은 이와 같아야 한다.” 벵갈 출신의 위대한 성자 마라크리슈나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청년이 들려준 말.


쑤닐

“당신이 이곳에서 여행중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나한테 연락하시오. 쑤닐을 찾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내가 책임지고 도와주겠소. 난 당신의 친구이니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 쑤닐과 나는 버스 안에서 만나 친구가 됐으며, 뭄바이 근처 뿌나 시에서 함께 내렸다. 쑤닐은 무슨 문제든지 곤란한 일이 생기면 꼭 자기를 찾으라고 다짐하고는 헤어졌다. 그런데 정작 쑤닐을 찾자 아무도 그런 사람을 알지 못했으며, 더구나 그 도시엔 쑤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1백 명은 넘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새 구두와 헌 구두

남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북인도 고락푸르로 가는 기차 안에서 밤중에 도둑이 승객이 벗어놓은 새 구두를 훔쳐 신고 달아났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내 말에 구두를 잃어버린 그 승객이 탄식조로 말했다. “도둑이 이미 새 신발을 신고 멀리멀리 도망쳤는데 헌 신발을 신은 경찰이 무슨 수로 잡겠소?”


포기

“크게 포기하면 크게 얻는다.” 캘커타 초링기 지역에서 만난 한 거지는 내가 몇 푼을 줄까 망설이자 그렇게 충고했다.


인생을 변화시킨 만남

“난 어렸을 때 여기서 크리슈나무르티가 강연하는 모습을 보곤했다. 그는 이 바위에 걸터앉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난 그가 하는 얘기를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가 무척 진지한 사람이며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임을 알았다. 그와의 만남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마드라스의 크리슈나무르티 재단에서 일하는 인도 청년은 나와함께 정원을 산책하던 중 그렇게 말했다.


대나무와 갈대

“대나무의 마디들을 쳐다보라. 그것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대나무를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생활 속에 규칙적인  명상이 없다면 마디가 없어 쓰러지는 갈대와 같은 것이다.”

북인도 리시케시의 한 수행자가 한 말.


날마다 처음 오는 사람

바라나시에서 배낭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숙소는 비시누 레스트 하우스이다. 그러자 어떤 약삭빠른 인도인이 2백 미터쯤 떨어진 후미진 곳에 비시누 게스트 하우스를 세우고는 릭샤 운전사들에게 커미션을 주고 여행자들을 그곳으로 데려오게 했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비시누 레스트 하우스의 명성을 익히 들은 여행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름이 비슷한 비시누 게스트 하우스로 끌려가기 일쑤였다. 한밤중에 바라나시에 도착한 나를 젊은 릭샤 운전사는 초보 여행자인 걸로 착각하고는 비시누 게스트 하우스로 데려갔다. 내가 바라나시에 이미 여러 차례 왔음을 주장하며 혼을 내자 그 릭샤꾼을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처음 이곳에 오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는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다. 난 날마다 처음 이곳에 온다. 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게 새롭다.”


결혼 선물

“내 딸이 얼마 안 있으면 곧 결혼을 해야한다. 당신은 내 친구이니까 당신에게서 내 딸의 결혼 선물을 받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그 카메라를 선물로 준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 또 만일 당신이 그 카메라를 결혼선물로 준다면 내 딸을 당신에게 시집보낼 수도 있다. 진지하게 잘 생각해 달라.”

10년 전쯤 아그라에서 뉴델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공무원 티와리 씨가 그렇게 익살스럽게 제의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가 보려고 내가 기꺼이 그러겠다고 동의하자 그는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카메라 하나로 한 여성을 소유하려고 하냐고 되레 화를 냈다.


눈과 입

“눈은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사람을 왜 그렇게 끝없이 쳐다보느냐는 내 질문에 한 인도 청년이 말했다.


일과 휴식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가?” 내가 묻자 스리나가르 시의 인도인이 대꾸했다.

“당신들은 왜 쉬지 않는가?”


꾸지람

“당신처럼 학식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이 돌려받는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 자이푸르의 여자 거지는 내가 10파이사(3원)동전을 적선하자 그렇게 훈계했다.


설득

또 다른 노인 거지는 말했다. “당신이 1락스(10만루피)를 벌기 원한다면 우선 나한테 10루피를 주라. 당신이 잘 베푸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야 신이 당신에게 잘 베풀 것 아닌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당신도 알 것 아닌가?”


소매치기의 설법

“당신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당신이 그것들 때문에 불안해 하지 않기 바란다. 자신의 소유물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어떻게 종교적인 나라 인도를 여행한다고 할 수 있는가?” 소매치기가 분명한, 눈이 희번뜩한 인도인은 내가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배낭을 꼭 부둥켜안고 있자 사뭇 훈계조로 말했다. 알라하바드로 가는 복잡한 3등칸 열차 안에서의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긴장을 풀지 않자 그는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물었다.

“도대체 그 배낭 속엔 무엇이 들었지?”


신이 준 아침 식사

네팔의 카투만두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으려고 바라나시의 인디아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였다. 일찍 나서느라 아침을 못 먹었기 때문에 도중에 바나나 한 다발을 사들고 갔다. 그런데 바나나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마침 사무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어떤 릭샤 운전사에게 바나나를 맡기고 들어갔다. 잠시 후에 표를 끊어 갖고 나와보니 릭샤 운전사는 내 바나나를 다 빼먹고 축 늘어진 껍질들만 두 손에 들고 있었다. 내가기가 막혀 하자 그는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 독실한 힌두교 신자다. 그런데 신이 내게 제공한 아침 식사를 거절하란 말인가!”


배낭으로부터 배워야 할것

뉴델리에서 북부 펀잡 지방의 아므리차르로 가는 여덟 시간 거리의 2등칸 기차 안에서 나는 자이나교 출신의 한 노인과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노인은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 현상뿐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들로부터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람으로부터는 세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하고, 강으로부터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감을 배워야 하며, 인간이 만든 기차로부터는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간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신발로부터는 무엇을 배워야 하죠?” 그가 말했다. “어떤 어리석은 자가 쓸데없는 걸 발명하면 그것이 얼마 안 가서 전 세계에 퍼져버린다는 걸 배울 수가 있지.” 그것도 그럴 듯해 보여서 나는 다른 걸 물었다. “그럼 내가 들고 있는 이 배낭으로부터는요?”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안에 먹을 것이 들어 있으면 앞에 앉은 사람과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


부활하는 사람

인도인들은 죽어서 갠지스 강에 재가 뿌려지는 걸 크나큰 축복으로 여긴다. 특히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은 목숨이 얼마 붙어 있지 않은 노인들이 인도 각지에서 몰려와 죽기 전까지 적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번 돈은 화장 비용으로 쓰인다. 구걸하는 한 노인에게 내가 말했다. “당신은 작년에 내가 왔을 때도 구걸을 하더니 아직도 죽지 않고 여전히 구걸을 하고 있군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난 날마다 죽지만 아침이면 부활한다네. 그걸 난들 어쩌란 말인가.”


끝없는 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려면 하루를 온통 까먹어야 했다. 전화 사업소에 가서 아무리 다이얼을 돌리고 또 돌려도 뚜뚜거리기만 할 뿐 연걸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손가락이 뻣뻣할 정도였다. 끝없이 시도하는 나를 보고 경리 창구에 앉은 인도 청년이 말했다. “시도하고, 시도하고, 끝없이 시도하다가 죽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도 누군가와 말 몇 마디 나누기 위해서.”


가장 먼 거리

리시케시의 강가에서 어느 날 나는 한 스와미와 얘길 나누었다. 그는 남인도 트리반드룸에서 왔으며, 리시케시까지 기차를 타고 오는데 100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내가 놀라며 그런 멀 거리를 왔느냐고 하자 그는 말했다. “그것보다 더 먼 거리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의 30센티밖에 안 되는 거리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큰 소리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로 가는 길이었다. 장거리 시외버스 안에서 나는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인도인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특히 중국이 티벳을 참략한 것에 대해 분개하며, 인류가 이렇게 계속해서 파괴적인 마음을 좇다가는 머지않아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가 갈수록 심각해지니 전쟁이 아니라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내 얘기를 한참 동안 듣고 있던 그 인도인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귀를 대고 들어 보시오. 그러면 심장 뛰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심장 뛰는 소리를 합하면 정말 엄청난 소리가 될 겁니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우리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행동

“무엇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묻자 머리를 산발한 요가 스승이 말했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비밀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을 걷고 있는데 한 힌두 걸인이 내게 외쳤다.

“내게 인생을 가르쳐주시오. 스와미! 나는 돈이 필요없는 걸인이오. 그 대신 나한테 생의 비밀을 말해주시오.” 그는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을 흔들며 그렇게 외쳤다. 내가 아무 대답도 못하자 그는 또 소리쳤다. “스와미, 당신이 모르면 내가 당신에게 말해주겠소. 신이 감추고 있는 삶의 비밀을 내 알려주겠소. 이리 오시오. 스와미! 난 돈이 필요없는 사람이오.”


편지1

“나의 친구 미스터 류시화에게. 나는 여기서 잘 지낸다. 당신은 거기서 잘 지내는가?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신에게 기원드린다.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길게 쓸 수가 없고, 할 말도 많지 않다. 그 대신 당신이 긴 편지를 보내 달라. 그럼 잘 있으라. 올드 델리에서, 프렘 찬드로부터.” 이것은 내가 인도에서 만난 한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의 전문이다. 글을 쓸 줄 몰라 남이 대신 써준 이 편지는 생전 처음 보내는 편지임이 분명했다. 편지를 대필시키고 봉투에 넣은 다음에는 우표를 어디에 붙일지 몰라 엉뚱하게 봉투 뒷면 한가운데 붙여놓았다. 그래도 편지는 배달이 되었고, 나는 그것을 1년이 넘도록 호주머니에 넣어갖고 다녔다.


편지2

북인도 스리나가르를 여행중에 나는 발가락이 곪아 고생하는 한 여성에게 내가 갖고 있던 비상약을 주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라고 약간의 치료비를 준 적이 있었다. 1년쯤 뒤에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의 충실한 브라더에게. 당신은 나한테 잘해주었다. 그걸 나도 알고 시바 신도 알고 옆집에 사는 고팔라도 안다. 캘커타로 이사 간 사촌도 내가 말해서 잘 안다. 당신이 준 약 때문에 나는 이제 다리가 다 나았다. 내 편지가 틀린 글자가 많지만 내가 뭘 말하는지 당신은 알 것이다. 당신의 예민한 시스터 사돌리카로부터. 스리나가르에서.”


편지3

“존경하는 친구에게. 당신의 하는 일이 잘 된다면 그것은 내가 신에게 기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별로 좋은 일이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바쁘더라도 꼭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그럼 또 만나자. 뭄바이에서, 쉬레스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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