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마지막을위한이야기

많이 받고, 많이 주십시오

경호... 2008. 12. 20. 01:34

십수 년 전, 쌍계사 대웅전에서 관세음보살님의 가피加被를 체험한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간경시간에 갑자기 목덜미 위쪽에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목덜미가 묵직하여 제대로 앉고 설 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구례로 침을 맞으러 다니던 어느 날, 한의원에 들어서니 어떤 분이 말하기를 "스님도 병원에 다니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아니다' 싶어 침 맞기를 그만 두고 기도로써 치료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당시 대웅전 부전 스님이 잠시 공석인지라, 자청해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루에 점심 죽 한 그릇만 먹고 네 차례씩 기도를 하려니 기운은 없었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세음정근을 하는 가운데, 목 뒤의 통증이 과거의 업장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부처님을 향하여 과거의 업장을 참회하고, 목 뒤의 업장에게 점잖게 말했습니다.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다. 과거 살생의 연으로 인해서 이렇게 왔지만, 그렇다고 내가 쓰러진들 너한테 좋을 것은 또 무엇인가? 이만 떠난다면 앞으로 기회 되는 대로 재도 지내주고 할 테니 그만 떠나는게 어떻겠는가?'

 

이 말을 하는 순간, 목 뒤에서 무언가 뚝 떨어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혹이 붙어있다 떨어지는 기분이었지요. 그러고는 아픈 증세는 사라졌습니다. 몸이 개운해진 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불교는 자각의 종교입니다. 스스로를 깨치는 종교인 것입니다. 하지만 자각이라고 해서 자력만을 연상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너무나  적막강산이 되지 않을까요? 불보살님의 힘을 얻어 병고를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복원불사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갈 때도 미리 알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깨달음조차도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어 다다를 수 있습니다.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어 얼른 성장해서 많은 중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불보살님의 바람이 아닐까요? 많이 받고 많이 주는 것이 대승입니다. 불보살님께 많이 받아서 중생들에게 많이 베풀 수 있다면 최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삶이 너무나 힘겨울 땐 주위를 둘러보세요. 당신의 얼어붙은 손과 마음을 따뜻하게 잡아 줄 그 무언가가 당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을 겁니다. 위로란 없어지지 않는 희망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그 희망의 불씨는 함께 하면 할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많이 받으세요.그리고 많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