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인생수업

인생 수업에는 행복하라는 숙제뿐

경호... 2017. 12. 20. 13:04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스 케슬러 유시화 옮김

 

인생 수업에는 행복하라는 숙제뿐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위대한 가르침을 주는 교사들이다.

삶이 더욱 分明하게 보이는 것은 죽음의 으로 내몰린 바로 그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교훈은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이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20世紀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弟子 데이비드 케슬러는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두 사람은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 명을 인터뷰해, ‘人生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강의 형식으로 전하고 있다.

우리는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한 것이다. 수업이 하루 24시간인 학교에, 살아 있는 한 그 수업은 계속된다. 그리고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수업은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로 보내져 수업을 다 마치고 나면, 나비가 누에를 벗고 날아오르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육체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허락된다. 시간이 되면 우리는 집에서 산에게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나비처럼 떠날 수 있고,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과목들은 사람,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등이다.

나아가 이 수업은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 하는 깨달음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것이 이 수업의 완성이다. 는 죽음으로써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존재인가, 아니면 모습을 바꿔 가며 배움을 계속하는 존재인가? 생의 어느 시점에서 누구나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 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에 직면한 이들의 가르침은 어떤 종교의 설교보다도 뛰어나다. 그들은 책이나 경전에서 얻은 경구가 아닌, 자신들의 육성으로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일깨운다.

때로 부조리하고, 하찮고, 무의미한 것투성이인 이 삶에서 추구할 것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즐겁지 않은데도 웃고, 본질에 가닿지 않으면서도 화를 내고, 황홀하지 않은데도 새벽을 맞이한다. 가슴이 맞닿지 않는데도 관계를 맺고, 절망적이지만 밥을 먹는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 버리는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은 우리에게 거듭 말하고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지 말라고 죽음의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인 것이다.

이 책 속의 숱한 등장인물들의 말을 빌리면,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누이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세상이 보여 주는 최상의 것을 배우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우리가 이 지상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죽어가는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나는 은하수로 춤추러 갈 거예요. 그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놀 거예요.”

죽음에 대한 세상의 생각을 바꿔 놓은 여인, 삶과 죽음에 관한한 모든 이들의 교사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악기를 배웠더라면 연주하고 노래할 텐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비록 모든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할지라도, 세상은 그녀로 인해 더 나은 곳이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평생을 바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가슴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한 의사이며, 사상가였다. 십여 년 전, 미국 보스톤 에서 그녀의 강연을 들은 뒤 나는, 한 시대를 연 그녀의 대표작(죽음의 순간 On Death and Dying)을 들고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다가갔다. 그때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 누구나 말하듯이, 그녀를 만나면 그녀의 눈에 담긴 아름다움에 감명 받는다. 색이 아름다운 것보다도 눈에서 나오는 빛이 그렇다. 그녀의 눈에서는 순수한 인간만이 가진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사람과 대면할 때 우리는 위대한 것에 이끌린다.

 

엘리자베스는 말한다. 인간은 창문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같다고. 태양이 밖에 있을 때는 반짝이고 빛이 나지만, 어둠이 드리울 때 스테인드 글라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안의 빛에서 나타난다. 폭풍으로부터 골짜기들을 보호해야만 할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 폭풍우로 인해 생겨난 그랜드 캐년 같은 장관을 구경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실패를 알고, 고통을 겪고, 상실을 경험하며, 깊은 구덩이에 빠져 길을 찾아 헤맨 이들이다. 그들은 동정심과 따뜻함, 사랑과 배려로 가득한, 곧 삶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기러기들은 언제 태양을 행해 날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알까? 우리 인간은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어떻게 알까? 인간의 죽음에 대해 가장 많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 한 여성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타당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이곳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도 죽음은 해당된다. 그러므로 너무 늦을 때까지 삶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20048,78세의 나이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렇게 은하수로 춤추러 떠났다.

40년 동안 삶과 죽음을 화두로 삼은 연구자답게 그녀의 장례식 또한 독특했다. 가족적으로 치러진 고별식은 흑인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곡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리고 장례식 때는 유대교 랍비를 비롯해, 아메리카 원주민 치료사, 티베트 불교 린포체 등 평소 그녀와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성직자들이 그녀의 마지막 여행을 축복했다.

의식의 절정은 그녀의 두 자녀가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을 때였다. 상자 안에서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날아올랐다. 동시에 참석자들이 미리 받은 종이봉투에서도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를 펄럭이며 파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가 가진 사상의 상징이었던 나비, 그 나비가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드디어 번데기에서 부화해 나비가 되어 죽음이라 불리는 새로운 세계에 태어났음을.

그녀가나비의 수수께끼에 빠진 것은 소녀 시절 자원봉사자로 폴란드 마이데넥의 유대인 수용소룰 방문했을 때였다. 수용소 내부 벽에는 곳곳에 손톱이나 돌조각으로 새긴 나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왜 나비일까? 그녀는 무척 궁금했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을 그로부터 스무 해가 흘러 스위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뉴욕과 시카고 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을 때였다. 스스로도 유체이탈 등 다양한 신비 현상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인간의 몸은 나비가 날아오르는 번데기처럼 영혼을 감싸고 있는 허물임을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수용소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도 그녀처럼 영혼의 영생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인생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그녀는 말했다.

평생을 죽어가는 사람들 곁에서 죽음에 대한 책을 써온 나는 꼭 책 한 권을 더 쓰고 싶었다. 죽음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삶과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 말이다. 삶의 끝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글로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썼고, 아직까지 삶에 도전하고 그 결과를 음미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작별을 고한 순간까지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엔 행복 하라는 것 외에는 다른 숙제가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 적이 언제였는가? 마지막으로 멀리 떠나 본 적이 언제였는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껴안아 본 적이 언제였는가?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b, 그리고 배우라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