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 산책]
난세의 덕목은 임기응변 仁과 義를 근본 삼더라도
正道가 막혔을 때는 權道를 쓸 줄도 알아야
신동준 박사·21세기정경연구소장
일본의 추락이 주목된다. 경제에서 한국의 신용등급 추월을 허용한 데 이어 외교·군사 면에서도 궁지에 몰려 있다. 틈만 나면 한국을 향해 '다케시마' 운운하며 어깃장을 놓다가 센카쿠열도 문제로 'G2'인 중국이 노하자 'G1'인 미국에 매달리는 꼴이 그렇다. '대화로 풀어나가라'는 미국의 반응이 묘하다. '손자병법'의 '구지(九地)'편은 'G1'을 '패왕지병(?f王之兵)'으로 풀이한다.
"무릇 패왕의 군사는 적을 칠 때 미리 적이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위세를 이용해 적의 동맹국이 감히 적과 외교를 맺지 못하도록 만든다(夫王?f之兵 伐大國 則其衆不得聚 威加於敵 則其交不得合)."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미국·중국이 경쟁하는 'G2 시대'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존속 또는 '팍스 시니카'의 도래를 가름하는 과도기이다. 역사에서 보듯 영원한 제국은 존재하지 않고, 이 과도기에는 천하가 요동친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 전쟁 모습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CEO는 경제 전쟁 시대의 장수이다. '손자병법' '계(計)'편은 말한다.
"뛰어난 장수는 전황을 잘 따져 형세를 좇아 물 흐르듯 임기응변한다."
'임기'의 기는 주역에 나오는 '천지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변역의 계기'를 의미한다. 천기(天機)와 지기(地機), 인기(人機), 사기(事機), 시기(時機), 심기(心機) 등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계기에 부응해 스스로 변신하는 게 '응변'이다.
병서인 '사마법(司馬法)'은 '패왕지병'과 반대되는 '인의지병(仁義之兵)'을 가장 크게 역설하면서도 난세의 '임기응변'을 적극 수용했다. '사마법' '인본(仁本)'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옛 성왕은 인을 근본으로 삼고 의에 입각해 나라를 다스렸다. 이를 정도(正道)라고 한다. 그러나 정도가 막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타개책으로 권도(權道)를 사용했다."
임기응변과 권도를 활용한 사례로는 태공망 여상(呂尙)이 주나라의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정벌한 일화가 있다. 기원전 1046년 2월, 주 무왕의 군사가 은나라 수도인 조가(朝歌) 근교의 목야(牧野)에 이르렀을 때 문득 벼락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깃발과 북이 모두 찢어지자 군심이 흉흉해졌다. 주 무왕의 한 측근이 점(占)을 친 뒤 길조가 있을 때 진군해야 한다며 행군의 중단을 주장하자 여상이 일갈했다.
"썩은 풀과 말라빠진 거북등으로 무엇을 묻겠는가? 지금은 비상한 시기로 군주를 치러 가는 때이다. 점괘가 불길하다고 해서 어찌 훗날 다시 거병할 날을 기다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는 주 무왕을 설득해 곧바로 진격했다. 지금 경제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반도에서는 '패왕지병'의 방략이 절실하다. 그러나 여야 모두 '경제 민주화' 구호에 매달리는 양상이다. 비상한 각오를 다지는 기업 CEO의 심기일전(心機一轉)이 절실하다. 부국강병의 사령탑인 일선의 장수마저 부화뇌동해 흔들리면 나라의 앞날이 암담해진다.
[동양학 산책]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 奸商을 탓하기에 앞서 勳戚(훈척) 단속부터 힘써야
권력형 뇌물수수 사건에서 예나 지금이나 뇌물을 받는 쪽은 주로 훈신(勳臣)이나 척신(戚臣)이고, 건네는 쪽은 권력에 기대 횡재를 노리는 간상(奸商)이다. 간상은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전국시대 말 일확천금의 기화(奇貨)로 일약 진나라의 승상이 된 여불위가 대표적이다. 간상의 1차 표적은 제왕의 총임을 받는 훈척이다.
훈척과 간상의 유착은 관기문란의 근원이다. '정관정요'에서 당태종 이세민은 훈척을 모아 놓고 이렇게 경계했다.
"황제 곁에 있는 내관과 승상이 이끄는 외관 가운데 5품 이상인 자는 넉넉한 봉록에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1년 수입이 매우 많다. 뇌물을 받을지라도 수만 금에 불과할 것이다. 뇌물수수 사실이 발각되면 면직되어 봉록이 없어진다. 이 어찌 재물을 아낄 줄 아는 자의 소행이겠는가?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이익을 잃는 짓이다."
당인홍(黨仁弘)은 수나라 무장 출신으로 당고조 이연이 거병할 때 2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투항한 뒤 수많은 전투에 참여해 대공을 세워 광주도독에 임명됐다. 정관 16년(642) 간상들로부터 100만냥의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고발이 들어왔다. 대법원에 해당하는 대리시(大理寺)의 판결은 사형이었다.
점심을 먹다가 보고를 받은 당태종 이세민이 거듭 재심을 요청해 하루에 5차례나 보고를 받았다. 총애하는 개국공신인 데다 이미 고령인지라 차마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 12월, 이세민이 5품 이상의 조정관원을 태극전 앞에 모아 놓고 말했다.
"법은 곧 하늘이다. 사정(私情)으로 천하의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다. 남쪽 교외로 나가 돗자리를 깔고 매일 한 끼 식사만 하면서 하늘을 향해 3일 동안 사죄토록 하겠다."
승상 방현령을 비롯한 조정관원들이 뜰에 꿇어앉은 채 아침부터 정오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행차를 저지했다. 이세민이 마침내 황제의 죄를 스스로 다스리는 조칙인 죄기조(罪己詔)를 내렸다.
"짐은 3가지 죄를 지었다. 첫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둘째, 사적으로 법을 어지럽히려 했다. 셋째, 상벌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당인홍은 사형을 면했으나 삭탈관직된 뒤 평민으로 강등돼 멀리 유배를 갔다.
'사기'의 '순리열전'에 따르면 전국시대 노나라 재상 공의휴(公儀休)는 평소 생선을 좋아했다. 아는 사람이 생선을 선물하자 이를 돌려주며 이같이 말했다.
"나는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을 수 없소. 지금 재상의 벼슬에 있으니 얼마든지 생선을 사서 먹을 수 있소. 만일 생선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나면 다시는 생선을 맛볼 수 없을 것이오!"
성의로 건넨 생선조차 뇌물로 간주한 것이다. 그는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기 위해 베를 짜던 며느리를 내쫓고 채마밭을 갈아엎은 일화를 남겼다.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간상을 탓하기에 앞서 훈척부터 단속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 민주화'다.
대선 주자 모두 이를 내세우기에 앞서 훈척의 단속 방안부터 먼저 마련해 놓고 볼 일이다.
[동양학 산책]
美서 上下其手 덫에 걸린 삼성
… 소비자가 손 들어줄 스마트 혁신으로 反客爲主해야
미국 연방 배심원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기 전날인 지난 8월 24일,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세계 6위로 발표됐다. 애플, 구글, MS, IBM, 월마트 다음이다. 오랫동안 세계 1, 2위를 다투던 코카콜라와 GE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요타를 모두 제쳤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8%에서 불과 2년 만에 애플을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선 개가이다. 이번 평결에 대해 미국 배심원이 삼성의 추격에 초조해진 애플의 특허 공세에 적극 동조해 '애국 평결'을 냈다는 분석이 그럴듯하다.
'춘추좌전'에 이와 유사한 일화가 나온다.
기원전 547년 여름, 초나라가 정나라를 쳤다. 정나라 대부 황힐(皇?)이 반격에 나섰다가 오히려 초나라 대부 천봉술(穿封戌)에게 포획당했다. 당시 곁에 있던 초나라 강왕의 동생인 공자 위(圍)가 공을 가로채려 하자 천봉술이 완강히 거부했다. 두 사람이 크게 다투자 강왕이 재상 백주리(伯州犁)를 불러 판결을 그에게 맡겼다.
백주리는 황힐을 뜰 아래로 끌어내린 후 진위 규명에 나섰다. 먼저 백주리는 손을 들어 공자 위를 가리키며 "저분은 우리 대왕의 큰 동생이시다!"고 했다. 이어 손을 아래로 내려 천봉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천봉술이라는 분으로 한 고을을 다스리는 관원이다. 누가 너를 사로잡았는지 바른대로 고하라!"
황힐은 분한 듯 눈을 부릅뜨고 공자 위를 쳐다보며 "나는 이분과 싸우다가 이기지 못하고 포로로 잡혔소"라고 답했다.
이에 천봉술은 대로(大怒)해 "서로 짜고 나의 공을 빼앗으려는 것인가?"라며 창을 들고 공자 위에게 돌진해 공자 위가 황급히 달아났다.
백주리는 "내가 똑같이 상을 내리도록 할 터이니 고정하시오"라며 천봉술을 달랬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상하기수(上下其手)'다. 수단을 부려 원칙을 뒤엎는 편파 판정을 말한다. 황힐은 백주리가 공자 위를 가리킬 때 손을 위로 들고, 천봉술을 가리킬 때 손을 아래로 내린 데서 속셈을 읽었다.
애플과 배심원의 '짝짜꿍'과 닮았다.
원정을 가 여포를 생포한 바 있는 조조는 '손자병법'을 주석하면서 손님에 해당하는 원정군이 현지 적군보다 약한 상황을 주강객약(主强客弱), 그 반대 상황을 주약객강(主弱客强)으로 표현했다.
적진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상하기수'의 덫에 걸린 삼성은 '주강객약'에 처해 있는 셈이다. 탈출 비책은 '삼십육계'의 제30계인 '반객위주(反客爲主)'에 있다.
'반객위주'는 손님이 국면을 전환시켜 주인이 되는 계책으로 적의 약점을 노려 적진에 한 발을 들여 놓은 뒤 점차 세력을 확장해 마침내 적의 안방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애플에 비해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다. 특허소송 전투에서 지더라도 제품 경쟁 전쟁에서 이기면 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도 결국 '소송'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스마트 혁신'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기왕의 세계 최고수준 하드웨어 위에 인간 중심의 소프트웨어 색깔을 입히는 게 관건이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동양학 산책]
사람과 역사를 거울 삼아 스스로 경계에 힘쓰는 위기 민감형 리더가 필요
기업 CEO는 경제전쟁시대의 장수이다. 전쟁터에서 장수들의 가장 큰 적은 방심과 자만이다. 동양의 군주들은 이를 간파하고 '인감(人鑑)'과 '사감(史鑑)', 즉 사람과 역사를 통해 스스로 경계하는 '감계(鑑戒)'에 힘썼다. 정관지치(貞觀之治)의 성세를 이룬 당 태종이 대표적이다. '정관정요'의 '논임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득실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의 이치를 알 수 있다"
정관지치는 역사에 정통한 당 태종이 창업의 이치를 터득한 데다가 간언(諫言)을 널리 허용해 수성의 원리를 깨쳐 가능했다. 세종대왕이 직접 주석서까지 펴낸 자치통감의 통감(通鑑)은 '흥망의 이치를 두루 꿴 사감'이란 뜻이다. 하나라의 패망을 은나라가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은감불원(殷鑑不遠)'과 같은 취지이다.
이런 '감계'의 중요성을 최초로 언급한 동양 문헌은 좌구명(左丘明)이 각국의 역사를 모아 펴낸 사서인 '국어(國語)'이다. '국어'의 '초어(楚語)'편에 등장하는 사례이다.
기원전 523년 초 초나라의 평왕이 태자 건(建)을 위해 진나라 공실의 여인을 태자비로 맞기로 했다.
오자서의 부친인 오사는 태자의 사(師·스승), 비무극은 소사(少師·두 번째 스승)로 있었다. 태자와 사이가 나쁜 비무극이 초평왕에게 태자비를 취할 것을 권했고, 초평왕은 태자비를 취해 웅임(熊任)을 낳고, 태자에게는 따로 신부를 구해줬다. 이후 태자는 비무극의 모함으로 오자서와 함께 망명했다가 정나라에서 살해됐다. 오자서는 태자의 아들인 승(勝)의 손을 이끌고 다시 오나라로 망명했다. 초평왕이 죽자, 웅임이 초소왕으로 즉위했다.
기원전 506년 말 오자서는 오왕 합려를 부추겨 초나라 도성을 점령한 뒤 초평왕의 시신을 꺼내 채찍질을 가했다. 초나라는 이듬해 진나라의 도움으로 간신히 패망을 면했다. 당시 초나라 재상인 자서(子西)가 왕손 승을 불러들이려고 하자 섭공(葉公)이 만류했다.
"그는 작란(作亂)을 잘 한다고 하니 그를 불러들이면 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자서가 대답했다. "나는 그를 변경에 배치해 국방을 튼튼히 할 생각이오."
섭공이 말했다.
"위정자는 늘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흥망성쇠에 관한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하는 '감계'로 삼아야 합니다. 그대는 간언을 듣고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이는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충고에도 자서는 끝내 왕손 승을 불러 오나라와 접경한 지금의 하남성 식현 동쪽의 백(白) 땅에 거주케 했다. 기원전 479년 여름 왕손 승이 난을 일으켜 은인인 자서를 죽이자, 병을 핑계로 낙향해 있던 섭공은 군사를 이끌고 와 난을 평정했다.
CEO들은 섭공처럼 사람과 역사를 중시하며, 자만과 방심을 멀리하는 '위기 민감형(型) 리더'여야 한다.그래야 난세에 보국하며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상제(商帝)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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