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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 KAIST 특강. 내용,자료 / KAISTAR WEBZIN

경호... 2015. 7. 17. 03:49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 KAIST서 특강

 

 


 

 

 

"지금은 인종의 위기…향후 40년 발전 여러분에 달렸다"

 

"단지 경제적인, 문명의 위기가 아니다. 인종의 위기다."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첫 마디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지난 5월 9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를 찾았다.

 

정부 초청으로 5월 5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리프킨의 대학 강연은 KAIST 특강이 유일하다. 강연을 주관한 전봉관 KAIST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KAIST는 한국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인재 양성의 메카이며, 대덕연구단지는 바이오·에너지·정보통신·기계·화학 등 한국의 과학 기술을 선도하는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연구소가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제레미 리프킨이 강연을 수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연에서 리프킨은 "인류는 지구 생물 가운데 가장 젊은 종이다. 현재 인류의 인구 수는 70억에 육박하는데, 이는 전체 지구 생물 가운데 0.5%에 불과하다"며 "현재 우리 인류는 지구 전체 광합성의 31%를 사용하고 있다. 인류의 인구는 조만간 90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지속 가능한 삶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혁명은 곧 종말을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예로 두 개의 사건이 있는데, 첫 번째는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시장의 붕괴다. 리프킨은 "배럴당 유가가 147달러를 기록하면서 공급 체인의 모든 자재 값이 치솟았다"며 "원유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쌓아왔던 산업혁명이 그대로 멈춰버린 셈이다"고 말했다.

 

경제 지진으로 표현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60일 뒤에 온 금융 시장의 붕괴는 경제지진의 여진이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은 긴축재정 도입과 시장개혁, 국가 재정 개선 등 여진의 여파를 다루고 있지만, 진짜 위험한 상황은 현재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맞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프킨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은 피크에 이르렀다. 원유가격이 오를 때 마다 세계 경제는 마비될 수 밖에 없다"며 "IAEA는 2006년 글로벌 오일 생산이 하루당 70만 배럴로 피크에 도달했다고 선언했었다. 향후 20년 동안에는 하루 생산량이 69만 배럴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 했지만, 나머지 원유 생산 비용은 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사건은 코펜하겐 기후협약이다.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선진국은 2010년 1월 말까지, 오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코펜하겐 협정이 미국 주도로 마련됐지만 승인 대신 유의(take note) 형식으로 인정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려던 당초의 목적 달성은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포스트 교토의정서 대체안 도출은 실패하였다고 평가된 총회다.

 

리프킨은 "192개국 정상들이 회의에 모여서 '엔트로피 빌(entropy bill)을 논의했다. 경제학은 과학이론의 영향, 특히 물리학의 영향을 만힝 받았는데,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열역학 이론은 경제 활동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며 "경제학자들은 이 이론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경제활동은 에너지 생산과 관련돼 있으며, 그 과정에서 높은 엔트로피 청구서를 지불하기 때문이다"고 피력했다.

 

엔트로피는 물질계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의 하나이다. 자연현상은 언제나 물질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우주의 전체 에너지 양은 일정하고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그는 "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이 손실되며, 얻는 에너지에 비해 환경에 가해지는 피해가 더 크다"며 "첫 번 째, 두 번 째 산업혁명 기간 동안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ㅆ으며, 이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 새로운 경제 비전 필요…위대한 경제 혁명은 에너지와 통신이 만날 때

 

 

 

 

 

리프킨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향후 지구의 기온이 섭씨 3도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보수적인 수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섭씨 3도 정도 올라가면 지구 환경은 300만 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후 변화가 무서운 것은 물의 순환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지구 온도가 1% 올라갈 때 마다 대기는 7%의 수분을 흡수한다. 결과 봄에 대홍수가 더 많이 나게 되고, 겨울에는 폭설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가뭄, 허리케인, 쓰나미 등 혹독한 날씨에 더 시달리게 된다. 수백 년 동안 진행돼온 생태계는 단기간 내 이같은 변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멸종의 위기에 처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석유가 배럴당 150 달러에 육박하고, 기타 화석연료는 더 비싸지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며, 에너지 가격은 점차 올라가고, 사회 간접 자본의 유지 보수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그는 기후변화의 부작용을 겪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리프킨은 "새로운 경제 비전이 필요하다. 위대한 경제 혁명은 에너지와 통신이 만날 때 일어났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은 통신 시스템과 결합해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며 "유럽은 제3의 산업혁명을 맞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해 에너지를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EU는 제3의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기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5개의 주요 인프라 분야를 정했다"며 "첫 번째는 2020년까지 에너지 생산의 20%를 재활용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모든 회원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사항이다"고 말했다.

 

또한 리프킨은 "새로운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건물들을 사용하기로 했다. EU의 목표는 모든 빌딩의 전체 또는 일부를 그린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전환시키는 것"이라며 "실내 햇볕, 건물 외벽 바람, 지하실 지열, 쓰레기 등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이는 고용 창출 효과와 천 여 개 이상의 기업 탄생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저장과, 인터넷을 통한 에너지 연계, 전기차의 충전을 가능케 하는 것을 중심축으로 소개했다. 리프킨은 "5개의 축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며 "앞으로 인류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것처럼 값싸고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의 민주화는 인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 "KAIST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향후 40년 발전이 여러분에게 달렸다"

 

 

 

 

 

리프킨은 한국 정부의 기조이기도 한 녹색성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녹색 성장을 추구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제는 말만이 아닌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며 "아시아도 유럽처럼 유니온을 형성해 에너지를 수평적으로 협력해서 사용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한국, 인도 등으로 구성된 유니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은 지형적인 조건에서 우수하다. 리프킨은 "반도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 그런데도 한국은 2%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있으면서 태평양 지역에까지 인접해 이다.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세대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며 "인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 제3의 산업 혁명을 위해서는 의식과 인식의 변화가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프킨은 이어 "모바일하버와 전기자동차를 봤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기후변화를 경감시키고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KAIST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에 있는 모든 대학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라. 향후 40년 발전이 여러분에게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제3의 산업혁명

 

- 인터넷, 녹색전기, 3-D 인쇄가 지속가능한 분배 자본주의 시대를 가져와 -

 

저자: 제레미 리프킨

 

산업혁명 이래 인류를 지배해온 문명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석유나 기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오던 현재의 산업구조는 노후하였고 피폐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증가하고 정부, 산업계 및 소비자는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삶의 질이 떨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10만 명의 인구가 기아로 고통 받고 있으며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라는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 업계, 시민사회는 2008년 여름에 시작된 ‘대불황’ 이래 지구촌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을 해왔다. 경기회복을 위해 현재 여러 나라에서 긴축 재정 도입, 노동 시장 개혁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못하다. 독일 수상인 안젤라 메켈은 그녀가 취임하기 전 내게 베를린으로 와서 자신의 행정부를 위해 ‘21세기 독일의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요청에 나는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기존의 에너지 시대, 또 그 에너지가 가져온 산업혁명의 마지막 단계를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신은 독일의 경제, 혹은 유렵공동체, 나아가 지구촌의 경제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십니까?”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제2의 산업혁명은 종말을 고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탄소배출이 없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대범하고도 혁신적인 새로운 경제철학이다. 새로운 비전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기술변화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원리

 

역사상 위대한 경제혁명은 새로운 통신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과 융합될 때 나타났다. 새로운 에너지 혁명은 산업의 확장과 복합무역을 가져왔으며, 통신혁명은 이처럼 복잡해진 산업활동을 지원했다. 19세기 증기 동력원을 이용한 값싼 인쇄술과 공립학교의 출현은 지식노동자를 배출했으며, 이들은 통신기술을 활용해 석탄과 증기 기술이 가져온 대량생산 산업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제1의 산업혁명을 가져왔다. 20세기에는 중앙집중 방식의 전기 통신매체-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가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교외생활시대(suburban era), 대중문화를 주도하면서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 산업구조로 제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오늘날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결합해 제3의 산업혁명을 가져올 새로운 산업구조가 탄생할 것이며, 이 산업혁명 하에서 21세기는 에너지 자원이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 분배될 것이다. 다가올 시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 사무실,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며, 현재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듯이 ‘에너지 인터넷’을 통해 녹색전기를 나누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제3의 산업혁명은 수천만 개의 새로운 비즈니스와 직업을 창출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지구촌 경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제3의 산업혁명을 지탱시키기 위해서는 5개의 핵심적인 축이 필요하며, 이들 요소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상호작용하고 있다. 1)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2) 전 세계에 건립된 건물들이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소형 발전소로 전환되는 것, 3) 수소 저장 및 기타 에너지 저장 기술을 모든 건물에 적용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세계 각 국의 전력망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에너지 인터넷’을 구축하는 것1], 5) ‘이동 서비스 인력’을 배치해 필요에 따라 플러그인 전기차 혹은 연료전지 전기차가 대륙 및 국가간에 설치된 상호 스마트 전력망을 통해 녹색전기를 사고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3의 산업혁명을 가져올 재생에너지체제(renewable energy regime)는 건물들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에너지의 일부는 수소로 저장되고, 에너지는 녹색전기인터넷을 통해 배분되고, 플러그인 전기차에 사용되어 0%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5개의 핵심 축들은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든다. 21세기 전반기동안 세계 금융계는 제3의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산업구조를 위한 기반을 준비해야 한다.

 

1] 수백 개의 빌딩이 현장에서 혹은 각 지역별로 생산하는 소량의 재생에너지는 빌딩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잉여 녹색전기는 전력망에 되팔거나 인근 지역 및 국가와 나누어 사용한다.

 

 

수평적 세력으로의 전환

 

제3의 산업혁명은 산업혁명시대의 마지막 단계이자 향후 인류가 맞게 될 협력시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다. 제3의 산업혁명으로 완성될 ‘산업혁명시대’는 산업화적인 사고, 기업, 시장, 대량노동인력 등으로 대변되던 인류의 지난 200년 동안의 상업 활동에 대한 종식을 의미한다. 이후 도래 할 새로운 시대에는 협력, 소셜 네트워크, 전문 기술 인력이 중심이 된다. 다가올 세기의 상반기에는 제1차, 2차 산업혁명 하에서 운영되던 기존의 중앙집중식 비즈니스가 제3의 산업혁명 산업구조에 통합되며, 전통적이고도 수직계급적인 경제 및 정치조직은 사회전체에 걸쳐 여러 개의 교점으로 등장하는 수평세력(제3의 산업혁명 하에서 성장한)으로 전환될 될 것이다.

 

수평세력은 세계를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스티브잡스를 비롯한 혁신가들은 극소수의 대기업이 소유하고 통제하던 비싼 중앙집중형 대형 컴퓨터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값싼 데스크톱 컴퓨터 및 핸드폰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 수십억명의 사람들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온라인 소셜환경에서 서로의 음악, 지식, 삶을 공유하고 소통하게 되었다. 온라인상에서 타인과의 동등한 교류를 허용하는 ‘통신의 민주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진보를 가져 왔다.

 

새로운 녹색에너지산업은 통신에서 이룩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인류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것처럼 값싸고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한 정보처럼 태양력,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수력, 조력 자원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제공될 것이며 무한 사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통신을 통해 녹색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때 모든 인류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수십억 인류가 대륙간 녹색전기인터넷망을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공유할 때, 인류는 보다 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분배 자본주의

 

에너지 체제는 문명의 형성, 상업 및 무역활동 결과물의 배분, 혹은 정치세력이 어떻게 행사되고 사회관계가 맺어지는 등 인류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어 왔다. 21세기 제3의 산업혁명이 인류의 경제 권력을 어떻게 재분배시킬지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화석연료에 근거한 제 1차, 2차 산업혁명이 지난 19세기와 20세기에 권력관계를 어떤 식으로 재편해왔는지 이를 먼저 검토하고자 한다.

 

석탄, 석유 및 천연가스는 몇몇 지역에서만 채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급에너지원에 속한다. 이들 자원을 보존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군사투자와 정부의 지형적, 정치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지하에 매장된 화석연료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위하달식의 명령체계와 방대한 자본의 집중이 요구된다. 이런 에너지 시스템 하에서는 중앙집중식 생산과 분배(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중앙집중형 에너지 구조가 경제전반을 관장하고 산업구조 역시 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석유문화로부터 배출된 거의 모든 주요 산업, 즉 금융, 통신, 전력, 건설 등이 (석유 생산과 분배에서처럼) ‘규모의 경제논리’에 따라 거대한 조직으로 존재하고 있다. 석유산업처럼 이들 산업체들은 중앙집중식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으며, 운영을 위해서는 엄청난 자본의 축적이 요구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4개중 3개는 석유회사(로얄 더치 셀, 엑슨 모빌, BP)다. 거대한 에너지 기업 산하에는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약 5백 개의 글로벌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통합 수익 22조 5천억, 전 세계 62조 GDP의 삼분의 일에 해당). 이들 기업은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그 생존을 의지하고 있다.

 

반면 근래 등장하고 있는 제3의 산업혁명은 재생에너지의 분배에 따라 산업구조가 형성된다. 재생에너지는 지구촌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무상으로 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수백 개의 지역에서 생산되고 저장되어 대륙간 녹색전기인터넷을 통해 서로 나눠 쓰게 된다. 녹색전기인터넷은 에너지를 최적화시켜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인류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도와준다. 재생에너지의 분배는 (석유에너지의 생산과 분배에서 보이는) 수직적인 권력 체계가 아닌 협력을 도모하는 수평적인 권력을 만들어 낸다. 이 같은 수평적인 권력 체제는 이를 닮은 경제조직 모델을 탄생시킬 것이며, 공정한 배분과 협력을 촉진시키는 산업혁명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창출된 부의 공정한 분배를 가져올 것이다.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통신, 화석연료, 원자력 등 거대한 자본 비용이 드는 산업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던 시대는 새로운 ‘분배 자본주의 시대’로 바뀔 것이다. 분배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기업가, 협력자가 되어 정보와 에너지를 생산하고 배분하게 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기타 인터넷 기반 글로벌 기업들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수천 개의 작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빌딩을 녹색 소형 발전소로 바꾸어 전기를 생산하고 지역전기네트워크를 통해 에너지를 공유한다.

 

지금까지 지배해온 자본주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경제와 기업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음악과 출판 산업의 경우 음악 파일 공유, 이북, 블로그 등의 등장으로 중간거래 비용이 대폭 감소되어 이들 산업의 외형이 크게 바뀌었다. 녹색에너지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제조업의 민주화

 

거대한 공장 조립라인에서 노동자가 만들던 제품의 일부 혹은 완제품이 개인의 집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좀더 저렴하고 신속하게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된다고 가정해보자. 제3의 산업혁명 경제가 개인이 정보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새로운 디지털 제조혁명은 개인이 내구재를 제조하게 만든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모두가 제조업자, 인터넷 기업, 전력회사가 된다. 이 과정을 나는 3D 인쇄 시스템2]이라고 부른다.

 

공상과학소설 같지만 이 현상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산업생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내구재를 디자인하고 소프트웨어의 설명에 따라 3D 인쇄 시스템을 이용해 제품을 제조한다. 가령, 가루, 플라스틱 용액, 혹은 철을 이용해 어떤 발판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3D 인쇄로 복제도 가능하며, 보석,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부품 등 모든 제품이 생산 가능하다. 나는 이를 ‘첨가 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 부른다. 첨가제조는 물질을 자르고 오려낸 뒤 붙이는 (기존의) ‘공제 제조(subtractive manufacturing)’와는 다른 개념이다.

 

3D 인쇄 시스템에서는 기존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원자재의 10%만이 쓰이며 공장에서의 대량생산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제품의 가격대가 낮아졌다. 인터넷이 정보생산 및 사용료를 대폭 낮췄듯이 첨가제조는 제품의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창업 기회를 늘여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변화시킨다. 이미 꽤 많은 중소기업들이 설립되고 있다(위드인 테크날리지스, 베스포크 이노베이션스, 3D 시스템스, 메이커보트 인더스트리스 등).

 

디지털 제조 과정에서 절약된 에너지는 지구 전체로 따져 본다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다. 제품의 생산과정에 재생에너지가 사용되고 그 재생에너지가 건물의 현장에서 생산된다면 제3의 산업혁명이 가진 수평적인 권력을 잘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의 84%가 열역학 효율성 증대에 있다고 본다면(생산성 향상의 14%만이 노동력에 투입된 자본의 효과인 것에 비하면), 제3의 산업혁명 하에서 디지털 3D 인쇄 시스템이 가져올 변화는 엄청나다.

 

2)번역자 주: 작가의 인쇄(printing)라는 말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어 프린터로 인쇄하여 책을 만들듯이 내구재 제품도 컴퓨터나 온라인상으로 제작하여 공장의 기계가 입체적으로 제품을 찍어 내듯이 3D로 인쇄(제조)한다는 뜻으로 사용함.

 

 

제로에 가까운 마케팅 및 물류 비용

 

제 1차, 2차 산업혁명시대에 형성된 중앙집중형 산업구조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높아 이를 부담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 유리했다. 그러나 21세기 인터넷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켜 수많은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홍보함으로써 대기업과 경쟁하거나 때로는 대기업보다 판매가 앞서는 경우도 있다. 7년 전에 설립된 인터넷 창업기업 에츠시(Etsy)를 예로 들어보자. 에츠시(Etsy)는 로브 카린이라는 한 개인이 만든 가구회사로 그는 자신의 집에서 수공 가구를 만들어 팔았다. 로브는 몇몇 친구와 함께 인터넷을 이용해 전 세계 50여 개국 목공업자와 교류하는 한편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시켜 나갔다. 그의 이 같은 인터넷 마케팅은 자신의 일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산업자본주의 도래 이래 사라져갔던 목공업을 부활시키는데도 일조했다.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상인(seller)과 고객(buyer)간의 교류는 거의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매업자에서 소매상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상인을 없애고 셀러와 바이어를 직접 연결해주는 가상 네트워크는 마케팅 비용으로 부담되던 중간단계 비용을 없앴다. 에츠시는 글로벌 공예 바자회를 설립해 수직적인 명령하달 체계가 아닌 수평적인 산업 구조를 가진 협력을 통해 제품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에츠시는 셀러와 바이어의 관계를 친밀하게 만드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의 회사 웹 사이트에는 정보방이 개설되어 고객과 상호교류 할 수 있으며 온라인 공예 쇼를 주최하거나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익명의 노동자가 공장에 앉아 생산하는 거대 기업의 제품에는 에츠시에서 엿볼 수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일대일 친숙함이 없다.

 

에츠시의 대표인 로브 카린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의식’을 겸비해 모두가 소속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기업 목표라고 했다. 수백 개의 살아 있는 지역 경제 주체를 서로 연결해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비전이 바로 제3의 산업혁명이 지향하고자 하는 모델이다.

 

새로운 3D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제품생산에도 주문화가 이루어져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에너지가 크게 절약된다. 제품은 수천 개의 지역 소형 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어 운송될 필요가 없으며, 물류는 녹색전기와 수소로 가동되는 운송수단이 담당하게 된다. 수평적 권력을 가져올 제3의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중소형기업이 번성하게 된다. 대기업은 주요 생산자와 유통 업자에서 상업과 무역을 움직이는 여러 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유지하는 관리자로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21세기 직업

 

새로운 경제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6개의 지역에서 에너지 인터넷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정이나 업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모으고, 수소 형태로 저장하고, 스마트 에너지 인터넷을 통해 녹색전기를 공유하고 있다. 수백만 개의 상업용 건물과 일반 주택이 소형 그린 파워 발전소가 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시먼스, 보스, 다임러 등의 기업은 정교한 새로운 IT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전자제품 및 자동차 등을 개발해 스마트한 빌딩, 산업기반시설, 그리고 그린 모빌리티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제3의 산업혁명은 세계 각 나라의 경제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게 된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이며 수많은 직업이 창출될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되며 수백만 개의 건물을 그린 마이크로(green micro) 발전소로 바꿔야 되며, 수소나 기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국가의 사회간접시설에 설치해야 한다. 그린 에너지 인터넷을 설치하고 내연기관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꿔야 한다.

 

각 국가는 산업기반시설을 개편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고급 산업인력을 훈련시켜야 하며, 그 규모는 제 1차, 2차 산업혁명시대 초기에 있었던 전문 산업인력의 훈련과 맞먹는다. 제3의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기술은 재생에너지, 녹색 건설, IT 및 임베디드 컴퓨팅, 나노테크날리지, 지속가능한 화학, 연료전지 개발, 디지털 전력망 관리, 하이브리드 전기 및 수소동력 운송시스템 등의 분야로 구성될 전망이다.

 

분배와 협력을 안배한 연구개발 전략, 오픈 소스 및 네트워크 상에서의 상거래, 성과위주 계약체결, 공동절약합의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물류 및 공급망 관리 등 기업가와 관리자도 첨단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된다. 제3의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 인력의 기술 숙련도나 관리 스타일은 분명 제2의 산업혁명시대가 필요로 했던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제3의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산업세력의 중심이 중앙집중형 관리체계를 갖춘 글로벌 기업에서 (수평적으로) 분배된 중소기업으로 옮겨갈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중간상인(비용)의 급속한 몰락은 정보, 에너지, 제조, 마케팅, 물류의 민주화를 가져왔고, 오늘날 우리가 간주하던 상업활동에 대한 인식을 바꿀 ‘분배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제3의 산업혁명은 21세기 중반쯤 우리가 지속가능한 탄소 후 시대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과학, 기술, 제3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계획이 있다.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 될 것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새로운 모델의) 경제적인 가능성을 인지하고 제 때에 그 모델을 달성하고자 의지를 모을 것이냐 아니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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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의 자료는 KAIST의 문서파일을 옮긴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