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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보는 경영 전략 ③ 사기 염파인상여열전. ④ 정관정요 육정(六正)육사(六邪)

경호... 2015. 7. 4. 04:46

인상여의 진심을 알고 사죄하는 염파.

 

 

고전으로 보는 경영 전략 ③ 사기 염파인상여열전

 

나라 위해 목숨 던진 배짱
문경지교로 사직의 안녕을 이루다

 

김원중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한국학진흥사업위원장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말이 있다. 맹자(孟子)가 한 말로, 세상에 거리낄 것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뜻한다. 이 호연지기를 겸비한 대표적 인물로 『사기』 ‘염파인상여열전’에 나오는 인상여(藺相如)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지혜와 용기를 겸비하고 호연지기의 기상을 지닌 자로서 조나라 환관의 우두머리인 무현(繆賢)의 가신이었다.

 

남다른 배짱으로 화씨벽을 지켜낸 인상여

 

당시 진나라는 강력한 변법과 법치를 내세워 천하 통일을 위한 고지로 내닫고 있었다. 동쪽의 여섯 나라들이 진나라와 손잡으려 애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진나라의 주가도 덩달아 치솟았다.

사건은 조나라 혜문왕이 초나라의 보물 화씨벽(和氏璧·화씨의 구슬)을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된다. 천하에 둘도 없는 보옥에 탐이 난 진나라 소공(昭公)은 조나라에서 빼앗은 성 열다섯 개와 화씨벽을 맞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약소국인 조나라 입장에서는 화씨벽을 준다고 성을 정말 돌려줄 것 같지도 않고, 주지 않자니 이를 빌미로 진나라 군대가 쳐들어올 것 같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사로 나선 인물이 바로 인상여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진나라가 성을 내주는 조건으로 화씨벽을 달라고 했는데, 조나라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잘못은 조나라에 있습니다. 그러나 조나라에서 화씨벽을 보냈는데도 진나라가 성을 주지 않으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차라리 요구를 받아들여 잘못을 진나라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염파인상여열전’)

 

명쾌한 논리로 이렇게 말한 인상여는 화씨벽도 뺏기지 않고 조나라도 지키겠노라 선언한 후 진나라로 향했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들고 가 진왕의 의사를 떠보고 진정성이 없으면 온전히 다시 가져온다는 발상이었다.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왕은 화씨벽을 손에 넣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인상여는 진왕이 성을 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구슬에 있는 작은 흠을 보여주겠다며 구슬을 낚아채고는 궁궐 기둥에 붙어서 불같이 호통을 쳤다.


“만일 왕이 약속을 어기신다면 신(臣)의 머리는 이 화씨벽과 함께 기둥에 부딪쳐 깨질 것입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대단한 용기요 협박이었다. 인상여의 기백에 놀란 진왕은 지도를 가져와 돌려줄 성과 그 지역을 표시하고 만다. 하지만 인상여는 이 말 역시 거짓이라고 판단해 진왕에게 닷새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구빈(九賓)의 예를 행해야만 그 말을 믿겠노라고 말한다.

진왕은 하는 수 없이 인상여를 닷새 동안 잘 대우해줬고 그 사이 인상여는 화씨벽을 조나라로 몰래 보내버렸다.


이 사실을 안 진나라 신하들은 인상여를 형벌로 다스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진왕은 조나라와의 우호 관계를 위해 분을 삭이며 인상여를 조나라로 보내고 말았다. 조나라의 승리요 진나라의 패배였다.

 

인상여는 정녕 대단한 배짱의 소유자다. 그가 어떻게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사마천의 말처럼 “죽음을 알면 용기가 솟아난다.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왕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사사로운 감정을 털어버린 대인배

 

인상여는 이 공을 인정받아 상대부(上大夫)의 자리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환관의 가신에서 지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이런 인상여의 공적을 시기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친구인 염파(廉頗)였다.

염파는 장군으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 야전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하며 세
상의 풍파를 거친 염파 입장에서는 미천한 출신의 인상여가 겨우 세치 혀만 가지고 자신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인상여를 만나면 모욕을 주리라 마음먹고 언제든 만날 날만 기다렸다.

어찌된 일인지 인상여는 그런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조회가 있을 때는 병을 핑계 삼아 나가지 않았고, 멀리 염파가 보이면 수레를 끌어 숨어버릴 정도였다. 용기 있는 인상여의 모습은 다어디 갔나 싶은데, 불만을 토로하는 하인들에게 인상여는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진나라 왕을 꾸짖은 내가 염파를 겁내겠소? 생각해보니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내가 지금 염파를 피하는 이유는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 하기 위함이오.”

 

개인적인 감정이 있을 법한데도 과감히 털어버린 대인배의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 그리고 웃옷을 벗어 던진 채 가시 채찍을 짊어지고 인상여에게 찾아가 자신의 행동을 사죄한다.

이후 두 사람은 목을 베어줄 수 있을 만한 평생의 지기가 됐다. ‘문경지교(刎頸之交)’라는 말도 이 두 사람에게서 나왔다.

 

만용과 용기는 다른데 더러는 둘을 착각한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은 필부나 하는 행동이다. 인상여가 진나라 왕에게 불복종함으로써 복종한 대상은 바로 조나라의 사직(社稷)이었다.

그는 이 사직을 아끼고 사랑했기에 그런 용기가 솟아난 것이고 자신의 목숨과 자존심을 모두 던질 줄 알았던 것이다.

 

인상여처럼 조직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배짱, 친구의 시샘을 비껴가며 조직을 생각하는 대범함을 소유한 자가 있다면 그 리더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상여를 믿고 보낸 혜문왕이나 인상여를 돌려보낸 진왕의 리더십 역시 돋보인다. 조직은 구성원을 믿어주고 구성원 역시 조직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을 때 탄탄대로일 수밖에 없다.

 

 

 

 

위징 초상화. 위징은 정관 14년 올린 상소문에서 올바른 신하인 육정과 사악한 신하인 육사로 신하의 유형을 구분한 바 있다.

 

 

고전으로 보는 경영 전략 ④ 정관정요

 

“천 장의 양가죽, 겨드랑이 털 하나만 못해”
조직을 망치는 신하와 조직을 살리는 신하

 

소통 리더십의 위대한 경전인 『정관정요』의 ‘군신감계(君臣鑒戒)’에 이런 말이 나온다.

“대신(大臣)에게는 중대한 일을 맡기고 소신(小臣)에게는 작은 일을 맡겨야 하는데, 위징은 중대한 일을 소신에게 맡기고 작은 일을 대신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과연 어떤 사람이 대신이고 어떤 사람이 소신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천 장의 양가죽이 여우 겨드랑이 털 하나만 못하다”(‘택관(擇官)’)는 비유가 있듯 양가죽을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여우 겨드랑이 털의 가치에 비해 떨어지니 천 명의 범재, 즉 보통의 인재는 단한 명의 비범한 인재를 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 태종은 늘 사람을 임용해 쓰는 것은 그릇을 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릇마다 용도가 다르듯 각각의 신하도 그 쓰임이 다르다는 것이다. 신하를 임명하는 것은 군주의 권한이지만 잘못 선택했을 때 입는 타격은 군주 혼자 감당해야 할 범위를 넘어선다.

 

‘택관’ 첫머리에 있는 당 태종의 인사 지침은 다음과 같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오로지 재능을 잘 헤아려 관직을 주고 관원의 수를 줄이는 일에 힘쓰는 데 있소. (……)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해 등용하면 비록 관원의 수가 많지 않아도 충분하오.
그러나 선발해 등용한 사람이 좋지 않다면 설사 관원이 많아도 무엇에 쓰겠소!”

 

올바른 신하인 육정(六正)과 사악한 신하인 육사(六邪)로 신하의 유형을 구분한 것 또한 오늘날 깊이 음미할 만한 내용이다. ‘택관’ 편에 나오는 이 두 유형은 정관 14년 위징의 상소문에 등장한다.

 

육정(六正) 은 이와 같다.

 

▶성신(聖臣): 일의 싹이나 형체가 드러나기도 전에 독자적으로 나라의 존망과 득실의 요령을 정확히 파악해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소명시켜 군주가 영광된 지위에 머물도록 하는 신하.

 

▶양신(良臣): 전심전력으로 국사를 처리하고 매일같이 군주에게 좋은 의견을 바치며, 예의로써 군주를 염려하고 훌륭한 계책은 군주에게 아뢰고, 군주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면 따르고,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는 바로잡는 신하.

 

▶충신(忠臣):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현명하고 재능 있는 자를 추천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고, 항상 고대 현인의 행실을 칭찬하며, 그것으로 군주의 의지를 격려하는 신하.

 

▶지신(智臣): 일의 성패를 분명하게 볼 줄 알고, 일찍 대비하고 법을 세워 보충하며, 새는 부분을 막고 재앙의 뿌리를 끊으며, 재앙을 복으로 만들어 군주가 시종 근심이 없도록 하는 신하.

 

▶정신(貞臣): 법도를 준수하며, 인재를 추천해 직무를 잘 처리하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봉록을 탐하지 않고, 상을 다른 사람에게 사양하고, 음식을 절약하며 검소하게 사는 신하.

 

▶직신(直臣): 군주가 어리석어 나라에 혼란이 발생했을 때 아첨하며 윗사람의 행위를 따르지 않고, 과감하게 군주의 성난 안색을 마주하고 군주의 허물을 면전에서 논하는 신하.

 

 

이 중 가장 훌륭한 신하는 두 번째 양신이니 우리가 흔히 좋은 신하로 생각하는 충신은 양신에 미치지 못한다. 당 태종은 충신과 양신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위징의 이런 구분을 듣고 이해하게 된다.

양신은 훌륭한 이름을 얻게 하고 군주가 훌륭한 명성을 얻어 자손 대대로 전해지게 만드는데, 충신은 죽음을 당하고 군주의 이름을 더럽게 하며 심지어 나라마저 위태롭게 만드니, 충신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육정’과 달리 ‘육사(六邪)’ 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신하의 유형으로 보면 된다.

 

 

▶구신(具臣): 머릿수만 채운 신하. 관직에 안주하고 봉록을 탐하며 공사에 힘쓰지 않고, 세태의 흐름에 따라 부침하며, 일이 발생하면 관망할 뿐 자신의 줏대는 전혀 없는 신하.


▶유신(諛臣): 아첨하는 신하. 군주가 어떤 말을하든 모두 좋다고 하고, 군주가 어떤 일을 하든 모두 옳다고 하며, 은밀히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몰래 찾아 바치고, 그것으로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군주의 수법에 영합해 자신의 관직을 보존하며, 군주와 함께 즐기면서도 이후의 폐해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 신하.


▶간신(奸臣): 속으로는 간사하고 사악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겉으로는 근신하고 교묘한 말과 온화한 낯빛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지만 늘어진 사람을 질투하며, 그가 누군가를 추천할 때는 장점만을 과장되게 칭찬하고 단점은 가리며, 누군가를 비방할 때는 그 사람의 허물을 과장되게 나타내고 장점은 가려 군주가 포상과 징벌을 모두 적절하게 시행하지 못하게 하고, 명령을 집행할 수 없게 하는 신하.


▶참신(讒臣): 교묘하게 잘못을 가리고 궤변으로 유세를 하며, 속으로는 골육지친의 관계를 이간시키고, 밖으로는 조정에서 반란을 조성하는 신하.


▶적신(賊臣): 대권을 쥐고 전횡하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사사로이 패거리를 지어 자기 집만 부유하게 하고 임의로 성지를 위조해 스스로 존귀해지는 신하.


▶사신(邪臣): 화려하고 교묘한 말로 군주를 속여 군주가 불의에 빠지게 하고, 사사로이 당파를 결성해 군주의 눈을 가리고 군주가 흑백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며, 시비가 불분명해 군주의 악명이 온 나라와 사방 이웃 나라에까지 퍼지도록 해 나라를 멸망시키는 신하.

 

 

주위에 이런 신하들이 존재한다면 군주는 위험에 빠지게 되고 사직을 망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조직의 리더는 어떤 유형의 구성원들이 있는지 살펴 보고, 구성원들은 이 열두 가지 유형 중 혹시 관련되는 부분은 없는지 자기관리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간신, 참신, 유신을 욕하지만 우리도 늘 이런 유형에 빠져들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원

Bell Ringer 인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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肉袒負荊 [육단부형] . 負荊請罪 [부형청죄]

웃옷 한쪽을 벗고 가시 나무를 짐. 곧, '잘못을 크게 뉘우침'의 뜻. 負荊請罪

裸露上身,背負荊條。表示謝罪請罰。《史記.卷八一.廉頗藺相如傳》:「廉頗聞之,肉袒負荊,因賓客至藺相如門謝罪。」

 

【詞義】 負:背上。荊:荊條,古時用來鞭打犯人的工具。請罪:請求責罰。這則成語的意思是指背著荊條,請求責罰。表示向人認錯道?,甘受懲處。

荊은 가시나무 가지다. 옛부터 죄수를 채칙질하던 물건이다. 청죄請罪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 처벌을 구하는 것이다. 곧 성어로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스스로 달게 벌을 받겠다는 의미이다.

 

負荊請罪부형청죄 : 가시 나무를 등(等)에 지고 때려 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認定)하고 사죄(謝罪)하는 것을 의미(意味)함

荊가시나무 형: . 가시나무 2. 곤장(棍杖) 3. 아내 4. 땅 이름 : [부수]?(초두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