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弔燈이 있는 풍경 / 문정희

경호... 2013. 7. 9. 08:48

 

 

 

 

 

 

    弔燈이 있는 풍경 / 문정희

 

 

 

 

     이내 조등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80세까지 장수를 했으니까
     우는 척만 했다
     오랜 병석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죽었다
     내 엄마, 그 눈물이
     그 사람이 죽었다


     저녁이 되자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내가 배가 고파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죽었는데
     내 위장이 밥을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 갖다 준 슬픈 밥을 못 이긴 척 먹고 있을 때
     고향에서 친척들이 들이닥쳤다
     영정 앞에 그들은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몇 십 년 만에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이 사람이 막내 아닌가? 폭 늙었구려."
     주저 없이 나를 구덩이 속에 처박았다
     이어 더 정확한 조준으로 마지막 확인 사살을 했다


     "못 알아보겠어.
     꼭 돌아가신 어머니인 줄 알았네"

 

 

 

첨부이미지

                                  花燈/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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