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광스님의 임제록
언어유희 끊고 곧장 본체로 향하는 조사어록의 왕
황벽 희운 스님 제자로 임제종 종조
‘할’고함 깨달음 방편 삼아 후학 길러
조계종 뿌리로 한국불교에 큰 영향
9세기 중국조사선 찬란한 시대열어
일체의 언어유희(言語遊戱)를 끊고 몽둥이(棒)와 고함(喝)을 방편 삼아 곧장 본체로 들어가는 통쾌함은 임제선의 특징이다. 이런 임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임제록은 조사선의 골수를 담은 금구성언이다. 어록 중에서도 군계일학(群鷄一鶴), 어록의 왕, 군록의 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본지와 동산불교대학이 공동으로 개설한 종광 스님의 ‘임제록’ 강의를 격주로 연재한다. 조계종의 뿌리이기도 한 임제 스님의 활달하고 걸림 없는 선의 세계에 몰록 들어가는 인연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2012.01.26
임제의현(臨濟義玄·?∼867)스님은 태어나신 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열반하신 해가 867년이니 9세기 중후반을 사신 스님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사선(祖師禪)은 7~9세기 선불교를 말합니다. 이것을 조사선 불교, 혹은 조사선 시대라고 합니다. 임제 스님이 살았던 시기는 조사선이 찬란한 꽃을 피웠던 시대입니다.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인 조계종의 뿌리도 이 임제 스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까닭으로 임제 스님에 대한 존경과 경외는 우리 불교의식에 잘 남아있습니다.
‘황매산하(黃梅山下) 친전불조지심인(親傳佛祖之心印) 임제문중(臨濟門中) 영작인천지안목(永作人天之眼目).’
“황매산 아래에서 스스로 부처님과 조사들의 심인(心印)을 전해 받고 임제 스님 문중에서 영원한 인천의 안목이 되어주소서.”
스님들이 입적하시고 나면 축원할 때 빼놓지 않는 내용입니다. 조계종이 임제 스님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제 스님은 인천의 안목을 가진 선지식으로 후학들이 존경했던 스님입니다.
여기서 황매산은 오조홍인(五祖弘忍) 스님이 사셨던 곳입니다. 홍인 스님은 육조혜능의 스승입니다. 중국불교는 홍인 스님의 시기에 와서야 비로소 정착을 시작합니다. 이 시대를 동산불교(東山佛敎)시대라고도 하는데, 선을 하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뤄 수선(修禪)을 업으로 하는 교단이 탄생한 것입니다.
중국에 선이 전래된 것은 인도의 달마 스님으로부터입니다. 그래서 선의 역사를 말할 때 초조달마(初祖達磨)로 시작해서 이조혜가(二祖慧可), 삼조승찬(三祖僧燦), 사조도신(四祖道信), 오조홍인(五祖弘忍), 육조혜능(六祖慧能) 이렇게 부릅니다. 이것을조통설(祖通說)이라고 합니다. 조사의 법통 혹은 계보라는 뜻입니다.
특히 육조 혜능에 와서 뛰어난 제자들이 대거 배출되는데, 이때 비로소 중국선은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됩니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남악회양(南嶽懷讓), 청원행사(靑原行思), 영가현각(永嘉玄覺), 남양혜충(南陽慧忠), 하택신회(荷澤神會) 등 다섯분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남악회향, 청원행사 스님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분들을 통해 그 유명한 중국선종의 오가칠종(五家七宗)이 탄생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남악회향 스님의 제자로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로 유명한 마조도일(馬祖道一)이 있습니다. 또 마조의 제자로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선종의 전통을 세운 백장회해(百丈懷海)가 있습니다. 백장 스님의 시대에 와서 비로소 총림이 만들어집니다.
그 백장 스님의 제자가 황벽희운(黃檗希運) 스님이고 이 황벽 스님의 제자가 바로 임제 스님입니다. 남악회향으로부터 비롯된 이들 스님들의 문하에서 위앙(仰)과 임제(臨濟)종이 생깁니다. 또 청원행사 스님을 뿌리로 해서 조동(曹洞), 운문(雲門), 법안(法眼)종이 나옵니다. 이를 합해서 오가(五家)라고 합니다. 그리고 임제종이 후대에 양기(楊岐)와 황룡(黃龍)파로 분기되면서 이를 합해서 칠종(七宗)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가칠종(五家七宗)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조계종은 임제종에 연원을 두고 있습니다. 임제종 중에서도 양기파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중국 선종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 조계종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일단 기억해 두고 임제록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제록은 서문(序文), 상당(上堂), 시중(示衆), 감변(勘辯), 행록(行錄), 그리고 탑기(塔記)로 구성돼 있습니다. 상당은 상당법어를 말합니다.
시중은 일상적으로 해 주신 법문, 감변은 올바른 것을 가린다는 말입니다. 행록은 임제 스님의 행장입니다. 그런데 가장 처음에 나오는 서문이 사실은 가장 늦게 쓰인 글입니다. 1120년의 것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임제 스님이 돌아가시고 대략 254년이 지나서 쓴 글입니다.
따라서 임제록을 공부할 때 서문을 먼저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임제록 전체를 압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임제록을 모두공부하고 나서 읽어야 효과가 크고 무엇보다 이해가 쉽습니다.
그렇다면 임제록을 공부할때 어디부터 봐야 할까요. 행록입니다.
행록은 앞서 밝힌 대로 임제 스님의 행장입니다. 살아온 삶에 대한 정리입니다. 따라서 행록을 먼저 읽으며, 임제 스님의 삶을 살펴본 연후에 본격적인 가르침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행록(行錄)
師初在黃檗會下하야 行業이 純一이어늘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나 與衆有異로다 遂問, 上座在此多少時오 師云, 三年이니다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麻오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되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師初在黃蘗會下。行業純一。
首座乃歎曰。雖是後生與?有異。
遂問。上座在此多少時?。
師云。三年。
首座云。曾參問也無?。
師云。不曾參問。不知問箇什??
首座云。汝何不去問堂頭和? 如何是佛法的的大意?。
해석)
임제 스님께서 처음에 황벽 스님의 회상에 있었는데 행업이 순일하였다.
이때 수좌 소임을 보던 목주 스님이 칭찬하여 말하기를 “비록 후배이기는 하나 다른 대중과는 사뭇 다르구나”했다.
그리고 (어느날) 임제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고.”
이에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3년입니다”
목주 스님이 다시 물었다. “법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가”
그러자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아직 묻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목주 스님이 말했다. “그대는 방장 스님을 찾아뵙고 어떤 것이 불교의 확실한 대의입니까라고 왜 묻지 않는가.”
강의)
행업(行業)은 공부, 혹은 수행을 말합니다. 순일(純一)은 순수하고 한결같았다는 의미입니다. 임제록에 등장하는 수좌 스님은 목주(睦州) 스님입니다. 진존숙(陳尊宿)이라고도 불리는데 존숙(尊宿)은 총림의 어른을 높여 부르는 호칭입니다. 흔히 그냥 목주 스님이라고 하는데 ‘고승전’에 그분의 행적이 잘 나와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아직 방장이라는 제도가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제록에서는 방장(方丈) 스님을 당두화상(堂頭和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선당(禪堂)의 최고 어른이라는 뜻입니다.
목주 스님을 여기서는 수좌(首座) 스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선원에서 방장 스님을 제외하고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앉는 분이 수좌 스님입니다. 한문 그대로 ‘으뜸자리’에 앉는 분입니다. 그래서 수좌 스님은 당두화상을 보좌하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 공부하는 스님들을 지도하며 잘 살펴보았다가 눈 밝고 근기 뛰어난 스님들을 방장 스님에게 인도해 깨달음의 싹을 틔우는 일이 수좌 스님의 역할입니다. 목주 스님은 수좌 스님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제 스님의 근기를 알아보고 방장 스님에게로 인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하시불법적적대의(如何是佛法的的大意)를 풀이하면 “어떤 것이 불법의 가장 명확한 뜻입니까”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적적(的的)은 명확한, 분명한, 확실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적(的)은 과녁, 표적을 뜻합니다. 활을 쏠 때 표적을 분명하게 그려서 눈에 확 띄게 합니다. 바로 그렇게 눈에 확 띄게 명백하고 적확한 이라는 뜻입니다.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檗便打하다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生고 師云, 某甲問聲未絶에 和尙便打하니 某甲不會니다 首座云, 但更去問하라하니 師又去問이라 黃檗이 又打하야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이다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師禮拜退하니라
師便去問。聲未? 黃蘗便打。
師下來。首座云。問話作?生?。
師云。某甲問聲未?。和?便打。某甲不會。
首座云。但更去問。
師又去問。黃蘗又打。
如是三度發問 三度被打。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令某甲問訊和?。三度發問三度被打。自恨障緣不領深旨。今且辭去。
首座云。汝若去時。須辭和?去。
師禮拜退。
해석) 임제 스님이 바로 가서 물었다. 그러나 황벽 스님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뜸 후려쳤다.
임제 스님이 돌아오자 목주 스님이 물었다. “법을 여쭈러 간 일은 어떻게 됐는가”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드린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방장 스님께서 때리시니,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목주 스님이 다시 말했다. “다시 질문 해 보도록 하게.”
이에 임제 스님이 다시 가서 물었다. 그러나 방장 스님이 다시 때리니, 세 번을 묻고 세 번을 다시 맞았다.
임제 스님이 돌아와 목주 스님에게 말했다.
“제가 다행히 자비하심을 입어 방장 스님께 불법의 대의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을 물었으나 세 번을 모두 맞았습니다. 스스로 한탄하건데 장애가 있는 인연으로 그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떠나고자 합니다.”
그러자 목주 스님이 말했다. “만약 그대가 떠나려하거든 반드시 방장 스님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가도록 하게.”
이에 임제 스님은 절을 하고 물러났다.
강의) 내용을 보면 임제 스님은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스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순박합니다.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선배 스님의 조언에 따라 방장 스님을 찾아뵙고 어렵게 법에 대해 참문(參問)합니다. 그러나 흠씬 두들겨 맞기만 합니다. 그것도 세 번을 찾아가 세 번을 맞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한번에 20대씩 맞은 것으로 나와 있으니 도합 60대는 맞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느닷없이 맞아놓고도 임제 스님은 방장 스님을 원망하기는커녕 스스로 재주 없음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순박하고 순수하고,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스님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호랑이 같은 임제가풍의 첫 모습은 이렇게 고졸합니다. 이런 임제 스님의 순일함은 깨닫고 난 다음에 펼쳐질 호방한 기질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편의 그림 같은 선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
行錄(행록)
【무비스님 강설】
임제스님의 행장에 대한 기록이다.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깨닫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법담을 나누고 누구를 어떻게 교화하였는가를 자세히 기록한 내용이다. 기록은 사실보다 더 중요하다. 아무리 그와 같은 사실이 그 때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뒷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금석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팔만장경도 또한 그 기록이다.
40-1 세 번 묻고 세 번 맞다 - 깨친 기연 ?
38.1 삼도발문 삼도피타(三度發問 三度被打)
師初在黃檗會下하야 行業이 純一이어늘
임제스님이 처음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공부하는 자세가 매우 순일하였다.
임제 스님이 처음 황벽 스님의 문하에서 수행할 때809] 그 수행은 순수하고 전일(專一)하였다.810]
스님께서 맨처음 황벽스님의 회하에 있을 때, 한결같이 정진하므로
首座乃歎曰, 雖是後生이나 與衆有異로다
遂問, 上座在此 多少時오
수좌 소임을 보는 목주(睦州)스님이 찬탄하여 말하기를, “비록 후배이긴 하나 다른 대중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묻기를, “스님이 여기에 있은 지 얼마나 되는가?”
수좌(首座)811]인 목주(睦州) 스님이 임제 스님의 행업(行業)을 지켜보고, “이 젊은 수행자812] 임제는 다른 대중들과 확실히 다른 데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수좌는 임제 스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대는 여기 온 지 얼마나 되는가?”
수좌[睦州 陣尊宿]스님이 “비록 후배이긴 하나 대중과는 다른 데가 있다”고 감탄하며 물었다. “스님은 여기에 있는 지 얼마나 되는가?”
師云, 三年이니다
首座云, 曾參問也無아
“3년 됩니다.” “공부에 대하여 물은 적이 있는가?”
임제 스님은 대답했다. “삼 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조실 스님에게 법을 물은 적은 있는가?”
“3년 됩니다.” “참문(參問: 조실에 들어가 법을 묻는 일)한 적이 있는가?”
師云, 不曾參問이니 不知問箇什麻오
“아직 묻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법을 묻지 않았습니다.813]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814]”
“참문하지 못하였는데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首座云, 汝何不去問堂頭和尙호되 如何是佛法的的大意오
“방장스님을 찾아뵙고 ‘무엇이 불법의 분명한 대의입니까?’ 하고 왜 묻지 않는가?”
수좌는 말했다. “그대는 왜 조실 스님815]에게 가서 ‘불법(佛法)의 적실(的實)한 대의(大意)는 무엇입니까’ 하고 묻지 않는가?”
“조실스님을 찾아 뵙고 ‘무엇이 불법의 정확한 뜻입니까?’ 하고 왜 묻지 못하는가?”
【무비스님 강설】
수좌스님은 자신의 소임을 매우 훌륭하게 이행하였다. 7, 8백 명이 모여 공부하는 대중들 중에 그릇이 빼어난 사람을 잘 살펴서 방장스님에게로 인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목주스님은 일평생 수좌 소임을 보면서 임제스님을 놓치지 않고 알아보았다는 사실은 불교의 역사를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대중들 속에 섞여있을 때 지금 같은 임제스님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목주스님의 사람을 알아보는 무서운 안목과 황벽스님의 사람을 단련하는 뛰어난 솜씨가 오늘날의 임제를 있게 하였다. 그와 같은 극적인 만남은 인류역사상 흔치 않다.
809]사초재황벽(師初在黃檗) 운운 : 이 일단(一段)의 이야기는「임제대오(臨濟大悟)의 기연(機緣)」이라고 하며《벽암록》11칙의〈평창(評唱)〉에서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전해지기도 한다.《조당집》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에 대해서 본록〈마방(馬防)의 서〉의 주해를 참조할 것.
810]행업순일(行業純一) : 수행의 태도가 진지하고 전일(專一)함.
811] 수좌(首座) : 선원에서 선승들을 지도하는 수석 승려. 선어록에서는 제일좌(第一坐), 좌원(座元), 선두(禪頭), 수중(首衆)이라고도 한다. 임제대오(臨濟大悟) 당시의 수좌는 진존숙목주도종(陳尊宿睦州道? 780~877) 선사이다.
812]후생(後生) : 젊은이. 후배.
813]부증참문(不曾參問) : 참문(參問)이란 참선수행에 관한 문답. 부증(不曾)이란 과거에도, 장래에도 참문(參問)할 생각이 없다는 강한 어기(語氣)가 들어 있다.
814]부지문개십마(不知問箇什麻) :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는 뜻. 이 대답은 단순히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임제의 예리한 기개(氣慨)가 포함되어 있는 표현이다.
815]당두화상(堂頭和尙) : 선원의 조실 노사(老師). 여기서는 황벽(黃檗)을 가리킨다.
師便去問한대 聲未絶에 黃檗이 便打하다
임제스님이 바로 가서 물으니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께서 대뜸 후려쳤다. 816]
임제 스님은 바로 황벽 스님의 방장(方丈)으로 가서 물었다. 그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817] 황벽 스님은 바로 후려갈겼다.
스님은 바로 가서 물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師下來에 首座云, 問話作?生고
임제스님이 내려오자 수좌가 물었다.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임제 스님이 방장에서 내려오자 수좌는 물었다. “문답은 어떻게 되었는가?” 818]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스님이 말했다.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師云, 某甲問聲未絶에 和尙便打하니 某甲不會니다
“내가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화상이 느닷없이 때리니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임제 스님은 말했다. “제가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실 스님은 바로 저를 후려갈겼습니다. 저는 무엇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묻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큰스님께서는 바로 후려갈기시니 저는 모르겠습니다.”
首座云, 但更去問하라하니 師又去問이라 黃檗이 又打하야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임제스님이 다시 가서 물으니, 황벽스님이 또 때렸다.
수좌는 말했다. “좋아, 어쨌든 다시 가서 물어보게나.” 819] 임제 스님이 또 가서 물었으나 황벽 스님은 또 후려갈겼다.
“그렇지만 다시 가서 묻도록 하게.” 다시 가서 물으니, 황벽스님은 또 때렸다.
如是三度發問하고 三度被打하니라
이렇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다[三度發問 三度被打].
이와 같이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다.
이렇게 하여 세 번을 묻고 세 번을 다 얻어맞은 것이다.
師來白首座云, 幸蒙慈悲하야 令某甲問訊和尙하야 三度發問에 三度被打니다
임제스님이 와서 수좌에게 말하였다. “다행히 자비하심을 입어서 제가 큰스님께 가서 불법을 물었는데 세 번 묻고, 세 번 맞았습니다.”
임제 스님은 수좌에게 가서 말했다. “다행히 스님의 자비하신 지도를 받아서 법을 물었으나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습니다.
스님은 수좌스님에게 와서 말하였다. “다행히 스님의 자비로 큰스님께 세 번 가서 물었으나, 세 번을 다 얻어맞았습니다.
自恨障緣으로 不領深旨하니 今且辭去하노이다
“장애로 인하여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한탄하고 지금 떠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의 깊은 업장(業障)과 악연(惡緣)으로 깊은 뜻을 깨우치지 못한 게 한스럽기만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이제는 작별하고 떠나야겠습니다.”
저는 업장이 두터워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함을 스스로 한탄하고, 이제 하직하고 떠나야겠습니다.”
首座云, 汝若去時에는 須辭和尙去하라 師禮拜退하니라
“그대가 만약 떠나려거든 큰스님께 가서 하직 인사나 꼭 하고 가게.” 임제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났다.
“만일 그대가 가려거든820] 조실 스님에게 하직인사라도 드리고 가도록 하게.” 이에 임제 스님은 예배하고 물러났다.
“가려거든 큰스님께 인사드리고 가야 하네.” 스님은 절하고 물러나니,
816] ? 아픔을 아는 사람과 아픈 사람이 나누어지기 이전에는, 주와 객이 나누어지기 이전의 ‘참’ 임제가 있을 뿐이다. 그 순간에는 어디에도 끄달리지 않고 어디에도 나누어질 수 없는 임제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無位眞人]. 어디에 있든지 그 있다고 하는 거기에 끄달리지 않고 주인으로서, 내 자신으로서 오롯이 있어라는 것이다[→隨處作主].
817]성미절(聲未絶) :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818]문화작마생(問話作?生) :「조실 스님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뜻. 作?生 자마생
819]단갱거문(但更去問) :「다시 한번 가서 물어보게」라는 뜻. 단(但)은 강한 강조의 뜻을 나타낸다.
820]여약거시(汝若去時) 운운 :「그대가 만약 가려고 하거든 반드시 조실 스님께 고하고 떠나게.」
【무비스님 강설】
불법의 대의를 묻는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황벽스님의 몽둥이가 날아왔다. 그것도 무려 20방망이씩 세 번이나. 불법치고는 기상천외의 불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의 분명한 대의임에 틀림없다. 임제가 어떻게 이해를 하든 황벽스님은 자신의 불법에 대해서 소신껏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팔만장경은 무엇인가? 이 임제록을 포함하여 모두가 금강산 안내문이다. 그러면 금강산은 무엇인가? 때리고 맞는 그 사실이다. 즉 대기대용(大機大用)이며 전체작용(全體作用)이다. 이 말도 그 사실은 아니고 한갓 설명이다. 선과 교의 다른 점을 굳이 말한다면 이와 같이 나누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임제스님은 여기서 삼도발문 삼도피타(三度發問 三度被打), 즉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그것이 세존의 6년 고행이 되고, 달마의 9년 면벽이 되고, 조주의 80년 부잡용심(不雜用心)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임제스님 자신의 모든 것이 되었다.
..
參問 : 스승을 찾아뵙고 부처의 가르침에 대해 질문함.
也無 : 의문사
箇 물건이나 장소를 가리킬 때 붙이는 말. 這箇저개 : 이것. 那箇나개 ① 그. 저. 그것. 저것. ② 어느 것. 어떤 것. . 어조(語調)를 고르는 말. ? :者箇 이(것).
什? :什麻 : 무슨, 어느, 의문사. 무슨 ~이냐. 감탄사 : 恁?·什?·甚? 1) 어떻게 2) 이와 같이
不曾 : (일찍이)…한 적이 없다. 曾 【부사】일찍이. 이전에. 이미. 【부사】의외로. 그야말로. 어찌하여. [의외·정도가 심한 것을 나타냄]
的的 : 밝게 빛나다. 분명하다. 명백(明白)한 모양 [부사][문어] 확실히. 분명히. 정말. 참으로. 실로.
問話 ① 묻는 말 ② 물어 보다
作?生 : 猶言. 如何. 疑問代詞 . 어떻게. 어째서. 왜. 生자는 접미사 : 어째서. 왜. 무엇하러.子? , ?z?? , 子甚? , 作?
某甲 : 나. 저. 일인칭 대명사
不會 : 會 : 理解
蒙[동사] 덮다. 가리다. 덮어 쓰다〔씌우다〕.어리석다. [동사] 당하다. 만나다. 겪다.[동사][경어] (다른 사람의 도움 등을) 받다. 입다. 蒙蒙[형용사] 비가 보슬보슬〔부슬부슬〕 내리다. (운무·연기·먼지 따위가) 자욱하다.
問訊 : 【동사】① 묻다 ② 안부를 묻다 ③ 합장하고 인사하다
不領: 領 1. 거느리다 2. 다스리다 3. 받다 4. 통솔하다(統率--) 5. 깨닫다 6. 알아 차리다 7. 차지하다 8. 소유하다(所有--) 9. 목 10. 요소(要素) 11. 요점(要點) 12. 중요(重要)한 부분(部分)
'[佛敎] > 佛敎에關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비스님의 임제록 / 행록(行錄) 騎虎頭 把虎尾. 師栽松次 (0) | 2013.02.17 |
---|---|
종광. 무비스님의 임제록 / 행록(行錄) 대우(大愚)에게 가다 (0) | 2013.02.15 |
二入四行의 構造와 그 傳承 (0) | 2013.02.09 |
祖堂集을 통해 본 중국어 피동문의 변천 機制 / 張皓得 (0) | 2013.02.07 |
話頭參究에 있어서 疑情頓發法 (0) | 2013.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