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내 품에, 그대 눈물을 /이정록

경호... 2012. 11. 23. 00:43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레인지 속 빵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Am I That Easy To Forget / Jim Reeves

    

'#시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메산골 / 이용악   (0) 2012.11.23
지나간다 /천양희  (0) 2012.11.23
카르마의 바다 [열세 번째 시집 낸 문정희]  (0) 2012.11.23
가랑잎나비 / 홍성란   (0) 2012.11.23
날벌레의 시 ......... 문정희  (0)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