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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천양희

경호... 2012. 11. 23. 01:01

 

 

  지나간다


                                     /
천양희(1942년生- 釜山)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Je Vais Seul Sur la Route(나홀로 길을 가네) / Anna G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