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誰投與狗骨
뭇개들 사납게 저리 다투나. 群狗鬪方狠
작은 놈 꼭 죽겠고 큰 놈도 다쳐 小者必死大者傷
도둑은 엿보아 그 틈을 타려 하네. 有盜窺窬欲乘釁
주인은 무릎 안고 한 밤에 우니 主人抱膝中夜泣
비맞아 담 무너져 온갖 근심 모여드네. 天雨墻壞百憂集
----제목은 〈투구행鬪狗行〉이다. 난데 없는 개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의 원인은 뼈다귀이다. 당시 벼슬아치들이 대북이니 소북이니 나뉘어져 티격태격하며 당쟁을 일삼는 동안, 정작 왜적이 쳐들어와 종묘사직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되었음을 풍자한 시로 알려져 있다. 석주는 그 시절을 완전히 `개판`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두 번 다 왜놈들이 이 강산을 유린했다. 지식인이란 것들이 뼈다귀나 일신의 안위에만 눈이 팔려 있었던 것도 꼭 같다. 아! 한심하구나. 권필은 날뛰는 외척들의 전횡을 보다 못해 날을 세워 풍자한 시를 썼다가 광해군의 노여움을 사서 그에게 맞아 죽었다. 시인이 바른 말 했다고 시 때문에 임금에게 곤장을 맞아 죽던 어지러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시 3백년이 지나 이건창은 아예 지식인의 값이 개값만도 못한 세상이 되었다고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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