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漢詩및 시조

개만도 못한 지식인李建昌 /韓狗篇

경호... 2012. 2. 16. 16:09

개만도 못한 지식인
李建昌 /韓狗篇


막내 아우 서도에서 돌아와서는 季弟從西來
〈한구문〉 한 편 글을 내게 보인다. 示我韓狗文
읽다간 두 번 세 번 감탄하노니 讀過再三歎
이런 일 세상엔 정말 드무네. 此事誠罕聞
역사가는 기술을 중히 여기나 史家重紀述
기려 찬송 하는 건 시인 몫이라, 銘頌在詩人
두 가지 아름다움 갖춰야겠기, 二美不偏擧
내 마땅히 다시금 노래하려네. 吾今當復申
이 개는 평안도 강서 산으로 狗也江西産
주인인 한씨는 너무 가난해, 主人韓氏貧
기르는 짐승이란 이 개 뿐인데 所畜惟此狗
날래고 영특하기 짝이 없었지. 神駿乃無倫
주인을 잘 따르고 도둑 지킴은 戀主而守盜
개의 본성이거니 말할 게 없네. 狗性固無論
사람으로 치자면 충효의 선비 如人忠孝士
지혜와 용기를 두루 갖춘 격. 智勇貴兼全
가난한 살림이라 하인도 없어 貧家無僮指
개 시켜 물건 사러 보내곤 했지. 使狗適市廛
보자기를 그 귀에 걸어놓고서 以包掛其耳
글씨와 돈 거기다 매달아 주면, 繫之書與錢
시장 사람 달려오는 개를 보고는 市人見拘來
한씨집 개인줄을 으레이 알아, 不問知爲韓
글을 보고 살 물건 건네주는데 發書予販物
그 값을 차마 감히 못속였다네. 其價不忍瞞
그걸 이고 부지런히 돌아와서는 狗戴累累歸
꼬리치며 기뻐서 좋아했었지. 掉尾喜且歡
읍내 부자 주인을 속이려 들어 邑豪欺主人
길위에서 못된 말을 퍼부을 적에, 道遇與惡言
그 형세 제멋대로 때리려 드니 肆幾勢欲歐
개가 보고 성내며 내달아 와서, 狗見怒而奔
그대로 달려들어 으르렁대니 吽呀直逼前
호랑이가 돼지를 물어 뜯는듯. 如虎將噬豚
주인이 그만 두라 명령을 하자 主人曰不可
꼬리치며 그곁에 주저 않았지. 麾之狗傍蹲
이후론 부자도 꼼짝 못하고 自後豪斂伏
한씨 보길 관원 보듯 두려워했네. 畏韓如畏官
한씨집 개 온 고을에 소문이 나서 韓狗聞一邑
원근에서 다투어 구경을 왔지. 遠近爭來看
빚장이가 그 개를 갖고 싶어서 債家欲得狗
불쑥 와선 돈 갚으라 독촉을 한다. 急來索錢還
돈 없어 갚으려도 갚지 못하자 無錢還不得
개를 찾아 제손으로 끌고 가누나. 索狗手將牽
주인이 개를 안고 말을 하는데 主人抱狗語
개 앞에서 주루룩 눈물 흘리네. 垂淚落狗前
“어이 뜻했으리. 나와 너 사이 何意汝與我
하루 아침 서로를 버리게 될줄. 一朝相棄捐
가난한 집을 떠나 부자집 가니 去貧入富家
좋은데로 옮기는 걸 축하하노라. 賀汝得高遷
잘 가서 새 주인을 좋게 섬기며 好去事新主
배불리 먹으면서 잘 지내거라.” 飽食以終年
개와 헤어지고서 방에 들어와 別狗入屋中
개 생각에 눈물만 샘솟듯 흘러, 思狗淚如泉
문 나서 개 가는 곳 살피어 보니 出門視狗處
개는 이미 중도에서 되돌아 와서, 狗已中途旋
옷깃 물며 품 속으로 뛰어드는데 銜衣方入懷
새주인이 달려와 또 성을 내니, 新主來復嗔
손수 끌어 새주인께 넘겨 주면서 自牽與新主
귀에 대고 거듭거듭 당부하였지. 附耳戒諄諄
나흘 닷새 동안이나 이처럼 하니 如是四五日
개가 가고 오는 것이 잦기도 했네. 狗去來何頻
새 주인이 와서는 다시 말하길 新主來復語
“이 놈의 개 길들일 수가 없으니 此狗不可馴
개는 도로 가져가고 돈을 내놓게. 狗還錢當出
다시는 미적대며 늦추지 말고.” 勿爲更遷延
주인은 아무런 대답 못하고 主人不能答
개를 쓰다듬으며 달래 하는 말 撫狗重細陳
“옛주인을 진실로 생각한다면 舊主誠可念
새주인도 의리가 또한 같으니, 新主義亦均
네가 진정 옛주인을 생각한다면 汝誠念舊主
성심으로 새주인을 섬겨야 하리. 勤心宜事新
어이해 명한 바를 이리 안듣고 奈何違所命
오가는 번거로움 꺼리잖느냐?” 往來不憚煩
주인의 타이름을 개가 듣더니 狗受主人敎
새주인 집으로 돌아를 갔지. 却往新主門
하루 해 어찌나 지루하던지 白日何太遲
고개 들고 황혼되길 기다리다가, 擧首望黃昏
몰래몰래 옛주인 집 돌아와서는 潛還舊主家
울타리 가 숨어서 고개 떨구고, 垂首隱籬蕃
주인 볼 생각조차 감히 못하며 不敢見主人
다만 그 집 문을 지키었었네. 但爲守其閽
두 집의 거리가 사십리인데 相去四十里
길 험해 가시밭도 적지 않건만, 道險多荊榛
날마다 잠시도 그만둠 없이 日日無暫廢
춥건 덥건 비바람이 몰아쳐 와도. 寒暑風雨辰
두 집이 나중에야 이를 알고서 兩家久已覺
서로들 얘기하며 감탄했지만, 相語爲感歎
마침내 그 개는 지쳐 죽으니 狗竟以勞死
한씨집 마을에다 장사 지냈지. 死葬韓家村
길손들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行人爲指點
‘의구’의 무덤이라 말하곤 했네. 共說義狗阡
아아! 이 개의 의로움 마음 烏乎此狗義
성현에게 여쭈어 볼만 하도다. 可質於聖賢
악의는 조나라에 있으면서도 樂毅身在趙
끝까지 연나라를 배반 않았지. 終身不背燕
서서는 한나라만 마음에 두어 徐庶心歸漢
위나라 신하되기 부끄러 했네. 居魏恥爲臣
왕맹은 중원에 뜻을 두고도 王猛志中原
굳이 애써 부진을 섬기었었지. 黽勉事苻秦
그렇지만 이 개 일만 같지는 않네 未若此狗事
의열한 마음에다 충순한 정성. 義烈且忠純
이 나라 조선이 오백년 동안 國家五百載
선비 길러 벼슬길을 중히 여겼네. 養士重縉紳
사직은 든든하기 태산 같았고 社稷如太山
바다엔 전쟁 먼지 일지 않았지. 環海無風塵
높은 벼슬 두터운 녹 받고 살면서 高官與厚祿
부귀에 하도 겨워 편안하여서, 豢飫富以安
즐거이 오랑캐에 빌붙어 살며 甘心附夷虜
눈하나 깜짝 않고 나라 팔았지. 賣國不少難
역적들 모두다 숨고 달아나 逆賊悉竄逋
조정이 바야흐로 어지럽구나. 朝著方紛紜
어디서 이러한 개를 얻어서 何由得此狗
가져다 내 임금께 바치어 볼꼬? 持以獻吾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