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절벽으로
공광규
내가 시시해졌다
부동산, 재테크, 조루증 상담
이런 광고들에 눈이 쏠린다
아찔한 계룡산 능선이나
북한산 바위 절벽
거기 매달려 있는 소나무들이
선택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연을 믿다니
나는 분명히 타락했다
이렇게 쉽게 순결이 구겨지다니
절벽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시인 황동섭의 시 읽기
망치를 들면 세상의 모든 게 못대가리로 보인다.
눈길 주는 데가 바로 자신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광활한 지평선이 죄다 내것이었건만 서서히 변방으로 밀려나 중심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
보톡스, 조루증, 보양 식품, 요실금 같은 단어엔 쓸쓸하고 서글픈 그림자가 드리운다.
혼자 있을 일이 많아지며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찔한 능선과 벼랑을 바라본다.
절벽에 매달린 소나무는 절망을 열망으로 이겨냈다.
고통을 극복한 절경은 필연의 우연이다.
등이 굽었다 하여 타락이 아니다. 구겨진 순결이 아니다.
인간적인 인간으로 가는 길이 그렇다.
못나고 못다 이룬 미완의 나는 저 소나무처럼 절창의 한 소절인지 모른다.
비루한 욕망을 다 접고 앙상한 거푸집이라 해도 나름의 배경이 된다.
누가 저 노을을 저토록 열정적으로 연주하는가.
산을 오를 수 있어 즐거웠고 힘들게 내려온 만큼 지나온 길이 아름답다.
무탈했던 한 가지만으로도 축복이며 은총이 아닌가.
'#시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갑수 시인의 시 5편 (0) | 2012.01.31 |
---|---|
두부고(豆腐考) (0) | 2012.01.31 |
꿈의 페달을 밟고 /최영미 (0) | 2012.01.29 |
선운사에서 - 최영미 (0) | 2012.01.29 |
For give, O Lord(용서해 주십시오 주님)/Robert Frost (0) | 2012.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