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고(豆腐考)
이만섭
저 무른 것이 반듯이 놓여있는 것을 보면
연골 사이 서로 엉켜있는 살들은 대견하다
애초에 두부를 만든 사람은
아마 먹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음식의 법도를 세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콩으로도 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 가운데 조리법을 애써 고안하다가
저리 자세를 바르게 세우는 법식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콩은 사라지고 두부가 대세다
반드시 소반 따위에 받혀놓아야 하는 것이니
모가 나 있어도 궁굴어져 보이는 성질은
언제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긍심을
암암리에 스스로 차지한 것이리라
이모저모 뜯어봐도 느슨한 듯 편안한 차림새는
뭇 음식의 한 법도가 될 만하다
하여 콩을 불려먹는다는 말은
두부에 이르러 완성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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