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선운사에서 - 최영미

경호... 2012. 1. 29. 14:08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창작과 비평>(1992)

■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제재 : 꽃
주제 : 이별한 사람을 잊기 어려움

■ 이해와 감상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는 과정으로 대비시켜, 이별한 사람을 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표현한 시이다.

이 시에서 중심이 되는 시상의 흐름은 ‘꽃이 피는 것이 힘들다’, ‘꽃이 지는 것이 잠깐이다’, ‘꽃을 잊는 것은 한참이다’로 연결된다. 이것을 임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잊혀짐으로 대비시켜 보면 ‘임과의 만남은 같다’, ‘임과의 이별은 잠깐이다’, ‘임을 잊는 과정은 같다’와 같이 된다. 이와 같이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이 선운사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보고, 임과 이별한 자신의 처지와 대비시켜 표현한 시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