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를 연가 _ 최영미
나의 인생에도 한 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나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며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아도니스를 연가 _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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