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영상시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박우복

경호... 2015. 7. 30. 03:34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Lotus does not dwell dew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박우복

 

혹시 보셨나요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연꽃을

아픔도 없이
평온함이 깃든 미소를 안고
피어나는 꽃이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어떤 유혹도 거부하고
자신의 빛깔을 고집하지만
가식에 물들지 않았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고운 향기로 세상을 넓히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면서도
나눔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오염된 세상에서
순수함을 그대로 지키며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연꽃 피어 마음도 피어나고-이호연 

 

해가 지면 어머니 치맛자락에 잠들고 
떠오르는 태양에 다시 피어나는 얼굴 

세상 온갖 시름 
황톳물 같은 아픔이라도 
지긋이 누르고 
꽃으로 피우면 저리 고운 것을 

이슬이라도 한 방울 굴려 
나 또한 찌든 얼굴을 씻고서 다시 서리라 

하여, 이슬이 있어야 하리 
우리네 삶에도 
이슬처럼 씻어 줄 
그 무엇이 있어야 하리 

다만 별도 없는 밤은 안 돼 
이제라도 긴 숨을 들이쉬어 
연뿌리에 공기를 채우듯 
가슴 깊이 열정을 간직해야 하리 

그리하여 연꽃이 피어나듯 
내 가슴에도 꽃이 피어나리니 

바라보는 눈길마다 
소담스레 꽃피는 행복 송이송이 
연꽃으로 흐드러진 꽃다운 세상이여 

 

 

 

 

연꽃 - 이광수

 

임 주신 연꽃봉을 옥화병에 꽂아놓고

밤마다 내일이나 필까필까 하였더니

새벽이 가고 또 가도 필 뜻 아니 보여라

 

뿌리 끊였으니 핀들 열매 바라리만

모처럼 맺힌 봉을 못 펴보고 갈 양이면

제 비록 무심하여도 내 애닯아 어이리

 

이왕 못 필 꽃은 버림즉도 하건마는

시들고 마르도록 두고두고 보는 뜻은

피라고 벼르던 옛 뜻을 못내 애껴함이외다

 

 

 

 

연꽃 - 오세영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수련별곡(水蓮別曲) - 김춘수

 

바람이 분다
그대는 또 가야 하리
그대를 데리고 가는 바람은
어느땐가 다시 한 번
낙화(落花)하는 그대를 내 곁에 데리고 오리
그대 이승에서
꼭 한 번 죽어야 한다면
죽음이 그대 눈시울을
검은 손바닥으로 꼭 한 번
남김없이 덮어야 한다면
살아서 그대 이고 받든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그대 이승의 하늘
그 떫디떫던 눈웃음을 누가 가지리오?

 

 

 

연꽃 -심우도 千 

 

연꽃 보러 간 연꽃늪에 연꽃은 보이지 않고
우산만한 연잎에 모여든 빗방울들만 
비에 젖은 나를 기다리네
어떤 빗방울은 제 몸 속에 피보다 붉은 연꽃을 피워내고
어떤 빗방울은 아직 피워내지 않은 꽃줄기마다 
가시를 번쩍이고 있네
어떤 빗방울은 바람에 날리는 꽃술마다 눈을 달아서 
늪 가득히 띄운 채
연꽃 보러 온 사람들 하나하나를 지켜보느니
연꽃 보러 간 연꽃늪에서
보지도 못한 연꽃 속 연실처럼 자라나는 
내 얼굴, 내 마음 속 죄만 들키고 말았네
군데군데 입을 벌린 구멍 사이로 드러난
땅속 진흙처럼 어지러운
내 마음의 진창을 들키고 말았네

 

 

 

 

연꽃의 기도- 이해인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어나게 하소서

신령한 물위에서
문을 닫고
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

언제라도
자비심 잃지 않고
온 세상을 끌어안는
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

죽음을 넘어서는 신비로
온 우주에 향기를 퍼뜨리는
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연꽃 -배인환

 

나는 늘 당신을 백합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약혼을 하고
당신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백합을 한아름 안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합은 당신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향기로운 조선의 여인 같은
당신은 평생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곁을 떠난
당신을 연꽃이라 부르겠습니다.
연꽃이 당신과 더 닮았음을 압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잎을
스스로 떨어트린
파도 위에 떠 있는
지순한 연꽃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연꽃을 보며 -이영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 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 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 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돈오의 꽃 - 도종환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비 오고 바람 분다

연꽃 들고 미소짓지 말아라
연꽃 든 손 너머
허공을 보지 못하면
아직 무명이다

버리고 죽어서
허공 된 뒤에
큰 허공과 만나야
비로소 우주이다

백 번 천 번 다시 죽어라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매일 별똥이 지고
어둠 몰려올 것이다

 

 

 

 

 

가시연꽃 - 배한봉  

 

우포늪 가득 덮은 잎들 사이에 검초록 투구 같은 꽃봉오리가 무더기 무더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늪의 자궁이 한해 마지막으로 생산한 생명의 도화선인 갈색 줄기를

따라 지름 1.5미터 억센 잎을 찢어발긴 채 솟아 있다. 온몸에 돋은 가시로 제 살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터질 수 없는 선지빛 꽃의 뇌관. 그 고통과 상처의 시간이 창천마저

시퍼렇게 질리게 한다. 저와 같은 탄생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나는 한 번이라도 가졌던가.

범람하던 분노와 증오. 탄식마저 사랑해야 할 여름의 끝, 빈손으로 돌아온 이들을 위해

불을 당기는 저 꽃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

참혹하고도 황홀한 저 방화 오늘도 가시연꽃이 핀다70만 평 우포늪 물도 끄지 못하는

내 마음 습지의 화염

 

 

 

 

시연꽃 - 문인수

 

방패 같은 커다란 잎이 우포늪 가득 착 발려 있다. 잎의 표면엔 무슨 두드러기

같은 가시가 섬뜩섬뜩 돋아 있는데, 그렇듯 제 뿌리참의 그 무엇을 무섭게 덮어

누르고 있다. 그런데 그걸 또 불쑥 뚫으며 솟아오른 꽃대궁. 창 끝 피칠갑의

꽃봉오리에도 줄기에도 그런 가시가 돋아 있다
저 온갖 적의와 자해의 시간이 오래 무더웠겠다

그러나 누가 말할 수 있으리
마침내 고요히 올라앉은 만개(滿開), 만 개의 캄캄한 문, 만 번은 또 무너지며

신음하며 열어제쳤겠다 악의 꽃, 저 길의

오, 저 고운 웃음에 대해 숨죽여라 지금
소신공양 중이다

 

 

 

 

연꽃 - 이외수

 

흐린 세상을 욕하지마라

진흙탕에 온 가슴을

적시면서

대낮에도 밝아

있는 저 등불 하나  

 

연꽃이 사철 내내 피어있는 것은-김세실

 

연꽃이 사철 내내
피어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 알 수 없어라

붉은 꽃봉오리 세워
지극한 사랑에
빠져든 것일까
나 알 수 없어라

그러나 아니야
연꽃이 혹독한 추위 속에
견디는 것은
수렁 속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서야.

뿌리는 고통에 떨며
온힘을 다해서
꽃잎을 바치는 거야

밤이면 꽃잎을
사르르 닫고,
핏방울 뚝뚝 흘리며
슬피 우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지

연꽃이 맑은 빛
뿜으며  
세상을 향해 웃을 때
우리는 평생을
닦으며 살아야지.

 

 

 

 

연꽃-손해일

 

사랑을 두레박질하여
정갈히 길어 올리는 별빛
물의 순수
물의 살과 뼈
물의 정기

苦海의 뻘밭에서도
늘 청정한 태깔로
피는 까닭을 알려거든
水宮 속 깊은 물굽이로 자맥질하여
한 만년쯤
無心川 세모래로 흘러보아라

아, 우리가 눈 부라리며
탐하는 온갖 것
잠시 돌아서면 잊혀질
티끌
바람
먼지

내가 業으로
이승에 피는 까닭을 알려거든
한 만년쯤
수미산 깎아지른 벼랑에
먹돌 가슴으로 서 보아라.

 

수미산(須彌山) : 불교의 世界說에서 세계의 중심에 8만 유순(由旬 :

1유순은 400리)의 높이로 솟은 산. 정상에는 帝釋天이

살고 중턱에는 四天王이 살며 해와 달이 수미산 주위를 회전한다 함.

 

 

 

연꽃이었다 -신석정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蓮이여-구상

 

이리 곱고 정한 꽃인데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시궁창을 내 집으로 삼아도
아침저녁으로 맑은 숨을 쉬느니,
사람들이 버리고 외면한
그 찌꺼기 배설한 것들 속에서도
오히려 내 양분을 취하느니
그 몸은 물방울 하나도
헛되이 빌붙지 못하게 하거늘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신선함에
먼지 하나 범할 수도 없고
숨소리도 죽여야 하느니,
이 청정한 고운 님의 경지에
해와 달이 함께 빚어낸 꽃이라
선학이 꿈을 꾸고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역겨운 일들만 난무한다 해도
스스로 제 몸을 곧추 가누고
이 지상에 고운 것만 걸러내 세우니
뉘 감이 범할 수가 있으랴만 여기
그 잎의 둥글고 도타운 덕성으로 하여
모든 고뇌 떠안고, 망상을 소멸하니
떠오르는 보름달로 맞이하듯
새 아침을 맞이하는 해의
그 맑고 찬란한 새 얼굴을 보듯
내일은 더 곱고 생기에 찬 꽃으로
그 향기도 함께 피우며
온 누리에 세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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