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 신혜경
밤톨 같은 식구들 거느리고 살아가려면 버티는 힘 있어야지 가끔씩 찔러 주던 용돈 모아 큰맘 먹고 사 온 앞다리 하나, 잡뼈 한 소쿠리
우직한 무쇠 솥에 넣고서 정화수 같은 물 치성으로 채운다
묵혀 둔 아궁이에 장작 두엇 쌓아 놓고 눈물 땀물로 불을 지핀다
입김을 불 때마다 지난날들이 후, 후, 불꽃으로 일어난다
한 놈 한 놈 차례대로 매달리던 젖줄 연 몽당 부지깽이 같은 어머니
평생 끓여 온 가슴으로 손수 젖을 끓이신다
끓이면 끓일수록 진하게 우러나오는 곰국 같은 마음을 끓이신다
불은 뭉근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소리 없이 지켜보던 그 눈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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