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거리는 파마머리와 김구 선생이 절로 떠오르는 동그란 안경은 김정운 명지대학교 교수의 트레이드마크다. 지금은 잘 입지 않지만 한동안 즐겨 입었던 교복 스타일의 재킷까지 합세하면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김정운 교수만의 스타일 완성.
지금이야 얼굴이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그가 교수임을 알지만, 사실 외모만 보면 학자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의 프로필은 거창하기까지 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 심리학과 전임 강사를 거쳐 현재의 학교에 안착한 김정운 교수는 국내 학자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 동시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막강 내공을 지닌 실력자다. 특강 섭외 1순위 문화심리학자로,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잘나가고 있다.
그의 삶은 파마 전과 후로 나뉜다. 파마 후 그에 어울리는 청바지를 입으면서 사고가 유연해지고 사는 게 한층 더 재미있어졌단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며 그가 말하길, 매일매일 똑같은 지루한 인생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방법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집에서 커피 믹스로 대충 휘휘 저어 마시는 커피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날 위해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인문학 강연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그가 소장으로 있는 ‘여러가지문제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한 날, 연구소 안 그의 집무실 문을 열자마자 그가 말하는 소소한 삶의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반나체의 여성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이 떡하니 걸려 있었던 것. 자신의 ‘가슴 페티시’를 만족시켜 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화가의 작품이란 설명에 일행 모두 폭소했다. 그와 헤어진 후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실소가 터졌다. 회의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김정운 교수가 준 기념 연필을 유심히 보게 됐는데 ‘그대는 풀잎 나는 입술’이라고 적혀 있었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에서 한 단어만 바뀌었을 뿐인데 피식 웃음이 난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명함에도 이 문구를 삽입해 놓았다. 재미있게 사는 게 지상 과제인 김정운 교수다운 발상이다.
지난 1월 5일, 약 100여 명의 청중 앞에 선 김정운 교수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주제로 역시나 쉽고 재미있게 강연을 펼쳐나갔다.
이날 강연의 키워드는 ‘터치하라, 정서를 공유하라, turn talking, ritual, 감탄하라’.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좀 더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줬다. 약 1시간가량 강연하는 동안 거의 2분에 한 번씩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날 현장을 지면에 고스란히 옮긴다.
인간 의사소통의 기본은 만지는 것, 만지면 위로가 된다
오늘 할 강의는 ‘우리가 서로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가’입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는 서로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제가 이야기하는 걸 여러분은 다 이해하고 계시죠? 예를 들어 제가 ‘사랑’이란 단어를 이야기하면 제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뜻과 여러분이 이해하는 ‘사랑’이 같다는 걸 누가 보장하죠? 그런데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있죠? 이걸 제가 심리학적 원리를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람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 거냐면 첫째, 만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가 사랑이란 의미를 공유해 봅시다. 공유한다는 것의 출발은 어디일까요. 아기가 엄마를 이해하는 거 아니겠어요? 엄마가 아기를 만지면 그만큼의 면적은 서로 공유한 겁니다.
만지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피부는 드러난 뇌라고 할 수 있거든요. 뇌로 들어가는 세포와 피부로 드러난 세포가 발생학적으로 같습니다. 게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생각을 피부로 합니다. 아기 때는 엄마가 아기를 많이 만져줘야 사고력이 발달합니다. 아기는 생후 9개월 때부터 생각하는 능력이 생기고 그전까지는 감각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안 만져주면 커서 말 귀를 잘 못 알아듣는 답답한 사람이 됩니다(웃음).
여기서 공포를 느낀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에게 다가가는 실험 한 가지를 볼까요? 원숭이도 피부를 통한 따뜻한 접촉을 원합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슬픈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위로해 주나요. 안아주고 만져주죠? 만져야 위로가 됩니다. 단순히 위로뿐만이 아니라 만지면 실제로 아픔이 덜해집니다. 머리 아플 때 머리에 손 갖다 대죠?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게 사실 맞습니다. 피부에는 압각, 통각이 있는데 압각은 누르는 감각이고 통각은 아픔을 느끼는 감각입니다.
우리의 뇌가 신경을 쓰는 크기를 기준으로 사람을 그린 그림을 볼까요.
손, 입술, 혀 순서로 발달되어 있습니다. 아주 익숙한 순서죠? 손, 입술, 혀. 바로 사랑하는 순서입니다.
사랑을 하면 손을 잡고 입술을 갖다 대죠? 왜 그럴까요? 내 뇌로 상대방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남녀 간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아기가 예쁘면 만지고 뽀뽀하잖아요. 여자 화장품 보면 손과 입술에 관한 게 많아요. 여자들은 감각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손이나 입술 말고 엄한 데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가을이 되면 쓸쓸해합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못 느껴서.
내가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어떤 대상과 부딪혀서 내가 존재한다는 게 느껴지는데, 누군가 나를 만져주고 내가 누구를 만질 때 사람은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엄청난 행복입니다. 그것 때문에 여자들의 평균 수명이 7~8년이 더 길어요. 내 근본적인 욕구가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자들은 아무도 안 만져줍니다. 노인 부부들이 같이 살다가 할머니가 먼저 죽으면 할아버지 역시 6개월 내에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할머니는 평균 4년을 더 살아요.
손자를 비롯해 만질 대상이 많기 때문이죠. 치매 예방을 위해 고스톱을 치라는 이유가 바로 감각을 자극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만지는 게 점점 줄어듭니다. 인간의 의사소통에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망가져 있으니까 서로 딴 얘기 하는 거 아니겠어요.
웃는 여자가 더 예쁜 이유, 타인과 정서를 공유해라
만진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요? 정서를 공유해야 합니다. 감각을 공유한 다음에는 정서 공유를 하는 거죠. 인간은 왜 기분을 표현할까요. 울고 웃는 건 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해 달라는 의미예요.
축구 경기에서 안정환 선수가 골 넣는 장면을 볼까요. 안정환 선수가 만세를 부르니 다른 선수들도 똑같이 만세를 부르죠?
축구 선수들이 정서 공유를 어떻게 해주고 있나요. 만지는 건 기본, 상대방의 정서 표현을 똑같이 해주고 있죠? 우리 세포 속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게 있어요. 상대방의 표현을 같이 따라 해주도록 하는 세포예요. 그런데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정서 표현을 잘 못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울지 마, 왜 울어’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다 보니 거울 뉴런이 망가지는 거죠.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입꼬리가 처집니다. 한국 남자들은 자기가 높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잘 안 웃어요. 그런데 기분이 좋은 사람들은 입꼬리가 싹 올라갑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표정이 바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잡힌 상태예요. 그래서 웃는 여자는 무조건 예쁘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인간은 정서적인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이 날 보고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젊은 시절 예쁜 여자를 사로잡기 위해 미팅에 나가면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꼭 안 예쁜 여자가 따라 웃어요.
한참 웃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반응을 보여주는 안 예쁜 여자를 향해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그 안 예쁜 여자와 살고 있습니다(웃음).
즉 정서 공유가 외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정서 공유를 잘 해줘야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편이 무슨 변화를 보이면 그걸 자꾸 꺼내서 공유해 주세요. 서로 정서 표현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서 표현을 하고 누군가 나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겁니다. 금실 좋은 부부가 오래 살면 얼굴이 닮아간다는 말이 있죠? 생긴 게 닮아가는 게 아니라 정서 표현 방식이 닮아가는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내 삶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의 정서 표현을 잘 잡아냅니다. 어떤 신호를 보내도 다 집어내요. 물이 흘러가려면 수도관을 만들어야 해요. 그 수도관은 얼굴 표정, 몸짓, 말투를 통해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수도관을 잘 만드는 능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내 삶이 즐거워야 합니다.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든 내 삶을 즐겁게 만들어보세요. 이런 강연을 들으러 적극적으로 찾아오신 거 참 잘하셨어요. 자꾸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야 사람이 사는 게 재미있어지는 거예요.
단점보다 장점을 더 끌어올려라
인간의 의사소통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서로 순서를 주고받고 있는 거예요.
지금도 내가 말끝마다 ‘응?’ 하고 추임새를 넣으면 여러분도 고개를 끄덕끄덕 답을 해줘야죠. 제가 여러분에게 대답할 순서를 주는 거니까요.
아저씨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면 순서 주고받기가 안돼서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본 아줌마들은 순서 주고받기의 도사예요. 엄마가 자기 아기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주는 게 바로 순서 주고받기거든요. 예를 들어 갓난아기가 울면 엄마들은 ‘누가 그랬어?’라고 꼭 물어봅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아무 반응 없다가 아이가 한 3개월 지나면 웃습니다. 내 순서가 왔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내 순서가 오면 반응해야 한다는 인간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배운 거예요.
여러분도 남편과 얘기할 때 남편이 폼날 수 있는 타이밍에 순서를 주고받으세요. 상대방이 헤맬 때 시키면 그건 바보를 만드는 거예요.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걸 가지고 뭐라 하지 마세요. 부모가 공부를 잘했으면 왜 아이가 공부를 못하겠어요.
우리 아들은 전교 1등입니다. 오래 달리기 전교 1등.
저는 우리 아들이 공부 못하는 거 받아들이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이번에 대학교에 수시 합격을 해서 제가 자랑을 하면 사람들 반응이 신통하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우리 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부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아이가 잘하는 걸 끄집어내주세요. 못하는 걸로 뭐라 하지 마시고요. 내가 누구 옆에 있는가에 따라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겁니다. 텔레비전을 보니 강호동이 진행을 참 잘하더군요.
강호동이 어떻게 순서를 주고받는지 보세요. 추성훈의 경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서 완전히 떴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추성훈이 한 이야기는 ‘하와이’ 네 번과 ‘도망갑니다’ 다섯 번이에요.
강호동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에게 순서를 줄 줄 압니다.
심리학의 역사가 130년 됐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인간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긍정 심리학을 말합니다. 사람은 절대로 안 바뀝니다.
나는 자라면서 무기, 유기 정학 다 받아봤어요. 지금도 운전하고 가다가 차창 너머로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못 넘깁니다. 집에 와서 내가 또 사고 쳤다고 아내에게 말하면 아내가 ‘당신은 제발 그런 일을 벌이지 마라. 끝까지 가게 되어 있다’며 내 고등학교 2학년 때 생활기록부를 갖고 와 보여줍니다.
‘과묵하고 성실하나 쉽게 격함’이라고 적혀 있어요. 사람은 절대 안 바뀝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점을 고치려 하지 말고 장점을 끌어올리면 약점도 저절로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 장점 끌어올리는 게 더 쉽기도 하고요. 그게 요즘 얘기하는 긍정 심리학입니다.
‘리추얼’이 다양할수록, 감탄할수록 행복해진다
그다음은 ‘리추얼’(ritual)이란 개념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리추얼’이라는 게 뭐냐면 습관하고 비슷해요. 하지만 습관은 아닙니다. 리추얼의 내용적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정서적 반응과 의미 부여입니다.
유대인 입양아의 사례를 동영상으로 함께 볼까요. 그녀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서는 완전한 유대인입니다. 그의 아버지에 의하면 유대인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꼭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유대인이 왜 위대한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을까요? 우리하고 DNA가 틀려요? 아니에요. 리추얼이 살아 있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안식일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들이에요.
안식일에는 반드시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을 같이 먹으라는 거죠. 그래야 유대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 삶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느냐 아니냐의 기준은 의미 부여가 되는 리추얼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가예요.
제 예를 한 번 들어볼게요.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리추얼은 아침 식사입니다. 제가 독일에 혼자 유학 생활을 할 때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을 하고 아내와 다시 독일로 향했는데 그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아내가 나를 위해서 아침 식사를 차려주는 거였어요. 아내가 과일을 깎아오고 빵를 구워오면, 저는 커피를 직접 갈아서 끓입니다. 집 안에 커피 향이 가득 퍼져요. 그럼 무지무지 행복합니다.
그리고 또 내가 커피를 끓이면 우리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요. 왜냐하면 우리 아빠한테 오늘 무슨 일이 생기든 행복한 날이라는 거예요. 여러분은 자녀한테 어떻게 행복하게 살라고 가르쳐 줄 건가요?
머릿속에 행복한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져야 합니다. 아침 식사 외에도 우리 가족은 집 뒷산에 우리만의 형제 약수터가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땅을 파서 만든 거예요. 우리 아들 녀석이 사춘기 시절 가출도 하고 패싸움도 하고 별거 다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기분이 좋을 때에는 형제 약수터에 가자고 그래요. 여기 가서 아이들과 있으면 전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리추얼이 있나요?
내 개인적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리추얼은 수첩에 만년필로 끼적일 때입니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나는 수첩 모으는 게 취미예요. 비슷한 수첩을 300개 가지고 있어요.
조금 쓰다가 지겨우면 바로 바꿔버려요. 내가 왜 그렇게 수첩을 자주 바꾸느냐면 내 인생에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몇 개 안 되기 때문이에요. 만년필 모으는 것도 취미고요. 봄이나 가을에 여기 국립중앙도서관에 와서 앉아 있으면 내 안의 내가 말을 걸어옵니다. 그러면 그 내용을 수첩에다 적어요. 이렇게 쓰는 내용이 책이 되는 거예요. 내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죠.
또 다른 리추얼을 살펴볼까요. 오바마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지 아세요?
흑인인 그가 어떻게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을까요?
미국의 전당대회는 하나의 축제입니다. 이 축제에서 오바마가 미국 국민들한테 리추얼을 주면서 의미 부여를 했기 때문에 리더가 된 겁니다. 개인의 삶으로 돌아와보면 리추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내가 잘하는 걸 자꾸 끌어올려주는 거예요. 나 스스로 나에게 감동을 자꾸 주면 남들도 내 얘기를 듣게 돼요.
여러분 자녀들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애들이 잘하는 게 있으면 자꾸 칭찬해 주세요. 그렇게 해서 잘하는 것을 키워주는, 삶의 의미가 부여된 리추얼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우리는 살면서 감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왜 사세요?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느냐의 기준이 뭔지 아세요?
지난 3일간 감탄한 기억이 몇 개나 있나요. 좋은 음악을 듣고 멋진 그림을 보면 어떻게 되나요?
감탄이 나오죠? 글쎄, 돈 많이 벌려고 사는 게 아니라니까요. 돈 많이 벌어서 감탄하려고 사는 거지요. 지금 같은 경우도 여러분이 감탄을 하니까 제가 강의를 더 잘할 수 있는 거예요.
재밌다, 감탄한다, 재밌다, 감탄한다. 이 같은 선순환이 일어나거든요. 잘 돌아가는 집안은 이래요.
행복한 삶이란 이런 거 아니겠어요?
김정운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우리 가족이 행복하냐, 행복하지 않으냐의 기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슬퍼서 울기도 하지만 울면 슬퍼진다고 한다. 즉 감탄할 일이 없지만 먼저 감탄하면 감탄할 일이 생긴다는 것. 누가 자신보다 더 명확하게 우리의 삶의 목적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자신한 김정운 교수는 확실히 행복해 보였다. 역시 감탄하고 볼 일이다.
김정운 교수도 사춘기 아들 때문에 고민 많았다?!
강연자가 매력 있을수록, 강연 내용이 재미있을수록 강연 후 질문이 더 많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강연이었다. 사고 싶다던 캠핑카는 장만했는지, 베스트셀러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 등 평소 김정운 교수에게 궁금했던 사항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이 중에서도 김정운 교수는 자신 가족만의 리추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가장 긴 대답을 했다.
“아내는 음악을 전공했어요. 독일 유학 시절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부지휘자까지 할 정도로 실력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큰아들 녀석이 자꾸 사고를 치는 바람에 교수를 그만뒀어요.
아내는 아줌마들하고 수다 떠는 게 체질이에요. 그래서 교수 할 때보다 더 바쁘지만, 그래도 틈틈이 저와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예술의전당 야외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걸 즐겨요. 아이들 같은 경우는 첫째 아이는 음악하는 걸 좋아하고 작은 아이는 영상 편집 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강연을 자주 하고 또 그 영상을 편집하는 모습을 자주 보더니 둘째 아이가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영상 편집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그런데 부모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기준이 바로 이거예요.
부모가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리추얼을 자꾸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일부러 조교 대신 둘째 아이에게 강의 콘텐트를 주면서 강의 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행복한 리추얼을 흉내 내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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