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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①② / 이병욱(李相旭)

경호... 2015. 7. 7. 04:11

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①

 

식이요법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을 때 藥이 된다

 

암(癌)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존재할까. 많은 암 환자나 그 가족은 이 문제의 해답을 알고 싶어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음식은 분명히 있다. 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은 몇 가지로 분류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 암 치료 시 도움이 되는 음식, 마지막으로 항암치료 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그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李相旭

⊙ 47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실 연구부장.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최우수 논문상,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암 환자를 진료한 지 20년이다. 전공의 시절이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암 환자를 대하는 생각이나 자세가 천양지차다. 처음에는 암을 잘 몰라서 환자는 보지 못하고 환자의 일부분인 암이란 병에 몰두했었다. 간단한 이치이지만 결국 치료하는 대상은 사람이므로 병과 사람을 통합적으로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몸에서 암 세포를 없애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점, 즉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늘 진지하지 못하고 건성건성 대했었다. 이 질문에 귀가 열린 것은 암 전문의가 되고 난 후였다. 암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하면서 중요하게 느끼고 배운 점 중 하나가 ‘환자들을 어떻게 잘 먹게 할 것인가’였다.

 

먹지 못해 죽는 암 환자 많아

 

환자들이 먹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병원은 지금처럼 시설이 편리하고 쾌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힘든 점이 많았다. 특히 끼니 해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병원 식당은 일찍 문을 닫아 진료가 늦게 끝나면 배가 고파도 밥 먹을 곳이 없었다. 밖에 나갈 시간이 없을 때면 굶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 무렵 종양 전문의였던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는 두경부 종양이었다. 두경부 종양 환자들은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기 때문에 먹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 50대 초반의 하인두(下咽頭·목의 가장 아랫부분으로 식도와 연결된 곳) 암 환자였다. 초기가 아니어서 완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 남성 환자는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음식물이 통과하는 목 부분(인후·咽喉)이 헐어 통증이 심했다. 이럴 때 통증은 심한 목감기가 걸렸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아프고 고통스럽다.

 

환자는 “배는 고픈데 음식을 먹으려 해도 통증 때문에 삼킬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사실 이 경우 침도 삼키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크고 좋은 병원의 한 곳에 있었지만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입원환자라면 끼니 때 죽이라도 나오지만 그는 외래환자인 까닭에 굶어야 했다.

 

암은 제쳐두고 허기(虛飢)와 싸웠을 그가 마침내 먹을거리를 찾아냈다. 햇살이 좋은 어느 가을날 그는 병원 매점에서 크림빵을 하나 사서 먹고 있었다. 그가 병원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목 넘김이 부드러운 크림빵이 유일했을 것이다. 크림빵을 먹고 있는 환자를 보며 필자는 마음이 아팠다.

 

그때부터 아주 막연하게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 못지않게 암 환자들을 먹이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암 전문의들에게는 성적과도 같은 생존율 수치에만 집착했었다. 참으로 좁은 시야로 환자를 대하는 어리석음을 보인 것이다.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 치료 합병증으로 인한 영양결핍으로, 혹은 항암치료 후 병은 나았지만 몸이 회복되지 않아 사망하는 경우가 일정 비율 있다. 치료 후유증으로 섭식(攝食)장애가 생기거나 암이 너무 많이 진행돼 식욕저하로 영양섭취가 되지 않아 사망하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많은 환자가 먹지 못해서 안타깝게 사망한다.

 

 

잘못된 음식 정보 때문에 더 힘들어

 

 

 

먹지 못하는 암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음식 정보들이다. 음식 관련 정보들이 너무 많이 세상에 떠돌고 있는 탓에 암 환자들은 무엇을 먹으려 하다가도 주저하게 된다. 얼마 전 한 TV 방송에서 유명한 스님이 열반(涅槃)에 들기 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필자는 특정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전의 스님이 선물로 받은 건강보조 식품들을 선별하는 장면이었다. 스님은 수많은 신도와 지인들이 쾌차를 빌며 보내 온 건강보조 식품들을 보며 상좌승에게 “암 세포는 당(糖)을 좋아하니 내게 해롭다. 당이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라”고 지시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직업이 종양학 전문의인 필자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암 세포가 당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암 세포가 당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암 환자가 당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암 세포를 마구 키우는 것은 아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이런 논리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다르지 않다.

 

우리 몸 안에서 당이 하는 역할과 기능은 수십 가지나 된다. 그리고 복잡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암 세포와 당만을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 고기를 먹으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암 환자들 사이에 이미 정설로 퍼져 있다. 그렇다고 탄수화물까지 먹지 못하게 하면 암 환자들은 지방만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방이 몸에 나쁘다는 인식은 더욱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따지고 들면 3대 영양소 중에서 암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굶어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람은 먹는 음식에 의해 진화하고 적응해 왔다. 특히 육식을 함으로써 급격하게 현재 인류로 진화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식은 초식동물에서 축적된 다양한 영양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보양식들이 대부분 식물을 원료로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로 진화하고 적응해 왔다. 그 결정적 증거 중 하나가 치아다. 인간의 송곳니는 육식을 할 때 고기를 잘 찢도록 발달돼 있다. 반면에 어금니는 곡물을 먹을 때 잘 갈 수 있도록 기능화되어 있다. 우리가 수백 년 동안 먹어 온 식재료나 요리법은 이미 우리에게 해롭지 않음이 검증된 것이니 대부분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새롭게 먹게 된 먹을거리나 인공적 방식으로 대량 생산되는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탐구가 필요하다.

 

치료 위해서는 고기도 먹어야

 

 

 

 

사람들은 자동차, 옷, 가방, 신발 등을 구매할 때 원산지와 제조 방식은 물론 성능이나 기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상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건강유지에 중요한 음식 원료를 선택할 때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생활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각각의 암 환자에게 필요한 음식이 무엇이고 피해야 할 음식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시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유익한 정보를 찾아내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의사들이 이런 문제를 외면하거나 관심 밖으로 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으면 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는 아니지만 암 환자에게 이로운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니 한마디로 정리하여 제시하기는 어렵다. 어떤 음식을 피하고 어떤 것을 골라서 많이 먹느냐 하는 문제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양질의 음식 원료를 선택해서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보관하고 조리하는 것이다.

 

육류를 섭취하는 경우 동물에 함유된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지방이 많아서 맛이 좋은 특급 쇠고기(일명 비만 소)보다는 그 소가 적당히 운동하면서 다양한 식물을 섭취해 몸속 영양소가 풍부한지 고려해야 하고,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없이 자랐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대지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것들을 먹고 자란 닭과 항생제가 함유된 사료만 먹고 자란 닭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공급받기 위해서이지 단순히 혀끝의 감각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식물만 섭취하면 건강해지는 줄로 착각한다. 식물도 땅에서 자라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 땅속에 뿌리를 내려 물과 영양소를 빨아들이고 한편으로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서 다른 식물과 성장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독성물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런 독성물질이 약효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물을 뿌리에서 줄기 잎까지 모두 먹게 되는 경우 많은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에서 비료와 물만 주고 키우면 약효를 나타내는 유효성분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식물은 뿌리 자르고 잎 따내고 줄기만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해서 영양소가 파괴된 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한 가지. 식물이 가진 영양소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조리한다면 차라리 먹지 않느니만 못하다. 이런 경우 잘해야 섬유소 정도만 섭취한다.

 

위대한 진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게 마련이다. 암 환자들에게 유익한 정보 역시 상식선에서 찾아야 한다. 일상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정보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양학자는 아니지만 임상의사로서 풍부한 사례를 토대로 암 환자에게 좋은 먹을거리 정보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②

 

항암치료 직후엔 양질의 육류로 우려낸 탕이 효과

 

 

좋은 재료로 만든 곰탕, 삼계탕 등은 항암치료 후 쇠약해진 몸을 회복하는 데 좋다.

 

 

의사들은 자신이 진료 중인 환자의 상태나 병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해하거나 고민할 때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족집게 과외’처럼 콕 집어 주는 정보를 원하지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의사로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암 전문의인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암은 완치되는 병이다’ 또는 ‘암은 완치는 거의 불가능하고 관리를 잘해야 하는 병이다’ 등등 이론이 많다. 전부 맞는 말이다. 실제 진료 현장에는 여러 유형의 환자가 있고, 다양한 임상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이론은 개별 환자에 따라 잘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때문에 극히 일부분의 환자에게서 발생한 현상을 마치 보편적 현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보편적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편견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가지고 있다.
  
완치되는 병이든 불치병이든 의사로서는 일단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일차적으로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의 몸 상태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필자가 진료하는 암 환자들에게 투병 이전의 건강을 찾게 하는 일은 절박한 문제다.
  
  
완치해도 기력 회복 늦으면 위험

 암 환자 중에는 암을 완치하고도 예전의 기력(氣力)을 회복하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런 환자를 진료할 때면 안쓰럽고 딱한 마음이 드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하나 있다.
  
30대 가장이었던 이 환자는 개인병원에서 중이염 치료를 받던 중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찾아왔다. 추가검사를 통해 이 환자에게 내린 처방은 항암방사선치료였다. 이 환자에게는 당시 어린 두 아이가 있었다. 둘째의 경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의 등에 업혀 있던 기억이 난다.
  
환자는 생애 가장 단란한 시기를 투병하느라 병실에서 보내야 했다. 다행히 항암치료 직후 받은 검사에서 종양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 완전반응이라고 한다. 일차적으로 치료에 성공한 셈인데, 이 사실을 누구보다 기뻐할 환자에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는 특별히 기뻐하는 표정 없이 그저 감사하다는 말만 하고서 힘없이 돌아섰다. 그때는 그 환자의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암 치료를 받은 지 어느덧 8년여가 흘렀다. 당시 엄마의 등에 업혀 있던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이 환자의 경우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았으므로 단순한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암을 치료하면서 너무 큰 것을 잃었다. 항암치료가 끝나갈 무렵 부인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바람에 두 아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환자를 돌볼 사람은 없었다. 필자는 이 사실을 그의 갑작스런 하소연으로 알게 되었다.
  
진료 시간이 끝나 가는 어느 날 그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을 툭 던졌다. 이런 하소연을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무엇이 힘드냐”고 묻자 그가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것이다. 환자와 의사는 가족 못지않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환자가 몸을 맡기고 자신의 이야기를 거짓 없이 쏟아 놓는 대상이 의사인 까닭이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둘 사이에는 넓고 깊은 이해와 신뢰가 생기게 마련이다.
  
영양소 과학적으로 계량해 섭취해야
  
12년이 지난 지금도 병의 재발 징후는 없다. 그런데도 환자의 체격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체력은 고갈돼 가고 있다. 입고 있는 셔츠나 바지가 남의 것을 얻어 입은 듯 크고 헐렁하다. 겨우 겨우 직장생활을 영위해 나갈 뿐 그 외 여가활동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다. 몸이 무겁고 피곤해 의욕은 물론 식욕도 없다. 그는 조만간 직장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펜션이나 운영할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업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 환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배운 점은 이런 것이다. 이 환자는 그나마 남은 체력을 모두 고갈시키며 항암치료를 마쳤다. 덕분에 비인두암은 치료되었지만 그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화시키는 병인이 생겼다. 가정불화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투병과정에 아내의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지 못했음은 물론 심리적 불안과 갈등 속에서 치료를 받았다.
  
부인을 대신할 어머니마저 손자들을 건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라 그는 방치되다시피 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회복기를 혼자서, 그것도 배신감과 상실감 속에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보낸 셈이다. 이런 경우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사람의 건강은 휴대폰 배터리 성능과 유사하다. 휴대폰 배터리가 소모된 경우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 저장 용량의 100%로 충전해야 한다. 그래야 배터리 성능도 떨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 잘 쓸 수 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항암치료는 몸속 거의 모든 정상 세포에도 심각한 손상을 유발한다. 때문에 몸의 기력이 소모되었을 때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해야만 예전의 건강을 찾을 수 있다. 즉 몸 안의 모든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장기기능 역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쇠약해진 몸이 충분히 회복되는 것 못지않게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일정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세포 수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충분히 회복해야 예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항암치료 후 빠른 회복을 원한다면 매일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음식은 영양소와 양을 과학적으로 계산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환자 스스로 이만하면 잘 먹는다고 해도 영양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식재료에 대한 조사와 판단 중요

 

세포 재생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전복을 넣은 전복죽은 보양식으로 좋다.

 

 

암에 걸리면 별의별 사람이 다 참견하고 조언을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조언은 무시하는 것이 현명하다. 같은 암 환자가 효험을 본 것이라 해도 그것이 타인에게서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런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환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좋다는 것은 몰라도 나쁘다는 것은 하지 않으려 철저히 따른다는 점이다. 이런 근거 없는 정보 때문에 먹는 것이 아무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족들도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 필요한 영양소가 포함된 음식을 잘 주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단의 구성과 먹는 양을 정확하게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칼로리 높은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그 영양분이 몸에 그대로 축적되지는 않는다. 또한 칼로리는 에너지이므로 필요한 열량만큼만 섭취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필요한 세포를 재생시키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성분을 함유하는 음식들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식재료 각각의 상태에 따라 소화 흡수되기 좋은 영양성분인지,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흡수되기 좋게 조리되었는지 등도 확인해 봐야 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모든 채소를 삶거나 끓여서 먹는다면 분명히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로 자신의 면역력이 약해져 있다고 판단해 익힌 음식만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항암화학치료를 하는 동안에만 신경 쓰면 될 일이다.

 

요즘 들어 환자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생선회를 먹어도 되느냐”이다. 생선회 속에는 기생충이 들어 있을 수 있고, 유통과정에서 식중독의 원인인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은 암 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있다. 이런 질문 속에는 ‘생선도 고기이므로 암 환자에게 해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선회가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 밖에 쇠약해진 몸을 빠른 시간 내에 회복시킬 수 있는 보양식도 있다. 전복죽이라든가 삼계탕이 그것이다. 하지만 모든 보양식에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제대로 된 재료로 조리한 음식만이 보양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원가 1000원도 되지 않는 저비용 고효율 생산방식의 닭은 보양음식의 재료가 되기에 부족할 수 있다.

 

어릴 적 몸이 아프거나 허약해질 때면 어머니께서는 병아리를 키워 ‘약닭’이라며 곰탕을 끓여 준 적이 있다. 그 곰탕은 분명 영양분이 풍부한 보양식이었다. 곰탕의 재료인 ‘약닭’ 덕분이다. 시골에서 놓아 기른 ‘약닭’은 봄에 온갖 식물의 새싹을 뜯어 먹어 오메가3 성분도 있고, 적당한 운동으로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쫄깃하다. ‘약닭’은 좁은 우리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재료인 셈이다.

 

얼마 전 ‘심야식당’이란 일본 드라마를 보는데, 주방장이 운동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스테미너 음식을 만든 후 달걀 프라이를 요리 위에 얹어 주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를 보며 ‘시중에서 파는 달걀이 스테미너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달걀도 집단으로 사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놓아 기른 닭에서 얻은 것이라면 충분히 스테미너 음식이 될 수 있다. 결국 먹고자 하는 식재료에 대한 조사와 판단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먹고픈 음식은 주저 없이 먹어야

 

그동안 세상에 쏟아져 나온 음식정보 중 항암치료 후 회복에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를 제시하라면 대략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인삼과 전복이다. 인삼의 다양한 약효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수삼, 건삼, 홍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종류에 따라 약효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은 장기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먹기보다는 약 2주 정도만 복용해야 비용 대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약은 1년에 한 번 혹은 철마다 한 번씩 먹는 것이지 매일 밥처럼 먹지 않는 법이다. 한약이나 보양식을 달고 사는 사람 중에 건강한 사람도 없고, 오래 산 사람도 드물다.

 

건강이 나빠서 어쩔 수 없이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일반적으로 약효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약효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비슷한 자극을 계속 받으면 느낌이 무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복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풍부해 단백질 합성에 도움이 된다. 필요한 세포를 재생하는 데 효과가 있다. 사실 전복은 다양한 영양성분 때문에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보양식 재료로 사용돼 왔다. 특히 회복기 환자에게 전복죽은 맛 좋고 먹기 편하며, 소화가 빨라 흡수가 잘되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음식만으로는 100% 회복되지 않는다. 예전 건강을 찾고 싶다면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먹고 싶은 음식이 머리에 떠오르면 주저하지 말고 먹으라고 권하는 편이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다 먹지 못하거나 혹은 막상 먹으려 하니 음식이 속에서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암 환자 중 상당수가 머릿속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몸에 잘 맞는 음식을 찾아내는 걸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 환자들은 건강을 회복한 후 진료실에서 만난 필자에게 자신만의 건강 노하우를 털어놓곤 한다.

 

그러고 보면 의사들은 환자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환자들이 주로 물어보는 질문 속에 오랫동안 찾던 정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사골국을 응용해 수제비나 국수를 요리해 먹으면서 원기를 되찾은 60대 중반의 여성 환자 이야기가 이 경우다.

 

세포 재생은 전복과 시금치가 최고

 

이 여성 환자 역시 비인두암이었는데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입과 목안이 헐고 침샘이 파괴되어 침도 나오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상태가 이 정도면 자리 깔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힘이 드는데 이 환자는 항암제 투여까지 받았다.

 

그 때문에 식욕이 떨어져 음식 냄새만 맡아도 욕지기가 나오고 심할 경우 토하기 일쑤였다. 결국 식음을 전폐하고 방사선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점점 체중이 줄고 온몸에 힘이 빠져 걷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담당의인 필자로서는 심히 걱정되었지만 수액만 투여하면서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고 진찰실에서 그 환자를 보았는데 그 사이 체중감소 현상도 중단되고 체력도 눈에 띄게 회복한 모습이었다. 놀랍고 신기한 마음에 “어떻게 하셨기에 몸 상태가 좋아진 것이냐”고 여쭸더니 그 환자가 자신의 체험담을 상세하게 들려줬다.

 

항암치료를 받던 중 환자는 ‘이렇게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 굶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뭐든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자 환자의 머릿속에 사골국이 떠올랐다. 환자는 망설임 없이 사골국에 도전했다. 목이 아파 침도 삼키기 어려운 상황이라 처음에는 국물만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다 보니 점점 적응이 되었다. 그래서 사골국에 찹쌀 수제비를 빚어 몇 개 넣어 먹으니 기운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환자는 이번에는 국수를 조금 넣어 먹었고, 그 다음에는 밥도 말아 먹으면서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게 되었다.

 

필자가 만난 환자들의 여러 사례를 분석하고 정리한 결과 항암치료 후 우선적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양질의 육류를 삶아 탕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음식은 단백질의 삼차구조가 열에 의해 부분적으로 절단이 되면서 소화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소화기능이 정상화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음식이 없다. 특히 탕 종류 음식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저항감이 적어 효과가 크다. 환자들은 국물과 고기를 먹음으로써 필수 지방산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전복과 시금치는 세포 재생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 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섭취할 경우 항암치료 후 손상된 세포가 재생됨으로써 장기기능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시금치에는 세포분열을 통한 세포재생에 필요한 엽산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항암치료 환자들은 반드시 섭취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 월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