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및生活常識]/建康茶.食品.料理

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⑤⑥ 겨자류 채소. 콩

경호... 2015. 7. 7. 04:09

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⑤

 

“겨자류 채소를 습관처럼 먹어라”

 

李相旭

⊙ 4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 서울아산병원 실험동물실 연구부장.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최우수 논문상,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학술상 수상.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갈아만든 건강 야채 주스.

 

 

음식의 중요성은 비단 암 환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절실함의 정도만 다를 뿐, 음식은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의사로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20여 년 전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의대 본과 4학년 여름, 공부하기 위해 강원도 첩첩산중에서 일주일 동안 머문 적이 있다. 그때 우연히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한학자 한 분을 알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은 아니었지만 고매한 인품의 그 학자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의사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심성을 그 학자를 통해 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설과도 같은 이 한학자 이야기를 소개하면 이렇다.

 

농부가 의사보다 낫다

 

이 한학자가 살고 있던 곳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의 산골 마을. 그는 마을 뒤편의 청옥산과 더불어 그 마을의 자랑거리요 정신적 지주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청옥 선생이라 불렀다. 그분의 제자들을 통해 선생의 학식과 인품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던 필자 역시 그렇게 존칭했다.

 

고매한 성품에 학식이 깊은 선생은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지만 사는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실력이 출중한데도 그는 ‘과거’ 시험을 보지 않았다. 입신양명(立身揚名) 대신 마을에서 문동(文童)들을 모아 놓고 천자문을 가르쳤다. 빠르게 전개된 근대화의 물결이 선생의 학문적 배경인 유교문화를 휩쓸었다. 지나간 것은 모두 버려야 할 쓰레기 정도로 여기는 시대적 상황에서 선생의 학문은 박물관의 유물처럼 실생활과는 먼 존재가 되어 갔다.

 

선생은 세상의 무관심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책을 읽으며 학문의 깊이를 더해 갔다. 저녁 시간이면 사랑방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바깥세상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가고 있는 지나간 시대의 글을 가르치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자니 살림 형편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런 선생이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생각해 낸 것이 미탄 장터에서 한의원을 하는 것이었다. 심심풀이로 읽었던 의서를 밑천 삼아 의원 노릇을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이 일 또한 여의치 않았다. 아기 낳은 산모가 이튿날부터 일을 해도 밥 먹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마을이어서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돈 있는 집안이 몇 집은 있어서 그들을 상대로 그럴 듯하게 문자를 풀어 가며 보약이나 지어댔다면 생계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듯 이재(理財)에 밝은 위인이었다면 처음부터 생기는 것 하나 없는 학문에 청춘을 바쳤을 리도 없지만 말이다. 하루종일 손님(환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손님)을 기다리다 밤이 되어 자리에 누워 천장에 매달린 약봉지를 바라볼 때면 선생은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다.

 

‘내가 학문을 한 것은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었건만 어쩌다가 내가 풀뿌리를 파는 약장수가 되었을까. 생계를 도모한다고 의업을 시작한 것이 의원도 되지 못하고 풀뿌리 장수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나는 곡식을 내는 농부만도 못하지 않은가. 곡식은 생명을 이어주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풀뿌리를 팔아 연명하려 하다니, 이게 어디 학문을 한 사람의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깊은 회의에 빠진 청옥 선생은 결국 의업(醫業)을 걷어치우고 말았다.

 

살아서 만난 적이 없는 청옥 선생은 필자에게 숙제를 하나 남겼다.

 

의사가 된 후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그 ‘풀뿌리와 곡식’이 상징하는 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발병하여 위급한 상태일 때는 약이 도움이 되지만 기본적인 체력과 건강은 평소 먹는 음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 이 ‘풀뿌리와 곡식’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 중에도 음식의 역할은 중요하다. 건강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청옥 선생의 말씀처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데는 의사보다 농부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이 마음까지 치료

 

케일과 양배추를 이용해 만든 쌈밥.

 

집에서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잘 먹는 것이다. 평상시 항암작용이 탁월한 채소를 즐겨 먹는다면 암 예방은 물론 건강 유지에도 좋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돼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즘 TV 프로그램을 통해 암 환자가 자기 나름 건강 식단을 짜거나 한 가지 음식을 매일 지속적으로 먹어 건강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몸에 좋다고 믿는 식이요법을 꾸준히 실천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경우 음식이 건강을 되찾아주리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병이 상당히 치유되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몸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었으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호에서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서는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채소 중에는 토마토처럼 항암작용이 탁월한 채소들이 상당수 있다. 평상시 이런 채소들을 즐겨 먹으면 암 예방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한국인에게 쌈 채소로 사랑받는 겨자류 채소는 토마토 못지않은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 십자화과 식물인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배추, 양배추 등이 겨자류 채소에 속한다. 이들 채소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유방암, 뇌종양 등 다양한 종양에서 모두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니 될 수 있으면 한두 가지 정도는 식사 때마다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양배추는 항암기능 이외에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장(臟)의 점막 손상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양배추는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양배추에는 효과적인 항염 성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배추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C, 비타민 A, 비타민 B군 등 비타민도 다량 함유하고 있고 무기질인 칼슘도 많이 들어 있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브로콜리에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헤이즈(Hayes) 박사에 의하면 브로콜리는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현저히 감소시키는 설포라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설포라페인은 황을 함유한 화합물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의 유전자 손상에 의한 조절이상으로 발생한다.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는 유전자를 복구하게 되는데 이때 설포라페인이 세포의 주기를 정지시켜 보수할 시간을 주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암세포의 발생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설포라페인은 이미 발생한 암세포와 암세포로 변할 수 있는 전 단계 암세포의 죽음을 유도함으로써 종양 형성을 지연시키거나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생성하여 암세포의 발생이나 증식을 막는 기능을 활성화하기도 한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모양도 영양소도 유사하다. 봉오리가 작고 초록색을 띠는 것이 브로콜리이고, 봉오리가 크고 흰색을 띠는 것이 콜리플라워다.

 

브로콜리는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주로 살짝 데쳐서(오래 가열하면 영양소가 파괴됨) 초고추장이나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필자는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서 올리브유와 소금을 약간 넣고 무치는 숙채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고 초고추장에 찍는 불편함도 없어서 좋다.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 먹으면 브로콜리 특유의 향과 맛이 감소해 개인적으로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양배추와 케일

 

대장암 예방 5가지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양배추.

 

필자가 브로콜리만큼 즐겨 먹는 채소가 양배추다. 알이 단단하고 싱싱한 양배추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씹거나 소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 삶아서 먹어도 좋다. 삶을 때 독특한 냄새가 나는데 식초를 약간 넣고 삶으면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볼티모어에서 미국암협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멕시코대학의 도로시 교수가 아주 흥미로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이주 폴란드 여성의 건강>이라는 이 논문의 핵심은 ‘양배추를 많이 먹는 폴란드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내용이었다.

도로시 교수는 논문에서 ‘양배추에 함유된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의 분해 산물이 암 발생 개시 단계의 DNA 손상과 변이를 경감시키고 비정상 세포의 생장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포도당으로부터 유래한 황, 질소 등을 함유하고 있다.

 

양배추는 녹색과 자주색 두 가지가 있고 성분이나 효능은 거의 비슷하다. 우리가 자주 먹는 녹색 양배추는 겉과 달리 속이 하얀색이다. 하얀 속잎보다 푸른 겉잎이 영양소가 더 풍부하다.

 

케일은 녹황색 채소 중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가장 높다. 항산화물질의 일종인 멜라토닌이 많고, 비타민 A와 C, B군이 풍부하며 칼슘이 많은 채소이기도 하다. 특히 비타민 C 함량은 귤의 3배나 된다고 한다.

 

케일의 항암효과는 인돌-3-카비놀(Indole-3-carbinol)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독을 제거하는 효소를 자극하며 강한 항산화작용 및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에 효과적인 물질인 셈이다. 케일의 암 예방 가능성과 항암효능은 이미 여러 학자의 연구결과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인돌-3-카비놀 역시 케일을 포함한 겨자류 채소에 다량 함유돼 있다.

 

결론적으로 매일 십자화과 식물, 즉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양배추, 케일, 배추 등을 먹으면 우리 몸의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식 풍조가 만연하면서 이런 채소를 먹기가 쉽지 않다.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집에서 습관처럼 챙겨 먹기를 권한다.⊙

 

 

 

 

癌박사 추천 ‘암치료에 좋은 음식’ ⑥

 

“전립선암과 유방암에는 콩이 좋다”

 

 

콩은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섬유소 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식물성 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라는 물질까지 함유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매년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 빈도를 조사하여 발표한다. 2012년 12월 발표한 암 발생 통계(2010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유방암은 여성 암 중에서 2위(45.4%), 전립선암은 남성 암 중에서 5위(23.3%)를 차지했다. 최근 10년 동안 이 두 가지 암 발생률은 증가 추세다. 유방암은 연평균 6%P, 전립선암은 연평균 12.6%P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서구의 경우 두 가지 암 발병률이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 오고 있다.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유방암과 전립선암 발병률이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 뭘까.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이 쉽게 발생하도록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킨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구 사람들에게 흔하던 암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발병하자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주변에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지? 나도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유방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궁금해한다.

이들은 종양 분야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예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정보를 수집,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이도 상당수다.

 

필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만약 어떤 특정 암의 발생률이 갑자기 증가했다면 그에 따른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원인을 교정해 주면 특정 암의 발생률도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기십 년 사이 우리의 DNA가 변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몸속의 세포들이 처한 환경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암세포로 변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변화된 것 중 우리 몸에 나쁘게 작용할 만한 것들을 바로잡아 주면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필자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대표적인 예가 흡연에 의한 폐암 발생이다. 최근 들어 흡연 인구가 줄면서 폐암 발생률이 줄고 있다.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흡연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금연 운동을 통해 폐암 발생률이 줄었듯이 다른 종류의 암 역시 그 발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완전식품’이면서 ‘항암식품’

 

 

콩으로 만든 두부는 영양분이 풍부하면서도 자극이 없어 방사선 치료 후 입맛이 없는 환자가 먹기에 좋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겨자류 채소의 항암효과에 대해 설명했고, 가능하면 꾸준히 일정한 양을 먹을 것을 권장했다. 이번 호에서는 콩의 항암효과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인 콩은 ‘항암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효과가 큰 것으로 여러 임상을 통해 밝혀졌다.

 

콩에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 호르몬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물질이 함유돼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성(sex)호르몬에 자극을 받는 대표적 종양이기 때문에 콩 속에 함유돼 있는 특정 성분에 의해 항암작용이 나타난다.

 

암세포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는 급속하게 증식하기 위해서 세포 표면에 다양한 수용체, 즉 일종의 안테나를 몇십 배에서 몇백 배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세포 밖의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겠지만 필자는 콩을 생각하면 ‘콩밥’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필자의 어머니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콩밥을 짓곤 했다. 반면 아버지는 ‘죄를 지으면 감옥에서 콩밥을 먹는다’는 말로 어린 자식들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곤 했다. 그 때문인지 콩밥을 먹을 때면 감옥에서 콩밥을 먹는 죄수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 친구가 우연히 시위 현장을 지나다 시위 학생으로 오해를 받아 영등포 경찰서에 잡혀간 적이 있다. 붙들린 학생이 너무 많아 친구는 이틀 밤을 꼬박 경찰서 구치소에서 보내고 나서야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겨우 풀려났다. 필자를 비롯한 친구들은 “잡혀갈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내가 왜 잡혀서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하는 그 친구에게 농담 삼아 “구치소에서는 정말로 콩밥을 주더냐”고 물은 기억이 난다. 당시 그 친구는 “콩밥이 아니라 꽁보리밥을 주더라”고 답했고, 우리는 모두 박장대소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감옥은 콩밥을 주는 곳’이라는 인식이 언제부터 정착되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수감자에게 콩밥을 주었던 이유와 출소 후 두부를 먹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콩 속에 있는 양질의 영양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쌀이 주식(主食)인 경우 쌀에 없는 영양분을 곡물에서 보충해 주기 위해서는 혼식(混食)을 해야 한다. 이럴 때 영양소가 풍부한 콩은 가장 이상적인 곡물 중 하나이다.

 

식물성 호르몬 이소플라본

 

콩은 단백질(35~40%), 지방(15~20%), 탄수화물(30%)로 구성돼 있으며, 식이섬유, 비타민(비타민 B1, B2, 니아신 등), 무기질(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다. 콩에 많은 단백질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보고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거의 1만명에 가까운 유방암 환자들 중에서 하루에 이소플라본을 10mg 이상 섭취한 경우 유방암의 재발이 2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플라본은 전립선암 등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암의 발생을 막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임상연구에 의하면 폐암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소플라본이라는 물질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항암효과가 큰 것일까.

 

이소플라본은 식물 속에 존재하는 호르몬 유사 물질로, 피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일컫는다. 여기서 ‘피토’는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한다. 에스트로겐과 이소플라본의 화학구조식을 비교해 보면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물질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작용할 곳에 이소플라본이 대신 결합하여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막을 수 있다.

 

암세포 중에는 세포 표면에 호르몬과 결합할 수 있는 호르몬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호르몬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암세포는 호르몬이 있을 경우 생존이 활성화되는 자극을 받는다. 따라서 호르몬이 암세포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암세포들에서 만약 호르몬의 자극 요인을 제거한다면 암세포들은 생존 자극 신호가 줄어들어 죽을 수도 있다.

 

이소플라본이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이유는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우선 항산화 효과가 있어 우리 몸 안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에 의해 유발되는 정상세포의 DNA 손상을 막아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암 발생 유전자(oncogene)에 의해 만들어지고 암세포 발생에 관여하는 티로신 프로테인 키나제(tyrosine protein kinase)라는 효소의 작용을 막음으로써 항암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본서 임상시험 결과 발표

 

 

콩나물 역시 항암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이론적인 부분은 학자들의 몫이고 일반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사실은 항암효과가 과장된 것은 아닌지, 효과가 있다면 어떤 사람에게 좀 더 유용한 것인지 등일 것이다. 그리고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다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고기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먹을 경우 지방 과다 섭취로 고지혈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과 부담이 있다. 이럴 경우 고기 대신 콩 음식을 먹으면 된다. 콩 속에 포함된 지방은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콩 지방에 함유된 리놀산과 올레인산 때문이다.

 

콩은 흔히 접하는 곡물인데 이상적인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하니 왠지 신뢰감이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한 먹을거리가 기적을 일으킨다는 믿음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콩은 이미 기원전 2700년경에도 재배했던 작물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이 점으로 보아 인류가 콩을 먹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콩이 언제 전래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콩의 원산지가 만주지역인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중국과 거의 같은 시기이거나 그 이전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시대에 된장을 먹은 기록이 있다. 검은콩과 붉은 팥은 샤머니즘 의식에서도 쓰이므로 콩은 우리 민족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곡물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 민족이 콩을 먹은 역사가 오래되었다면 콩에 대한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우리 민족은 콩이란 곡물을 먹어서 영양소를 섭취하고 건강을 유지해 오도록 오래전부터 적응되었다는 점에서다. 주식으로 먹는 곡물 중에서 콩이 빠진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假說)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콩 속에 존재하는 이소플라본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제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암뿐 아니라 폐암에까지도 확장되고 있다. 일본 내 수십 곳의 대형병원이 참여한 임상연구에 의하면 이소플라본을 섭취한 폐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 이 임상연구 보고서는 확실하게 통계적으로 생존율이 증가했다는 결론은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발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항암치료 후 콩 음식 효과

 

콩으로 만들거나 콩을 재료로 쓰는 음식은 참으로 많다. 두부, 된장, 간장, 청국장, 콩국수, 콩죽 등. 암환자들은 항암제 투여를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므로 소화력이 떨어지고 식욕이 감소한다. 특히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구강 점막이 손상되어 매운 음식은 전혀 먹을 수가 없다.

 

필자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이제부터 먹는 것을 잘 드시고 항암치료로 손상된 건강을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은 “잘 먹어야 하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너무나 괴롭다”고 호소하곤 한다.

한식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는데 고춧가루 하나만 들어가도 입속에 불이 난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필자는 콩죽이나 콩국수를 먹도록 권장한다. 콩죽이나 콩국수는 향이 강하지 않아 먹기도 비교적 편하고 영양분도 많은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월간조선》에 두부 관련 기사가 실렸다.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두부는 기본적으로 맛이 없는 ‘무미(無味)음식’이다. 사람의 미각(味覺)은 단백질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두부에서 맛을 느낀다면 아마도 물이나 간수 속에 있는 아주 소량의 미네랄 때문일 것이고, 두부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일부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두부 자체의 맛이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맛 자체가 자극적인 것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두부를 술에 비유한다면 보드카가 아닐까 싶다. 보드카는 다른 음료나 술과 섞일 때 그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모 언론사 기자가 보드카와 테킬라를 비교하면서 ‘테킬라가 탕이라면 보드카는 지리’라고 표현했는데, 꼭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보드카가 칵테일의 베이스 역할을 잘 하듯이 두부도 다른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어디에 들어가도 그 음식 특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두부 맛을 낸다.

불고기 양념에 불고기와 같이 졸일 수도 있고 매운 양념에 조림을 해도 맛이 좋다. 모든 국물이 있는 요리에 두부가 들어갈 수 있는 것도 두부가 지니는 특징일 것이다.

 

두부 외에 된장, 청국장, 콩나물, 두유 등 콩을 재료로 한 음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콩에 많은 이소플라본은 어떤 요리로든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먹는 것에 제한이 많은 암환자라면 영양공급을 위해 콩을 재료로 한 음식을 많이 먹을 일이다

 

 

 

 

월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