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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주(菊花酒) .순무섞박지 .게장 /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

경호... 2015. 7. 7. 01:42

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

 

국화주(菊花酒)

 

 

 

 

우리나라는 계절의 향기를 즐기는 독특한 절기주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가을 국화를 넣어 빚은 국화주(菊花酒)는 첫맛이 강한 국화향으로 퍼지다가 달콤한 향으로 마무리되는 좋은 술이다.

 

국화주 만드는 법은 감국(甘鞠)을 따서 햇볕에 말려 담는 방법과, 국화와 약재를 같이 넣어 직접 술을 빚는 방법이 있다.

 

증보산림경제에는 ‘화향입주법(花香入酒法)’이라 하여 감국이 한창인 때에 좋은 것을 따서 햇볕에 말린 후 독에 담근 술 1말당 감국 2냥을 생사자루나 베자루에 담아 술 표면에서 한 손가락 길이 정도 높이로 매단다고 나온다. 이어 술독 아가리를 밀봉하고 하룻밤 지나 감국을 담은 베자루를 제거하면 술이 향기롭고 맛도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요록(要錄)에는 국화와 생지황, 구기자 뿌리를 함께 찧어서 물에 넣고 끓여 즙을 만든 후 찹쌀밥을 누룩 가루와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봉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화주는 약용효과로도 유명하다. 정신이 맑아지고 청혈해독, 말초혈관 확장 효능이 있다고 했다. 치풍제(治風劑)의 효과가 있다고 하며 장수주로도 꼽힌다. 본초강목에서는 두통을 낫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며 백병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돼 있다.

 

예전에 궁중에서는 국화주를 축하주로 이용했다. 조선 세종 때에는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에 퇴직관리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열어 향연을 베풀 때에 국화주를 대접했다. 기로연에서 기(耆)는 70세를 말하며 로(老)는 80세를 말한다.

 

중양절 세시풍속으로 양(陽)의 기운이 가득하다는 산수유 열매를 따서 주머니에 넣어 차고 높은 산에 올라가 양기의 발원체인 태양에 가까이 다가간 후 모자를 떨어뜨리는 오늘날의 등산, 산행에 해당하는 등고(登高)라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국화를 감상하는 상국(賞菊), 장수에 좋다는 국화주를 마시거나 혹은 술잔에 국화를 띄우는 범국(泛菊) 또는 황화범주(黃花泛酒), 시를 짓고 술을 나누는 시주(詩酒)의 행사를 가졌다.

 

그 같은 기록들이 조선말기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 조선말기의 동국세시기에 기록되어 있다. 국화축제가 열리는 이 계절에 향기로운 국화주로 가을의 정취를 맛보고 우리의 전통적인 경로사상을 일깨웠으면 한다.

 

 

 

 

순무섞박지

 

 

 

강화도에는 1000여년 전부터 재배해온 것으로 알려진 순무가 있다. 순무는 십자화과 채소로 유황 성분 때문에 조금 매운 맛이 난다.

 

고려시대 향약구급방에 순무의 종자가 약재로 기록되어 있으며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의 가포육영(家圃六泳)에 외,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의 여섯가지 채소 중 순무는 장아찌로는 여름에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이 된다고 적혀 있다.

 

강화에서 재배되는 순무가 맛이 좋은 이유는 강화의 서늘하면서 따뜻한 해풍과 염분의 영향, 갯벌로 인해 유효 미생물이 많은 토양,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화의 순무 재배는 요즘은 연작하는 관계로 강화특산 순무의 알싸한 고소함이 덜해지고 있고 김포와 강화 등 일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강화도 재래종 순무는 뿌리 껍질의 색이 녹색인 청순무와 자색인 적순무가 있다. 순무의 모양은 팽이처럼 둥근형이며, 맛은 시원하면서 약간 알싸하고 무 뿌리에선 단맛을 내면서 고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먹으면 좋다.

 

조선시대 25대 왕이었던 철종이 왕이 되어서도 어려서 즐겨 먹었던 강화의 향수음식인 순무섞박지가 그리워 입맛이 없을 때 궁중의 별미음식으로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순무는 맛이 달고 오장에 이로우며 소화를 돕고 종기를 치료한다고 했으며, 눈과 귀를 밝게 하고 황달을 치료하며 갈증을 해소시킨다고 했다. 또한 순무는 예로부터 ‘밭의 화장품’으로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순무의 씨앗을 볶아 기름을 짜서 하루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눈이 밝아지며 눈빛이 영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강화도에서는 김장무와 같은 시기에 씨를 뿌려 키워서 김장이 익기 전에 순무와 배추로 섞박지를 많이 담가 먹는다.

순무섞박지를 담그기 위해선 우선 순무를 깨끗이 다듬어 넓게 납작썰기로 소금에 절인다.

배추는 순무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역시 소금에 절인다.

미나리와 실파, 각, 청각은 다듬어 일정한 길이로 썰고 파, 마늘, 생강은 다진다.

낙지와 소라는 다듬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절인 무와 배추를 씻어 건져 처음에 고춧가루로 빨갛게 버무리고 다시 양념과 준비된 재료를 모두 섞어 다시 버무리면서 밴댕이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아 익힌다.

 

 

 

 

게장

 

 

우리나라에서 게장을 먹은 기록은 산림경제, 자산어보, 규합총서, 임원경제지 등 수많은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00년대 이전부터는 게장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장 담그는 법도 다양한데 우선 산림경제부터 살펴보자.

산림경제에는 소금과 술을 같이 사용한 술지게미로 절여서 담그는 법이 소개돼 있는데 이렇게 하면 다음해 봄까지도 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시의전서에는 술이나 초장, 소금물로 절여 담그는 법이 기록돼 있다. 또한 게를 키우는 방법도 상세히 담겨 있다.

 

증보산림경제에는 간장이나 소금탕으로 게장을 담그거나 쇠고기를 같이 넣어 담그는 방법이 나와 있다.

소금탕으로 게장을 담그기 위해선 소금물을 짜게 졸여 식힌 뒤에 항아리에 붓는다. 그리고 살아 있는 게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낸 후에 게가 소금탕 국물에 잠기도록 넣는다.

여기에 천초를 넣고 개오동 나뭇잎을 덮고 다시 나뭇가지를 질러 놓는다.

다음 날 소금 국물을 쏟아내어 다시 국물을 끓여 붓고 잘 봉해 두었다가 숙성되면 꺼내어 먹는다.

가을에 담가 이듬해 여름에 꺼내 먹어도 상하지 않고 뒷맛이 개운했다고 한다.

 

규합총서에도 소금으로 게젓 담그는 법이 소개돼 있는데 소금게장은 맛이 아름답고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반가에서는 또 민물에 서식하는 참게로 게장을 많이 담가 먹었다.

특히 임진강 유역의 파주에서 잡힌 참게는 맛이 독특하고 흙냄새가 적어 임금님께 진상품으로 바쳐졌다고 한다. 요즘은 참게 서식지가 감소하여 임진강을 제외한 다른 강에서는 참게를 보기 힘들다.

참게장은 가을에 담가 다음해 여름반찬으로 먹기 때문에, 장기 보관을 위해 짜게 담갔다. 참게는 추수기 논에서 잡히는 암게가 알이 많고 기름진 내장 때문에 가장 맛이 좋다.

 

요즘은 대부분 갖은 양념을 넣어 끓여서 식힌 간장을 넣어 만드는 간장게장을 많이 담가 먹는다.

또 신선한 게를 고춧가루와 배, 양파, 생강, 마늘, 참깨, 참기름 등으로 버무려 매콤 달콤한 맛을 내도록 한 양념게장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고유의 매콤 달콤한 맛을 즐기기 위해선 2∼3일 내에 먹어야 한다.

양념게장을 오래 보관하려면 양념하기 전에 끓여서 식힌 간장을 붓고 나서 양념을 하면 된다. 한편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게장을 조금 독특하게 만들어 먹는데 전남 강진에서는 콩만큼 작은 게를 맷돌에 갈아 걸쭉해진 덩이를 소금·고춧가루로 버무려 담근 ‘콩게젓’이 유명하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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