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체온 33∼35도땐 떨리거나 ‘닭살’
28도이하면 부정맥·심정지 위험
저체온증은 임상적으로 체내의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인체의 열 생산이 감소되거나 열 소실이 증가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나타난다.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혈액순환과 호흡, 신경계의 기능이 느려진다.
저체온증은 크게 경증, 중등도, 중증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경증(경한)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이 33∼35도인 경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기모근) 수축 현상이 일어난다. 피부 혈관이 수축해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띤다.
심부체온이 28도 이하가 되면 중증의 저체온증 상태가 돼 심실 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유발돼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게 된다. 저체온증은 기온이 아주 많이 떨어질 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만 해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저체온증 위험에 노출된다.
추운 환경을 만나면 인체는 정상적으로 떨림과 근육 긴장, 대사량 증가 등을 통해 체온을 유지한다. 이러한 체온 유지는 대표적으로 시상하부의 조절로 이뤄진다. 저체온증은 이 시상하부의 기능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 같은 증상은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갑상샘 기능저하증, 부신 기능저하증,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있을 때 적절한 신체대사 기능에 문제를 유발하며 가속화된다.
특히 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저체온증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혈관이 체온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혈관의 수축과 팽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체온 조절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 저체온증이 오기 더 쉽다. 또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트리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혈액순환이 잘 안 돼 각종 장기에 손상이 가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노인들 역시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체지방이 부족하고, 대사율이 떨어져 열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 체온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주위에서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추운 환경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 젖은 옷은 벗기고,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어야 하며 겨드랑이, 배 위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 등을 올린다.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사람이 직접 껴안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환자의 몸을 덥히기 위해 사지보다는 머리 부위나 몸의 중심부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담요나 외투, 또는 가능하면 전기담요로 덮어주는 것도 좋다.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적절한 수분 섭취와 고른 영양분이 있는 식사를 제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물이나 단맛의 음료를 마시는 것도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 또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는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격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야외활동 중 몸에 오한이 느껴지는 것은 신체가 열을 잃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경고신호’이기 때문에 즉시 실내로 들어가야 한다.
가정 내 65세 이상 노인이나 영아가 있는 경우에는 체온과 실내 온도를 자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저체온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보이면 신속히 병원으로 가거나 또는 빠르게 119로 신고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홍기정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막힌 혈류에 ‘으스스’… ‘한모금’으로 녹여라
저체온증에 좋은 한방茶
▲ 당귀차와 모과차, 계피차(왼쪽부터) 등의 한방차는 몸의 신진대사를 도와 저체온증은 물론 감기 등 각종 겨울철 질환 예방과 개선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날이 추워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따뜻한 차 한잔이다.
특히 각종 약재로 끓여내는 한방차는 그윽한 향과 깊은 맛은 물론 몸에 좋은 성분들도 풍성하게 지니고 있어 감기 바이러스 등이 횡행하는 겨울철 ‘건강지킴이’로 손색이 없다.
한방차 중에 몸을 따뜻하게 해줄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도와 저체온증 예방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당귀차와 모과차, 계피차의 성분과 효능을 소개한다.
◆ 당귀차 = 당귀는 예로부터 여성들이 몸을 차갑게 느끼는 ‘냉증’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약재다. ‘당연히 돌아온다’는 뜻의 당귀(當歸)란 이름도 몸이 허약해 시집에서 내쫓긴 여자가 당귀를 먹은 뒤 몰라보게 건강해져 시집으로 당당히 돌아갔다는 전설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같은 효능 때문인지 당귀는 영어권에서 천사라는 의미의 안젤리카로도 불리고 있다.
실제로 한방에서 당귀는 보혈(補血·혈액 성분 개선), 활혈(活血·혈액순환 개선)의 효능이 있어 한의학 처방 중 혈액 및 체액의 부족 증상에 많이 쓰이고 있다.
당귀에는 리구스틸라이드(ligustilide) 등의 방향성 성분이 다량 함유돼 특유의 향이 난다. 또 비타민 B12, 비타민 A, 엽산 등도 많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헤모글로빈과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해 혈액의 증가 및 혈류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한의원에서 혈이 부족한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사물탕에 당귀가 들어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혈액이 부족하고(혈색이 안 좋거나, 빈혈 증상의 소견이 있는 경우) 수족이 냉한 사람의 경우 당귀를 차로 끓여 마시면 혈액 상태와 혈액 순환 개선으로 냉증 완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 모과차 =모과는 민간에서 기침감기에 걸렸을 때 끓여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모과가 따뜻한 성질을 지녀 몸의 찬 기운을 없애주고, 목과 폐를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기와 관련, 약초에 대한 민간처방을 집대성한 본초강목에도 모과는 담을 삭히고 가래를 멎게 해주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따라 한방에서는 모과가 감기,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에 약으로 쓰였다.
모과에는 사과산, 주석산, 구연산, 비타민C, 타닌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한의학에서 모과는 간에 도움을 주어 근육의 마비나 저림, 당김, 쥐나는 증상에 많이 쓰인다. 또 비·위장의 기능도 개선해 구토와 설사에도 좋은 약재로 처방된다.
특히 감기 초기의 근육통(뻐근함)이나 몸살이 올 것 같은 증상에 모과를 차로 우려내 마시면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며 통증을 잦아들게 해준다. 동의보감에는 모과가 (칼슘, 철분을 풍부하게 지녀) 힘줄과 뼈를 바로잡아 다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낫게 한다고 돼 있다.
◆ 계피차 = 우리가 종종 마시는 수정과에 들어 있는 향미의 주인공이 계피다. 계피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 식물로 베트남 등이 산지다. 계피에는 정유성분이 1∼2% 정도 함유돼 있는데 주성분은 강한 계피향을 내는 신남알데히드(cinnamaldehyde)다. 좋은 계피일수록 오일(정유)층이 두껍고, 향이 좋다.
한의학에서 계피는 혈맥(혈액)이 잘 통하도록(순환) 해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냉증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증상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종종 들어본 것으로 감기가 걸렸을 때 많이 권하는 갈근탕에도 계지(계피를 채취하는 식물의 가지 부분으로 유사한 효능이 있다)가 들어간다. 이 역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모공을 열어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계피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각종 심혈관질환 예방 효능도 지닌 것으로 밝혀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계피 안의 폴리페놀 성분이 몸 안에서 인슐린과 같은 작용을 해 혈당을 조절해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움말=왕경석 대전 헤아림한의원 원장>
‘백발 성성’ 파뿌리… 내몸 덥히는 ‘하얀 난로’
체온 올라가면 혈액순환 원활
▲ 대파는 흔히 모든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식재료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몸에 유익한 약재로 소중히 다뤄져 왔다.
얼마 전 한 일본인 의사가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라는 책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연의학계의 명의’로 알려진 필자 이시하라 유미 박사는 오랜 치료 경험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과 식사야말로 ‘병 없는’ 삶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여러 전문가들이 체온이 적당히 올라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근육 생성이 촉진되며, 소화기 계통 기능과 위장 운동이 활발해진다고 주장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몸에 열이 나는 것도 유해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따라서 저체온증은 물론 각종 면역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요즘처럼 갑자기 추위가 몰려 왔을 때 몸에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음식의 잡냄새를 없애줘 양념으로 흔히 사용되는 식품인 대파는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식은 몸에 온기를 부여해 주는 약재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겨울 대파의 경우 찬 성질을 뚫고 자란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매울 뿐 아니라 온기도 더 많이 지녔다고 믿어졌다. 그래서 겨울 대파를 먹으면 땀이 잘 나고 감기에 걸렸을 때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대파의 이 같은 효능은 현대 식품영양학에서도 성분 분석 등을 통해 인정을 받고 있다. 대파에는 칼슘, 인 같은 무기염류와 비타민A, C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다. 특히 비타민C는 파 100g당 11∼22㎎으로 사과(4∼10㎎)나 양파(8㎎)보다 많다.(표 참조)
이처럼 무기질을 풍부하게 지녔으면서도 대파에는 양파, 마늘 등과 마찬가지로 유황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린으로 대파가 음식으로 조리될 때 효소의 작용에 의해 알리신으로 재합성되는데 저체온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성분이다.
우선 알리신은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이에 따라 몸이 따뜻해지면서 말초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면역력 또한 상승한다.
이와 함께 혈액 응고에 작용하는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고, 혈관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마늘이 동맥경화에 좋다고 하는 것도 이 알리신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신은 몸에서 노화를 일으키고 피로물질을 쌓이게 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치매나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파에는 ‘굴루코키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혈당치를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또 대파의 ‘쿨루쿠민’이라는 식물섬유 역시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쿨루쿠민은 울금에 많은 성분으로 커큐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대파를 섭취하며 신경 써야 할 것은 이처럼 좋은 성분이 뿌리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파의 흰 뿌리 부분을 ‘총백(蔥白)’이라 부르며 말려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다. 총백은 모공을 열어 땀을 내게 하고, 몸에 들어온 한기를 몰아내어 양기(온기)를 회복시키는 효험이 있다.
한의학 처방에서는 통맥사역탕(온기를 살려주는 처방), 향소산(냉기에 기운이 막힌 것을 뚫어주는 처방) 등에 총백을 사용했는데 이는 모공을 열어 땀을 내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을 활용한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하루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에는 모공이 수축해 땀의 양도 줄면서 피부와 근육이 냉해지기 때문에 총백은 더욱 귀한 약재로 여겨졌었다.
예로부터 파뿌리와 흰 부분의 성질은 따뜻한 반면, 파란색 부분은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은 주로 뿌리와 흰 부분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총백의 그 같은 효험에 기인한 것이다.
대파의 효능을 십분 맛보기 위해선 요리할 때 대파를 살짝 띄워서 익히는 것이 좋다. 알리신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서 오래 가열하면 약효 성분이 모두 날아가 버리기 마련이다. 또 그렇게 조리해야 맛과 향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한편 대파를 고를 때도 역시 흰 부분이 많은 것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또 무른 것보다는 단단한 것이 좋으며 약간의 광택이 도는 것이 신선하다고 보면 된다. 보관 기간은 한 달 정도가 적당하다.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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