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화방지 전문가 권용욱 박사의 안티에이징
장어, 새우, 콩으로 여름을 나자
權鏞頊
⊙ 51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다양한 장어 요리.
여름이다 보니 퇴근 후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스트레스를 잊게 만드는 음식의 하나다. 섹스의 방해 요인인 걱정, 근심,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도 한다. 과음을 하면 물론 좋지 않지만 말이다.
건강한 간장은 테스토스테론을 붙잡아 둬서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방해하는 성(性)호르몬 결합단백질과 에스트로겐을 분해한다. 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과 성호르몬 결합단백질의 분해가 되지 않아 혈액 내에서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테스토스테론이 더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많아진다. 성욕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고 남성에게 강력한 성욕억제 작용을 하는 여성호르몬이 증가해 성욕과 성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 밖에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성 신경염’이라는 말초신경염이 생기면서 예민한 음부신경이 손상되어 발기력이 감퇴한다. 따라서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
나쁜 요인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필요하다. 테스토스테론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음식은 없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려면 섹스미네랄이라 불리는 ‘아연’과 ‘셀레늄’을 많이 섭취하면 좋다.
아연은 테스토스테론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테이즈를 억제함으로써 남성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한다. 또 아연은 전립선에 많이 있는데 정액의 일부를 구성하고 정자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고 사정할 때 정자를 내보내는 연동운동의 활동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아연이 많은 음식으로는 굴, 장어, 게, 새우, 호박씨, 콩, 깨 등이 있다.
셀레늄도 남성호르몬 생성과 관련이 있으며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노화방지 미네랄 중의 하나이다. 셀레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은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 굴, 마늘, 양파, 깨, 버섯, 콩 등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시원한 맥주가 당기는 때일수록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성호르몬을 합성하는 콜레스테롤의 순기능
성호르몬에는 프레그네놀론, DHEA,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이 있다. 이런 성호르몬들을 스테로이드 계열의 호르몬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진다.
콜레스테롤 하면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장병과 뇌졸중 등을 발생시키는 성인병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은 이와 같이 성호르몬들을 합성해내고 세포막 등 세포의 구성물질로서 생명유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등의 대량생산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콜레스테롤을 섭취하게 된 현대인들에게 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하자 콜레스테롤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뿐이다. 콜레스테롤은 알고 보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당연히 지방 섭취가 많을 경우 높아진다. 지나치게 많은 지방 섭취는 분명히 해롭지만 적당한 지방 섭취는 성호르몬 합성을 통한 활력증진과 노화방지에 꼭 필요한 요소다. 지방 중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과 마가린, 쇼트닝 등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은 혈관을 노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고등어, 꽁치, 연어 등 기름진 생선에 들어 있는 지방과 호두, 잣,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에 들어 있는 지방과 올리브, 들깨 등에 들어 있는 식물성 지방은 혈관과 뇌 노화방지에도 좋으므로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이 지방이므로 지방 섭취를 적게 하기만 하면 콜레스테롤이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 몸은 밥이나 당분에서도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므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또 체질적으로, 즉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 있다. 전체적으로 과식을 피하고 당분과 탄수화물, 나쁜 지방의 섭취를 적게 하며 단백질과 좋은 지방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성호르몬의 분비를 유지하면서 혈관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식사법이다.
신체의 노화 정도를 정확히 알려주는 DHEA 호르몬
성호르몬의 하나인 DHEA는 부신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몇 가지 효소에 의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고 테스토스테론은 아로마테이즈라는 효소에 의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DHEA를 ‘어머니 호르몬(mother horm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DHEA는우리 몸에서 가장 양이 많은 호르몬인데 20대에 최고 혈중 농도에 도달한 이후 1년에 약 2%씩 감소해 70~80대에는 젊은 시절의 10~20% 정도로 떨어진다. DHEA는 나이에 따라 일정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 신체노화 정도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DHEA는 건강상태를 반영하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노인에게서는 DHEA가 높게 나타났으나 활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에게서는 DHEA가 낮다는 보고가 있다. DHEA를 복용하면 에너지 향상, 기억력 강화, 면역체계의 개선, 리비도의 증가, 체중조절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DHEA를 높게 유지하려면 역시 좋은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DHEA를 얻을 수 있는 식품 중에서는 ‘마’가 좋다. 마에는 디오스게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체내에서 DHEA로 전환되어 여러가지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마와 비슷한 야생 얌에서 추출한 디오스게닌으로 DHEA를 합성하여 판매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즉 남성호르몬은 남성의 경우 대부분 고환에서 만들어진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발기력 등 성기능은 물론 근육량 증가와 복부 지방량 감소, 정신적 활력 향상, 기억력 및 집중력 향상, 우울감 개선 및 자신감 향상 등 남성이 남성다움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노화방지 호르몬이다. 그중에서도 테스토스테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남성 성기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성욕과 발기력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예로부터 정력제로 알려진 것들 중에는 테스토스테론을 높여 주는 것들이 많다. 지금은 거의 먹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최고의 정력제로 대접받던 해구신만 해도 물개의 성기와 고환을 말하는데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들어 있어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뱀탕, 보신탕, 장어 등도 정력제로 대접받아 왔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정력식품이라고 알려진 것들을 보면 대체로 고열량, 고지방, 고단백 식품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살찐 정력가란 없으며, 마른 장작이 오래 탄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시대다. 적당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뱃살을 빼는 것이 올바른 정력 증진법이다.
2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은 성장호르몬 분비시켜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만큼 여성 건강에는 여성호르몬이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려면 역시 콜레스테롤이 적당히 공급돼야 한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여성들이 생리불순에 걸리거나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영양 부족으로 콜레스테롤 공급이 부족해져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고 체지방이 너무 줄어서 지방세포에 있는 아로마테이즈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는 양이 적어져서 체내 여성호르몬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과다한 열량과 지방 섭취로 비만이 되면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지나치게 마른 몸매나 비만을 피하고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식품은 별로 없고 그럴 필요가 별로 없다. 여성에게 좋은 식품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이다. 여성호르몬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 여성호르몬이 유선을 자극해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콩이다. 콩은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한데 이소플라본은 폐경기 증상의 완화, 골다공증 예방, 유방암 억제 효과 등이 있어 여성들에게 좋은 것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와 전립선암 예방 효과도 있어 남성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콩은 식물 중에서는 단백질의 함량이 높아 고기를 싫어하는 여성들의 영양 균형을 위해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질의 함량도 높은데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으로서 혈액 중의 나쁜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이 있어 혈관을 건강하게 해 준다.
콩에는 비타민E(토코페롤)도 많이 들어 있는데 비타민E는 지방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으로서 지방질의 산화를 방지하여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관여하며, 피를 맑게 하여(blood thinning) 말초혈관의 혈액순환 촉진효과도 있다.
석류도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도 과일과 야채에 많이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해초와 아마씨 기름, 들깨에 많이 들어 있는 리그난도 약하지만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을 가지고 있다.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과 활력을 유지시켜 주는 호르몬으로 성호르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성장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은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호르몬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고 어른이 되면 전혀 분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성장이 끝나는 20대를 정점으로 매 10년에 약 14.4%씩 감소하기는 하지만 성인에게서도 활발하게 분비된다. 성장이 끝난 성인에게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이유는 성장호르몬이 성장은 물론 신체의 대사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중년 이후 노년에 이르기까지 심혈관질환 증가, 체지방 및 복부비만 증가와 근육량 감소, 골밀도와 피부 탄력성 감소, 만성피로 및 무기력증, 성기능 저하,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우울증 및 불면증 등 대부분의 노화 증상들은 성장호르몬의 감소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 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려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0분 이상 지속하는 것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음식으로도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다. 그중에서도 아르기닌(Arginin)이라는 아미노산이 중요한데 아르기닌은 ‘노화방지 호르몬’이라고 하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아르기닌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어 신체에 활력이 생기고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아르기닌이 많이 포함된 음식으로는 마, 깨, 굴, 전복, 살코기 등이 있다.
아르기닌은 발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산화질소(NO)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므로 발기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비아그라의 작용기전도 결국 일산화질소의 발생이 많아지게 해서 발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므로 아르기닌은 천연 발기부전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식습관과 좋은 식품 선택으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서 활력증진과 기능향상은 물론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 건강장수라는 노화방지의학의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 보자.⊙
[건강칼럼] 노화방지 전문가 권용욱 박사의 안티에이징 - 간헐적 단식법 해부
24시간 단식하면 성장호르몬이 2000% 증가
일 1식을 주장한 나구모 요시노리.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1일 1식’으로 칼로리를 제한(calorie restriction)하자고 주장해 지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하루 세 끼의 식사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었다. 그러던 차에 올 봄, 한 방송에서 간헐적 단식(internittent fasting)에 대한 소개와 체험자들의 성공 증언이 많이 나오면서 이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이 단기간에 유행처럼 번지게 된 배경에는 방송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이것이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소문나서다. 뱃살을 줄여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동참했겠지만, 날씬한 몸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갈망이 한몫을 한 듯싶다.
단식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단식이 실천하기 어렵고, 기간이 길어지면 건강에 해로우며 심지어 생명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점이다. 며칠간 단식해서 빠진 살은 다시 식사를 시작하면 바로 찌고, 오히려 단식 이전보다 더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불러온다. 단식으로 장을 비워 노폐물을 제거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의사들은 단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36시간을 넘기는 단식은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건강을 해친다.
이렇게 지키기 어렵고 다이어트에 도움도 안 되며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단식의 문제점을 극복한 것이 ‘간헐적 단식’이다. 단식 기간이 길어도 24시간을 넘기지 않으니 배고픔을 견딜 만하고 건강에 해로운 점도 없이 체중 감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화 세 끼, 수요일은 저녁 한 끼만 먹기
간헐적 단식은 일정한 기간 금식하는 단식과 달리 보통 식사를 하면서 말 그대로 간헐적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6:8과 5:2 방식이 가장 흔하다. 16:8 방식은 16시간 단식을 하고 8시간 동안은 편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보통 아침을 거르는 방식을 많이 택하므로 시간에 쫓기거나 아침에 입맛이 없어 아침식사를 생략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미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만약 7시에 저녁을 먹는다면 아침을 거르고 16시간 동안 단식을 한 후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 사이 8시간 동안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6시간 단식 중에는 열량이 될 만한 음식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이나 블랙커피, 녹차, 홍차 등은 마셔도 좋지만 설탕이나 프림이 들어간 커피나 심지어 과일도 먹지 말아야 한다.
5:2 방식은 일주일 중 5일은 마음껏 먹고 2일은 24시간 단식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월요일과 화요일은 평상시처럼 세 끼를 먹고 수요일은 아침과 점심을 굶고 24시간 후가 되는 수요일 저녁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다. 다시 목요일과 금요일은 세 끼 식사를 하고 토요일 아침과 점심을 거른 후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을 매주 되풀이하는 방식이다. 24시간 단식 중에 물과 차 등을 제외한 칼로리가 있는 음식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점은 16:8과 같다. 식품의 열량이나 조리법 등을 깐깐하게 따져야 하는 다른 다이어트법과 다른 점은 두 끼 식사는 식품의 종류나 열량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먹는다는 점이다.
간헐적 단식은 지금 우리가 체중감량법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노화방지법 또는 건강장수와 수명연장 가능성의 차원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간헐적 단식이 단순한 체중감량을 넘어 노화방지와 수명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건강장수법은 소식(少食) 또는 절식(節食), 즉 칼로리 제한이다. 소식을 하면 체중과 혈압이 내려가고 체지방과 혈중 지질이 줄며 혈당조절 기능이 좋아지고 체온이 내려가는 생리적 효과가 있다. 이런 변화들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소식이 수명을 늘린다는 근거로, 과거에는 활성산소 이론이 유력했다. 즉 많이 먹을수록 음식을 소화하고 에너지를 내는 데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유해 활성산소가 더 많이 발생해 세포와 DNA(데옥시리보핵산)에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적게 먹을수록 활성산소가 적게 생겨 질병예방과 노화방지 및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소식이 장수유전자 ‘시르투인-2’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소식은 노화방지 호르몬인 DHEA(스테로이드호르몬)와 멜라토닌의 연령 증가에 따른 분비 감소를 둔화시키는데, 이런 호르몬들은 모두 노화를 막아 주고 젊음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칼로리를 줄여서 소식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큼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식보다는 간헐적 단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간헐적 단식도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가 평소보다 20%가량 줄어드니 그 효과가 결국엔 소식의 효과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간헐적 단식이 단순한 소식의 효과를 뛰어넘는 특별한 효과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6시간 이상 굶으면 체내 지방을 연료로 사용
간헐적 단식의 장점은 신체가 섭취한 당질을 에너지 생성의 연료로 사용하기보다는 축적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우리 신체는 식사로 섭취한 당질과 저장된 당질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하고, 식후 6~8시간이 지나 근육과 간에 저장된 당질, 즉 글리코겐이 모두 고갈되면 비로소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그런데 식사를 하면 바로 당질이 보충된다. 따라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즉 축적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해 뱃살을 빼려면 최소한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6시간 이상을 먹지 않고 버티면 그때부터 신체는 지방을 연료로 사용해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6시간을 넘어 16~24시간 단식하는 것을 반복하면 신체는 지방을 연료로 활용하는 체질로 바뀌게 된다.
또 간헐적 단식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능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렙틴은 신체가 지방을 연료로 활용하는 능력을 개선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뱃살은 잘 빠지면서 배고픔은 더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16~24시간 단식을 쉽게 해낼 수 있게 된다.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속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를 치유해서 호르몬들의 작용을 정상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알다시피 제2형 당뇨병(성인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흔히 소아당뇨병이라고 한다)과 달리 인슐린 분비는 비교적 잘 유지된다. 다만 분비된 인슐린이 자신의 임무인 당분을 세포에 집어넣어 혈당을 낮추어 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른다. 인슐린 저항성은 바로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의 문제이고 단식이 그것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굶으면 뇌기능 좋아져
간헐적 단식은 뇌기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간헐적 단식은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뇌기능을 좋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신체를 ‘건축기(building phase)’에 들게 해서 영양분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소가 쌓이게 한다. ‘건축기’는 새로운 세포와 조직을 만들고 결핍을 대비해서 영양분을 저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시기인데 대부분 인슐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많이 먹어서 지나치게 많은 영양분을 비축하는 데 있다. 그러나 6시간 이상 단식하면 ‘정화기(cleansing phase)’가 시작된다. 정화기에는 노화되고 손상된 세포를 조직에서 떼어내게 되는데 이 과정이 뇌의 자기탐식(autophagy, 세포가 자기 자신을 섭취하는 작용)을 일으켜서 손상된 세포와 노폐물들을 없애고 세포를 재생시키게 된다.
뇌의 이런 재생 기전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의해 작동된다. 성장호르몬은 잘 알려져 있듯이 지방을 분해시키고 단백질을 합성시키는 호르몬이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뇌신경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된다. 성장호르몬에 의해 합성된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콜라겐을 재생시켜 근육, 인대, 힘줄, 뼈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성장호르몬은 피부의 탄력을 좋아지게 하고 주름을 개선시키고 상처 치유를 촉진시키는 작용도 한다. 단식을 하면 이렇게 중요한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데, 24시간 단식을 할 경우 성장호르몬이 남성에게서는 2000%, 여성에게서는 130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뇌에서 신경세포의 자기탐식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뇌 전체에 걸쳐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면 신경세포 자기탐식이 억제돼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대사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을 통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뇌가 스스로를 정화시키고 새로운 뇌세포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준다. 간헐적 단식은 뇌의 신경망을 만드는 뇌세포의 영양물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분비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서 보듯이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은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은 조직재생, 지방분해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항염증, 면역능력 향상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인슐린은 에너지 저장, 세포분열 촉진, 염증 유발 작용을 한다. 당분이나 탄수화물 섭취와 같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상황이 되면 성장호르몬 분비는 억제된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시키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최대로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16~24시간 단식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사를 할 때 좋은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단식을 통한 칼로리 제한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영양공급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간헐적 단식법
먼저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설탕은 절대 먹지 않아야 하고, 당분이 많은 과일은 자제해서 적당히 먹어야 한다. 설탕, 흰 밀가루, 흰 쌀밥, 단 과일 등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그 자체로 좋지 않다. 또 인슐린이 급격히 오른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금방 배가 고파지고 음식에 대한 갈망이 심해져서 단식에 실패하기 쉽게 된다.
두 번째,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그냥 단식이든 간헐적 단식이든 문제는 영양결핍이다. 단식을 하더라도 식사를 할 때는 영양이 풍부한 식품들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단백질과 좋은 지방 그리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서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는 야채, 살코기, 생선 등 해산물, 계란, 견과류, 들기름이나 올리브기름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밥, 빵, 국수 등 탄수화물을 전체 열량의 40% 정도로 줄이면 적당하다.
세 번째, 단식기간 중에도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보충해 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간헐적 단식만 하는 것보다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근력운동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어 체중이 줄게 되면 근육량도 같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근력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지방량은 더욱 잘 줄게 된다.
당뇨병 환자는 절대 하면 안돼
간헐적 단식이 좋다고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창 자라고 있는 청소년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영양결핍이 돼 성장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신이나 수유 중인 여성도 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호르몬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날씬한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도 단식 중에 저혈당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밖에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꼭 하고 싶다면 주치의와 상의 후에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은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건강상식에 상충되는 측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심장병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으며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사람들의 수명이 1.1년 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식을 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식사 때 폭식을 하게 되면 오히려 살이 더 찔 수 있다는 경고도 여전히 유효하다.
소식, 즉 칼로리 제한이 체중조절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고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식은 몰라도 과식과 과체중, 비만, 복부비만이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노화를 촉진시키고 건강수명을 줄이는 것은 분명하다.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소식을 하든 간헐적 단식을 하든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자제해서 뱃살을 줄이고 노화방지와 건강장수를 이룩해 보자.⊙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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