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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진의 미각 여행]속초로 떠난 미식 바캉스

경호... 2015. 7. 4. 02:43

여름휴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다가 아닐까? 김호진이 동해로 이른 여름휴가를 떠났다. 얕고 맑은 바닷물과 고운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강원도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보다 숨은 맛집을 찾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김호진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동네를 누비며 여행하기를 누구보다 좋아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처럼 아무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더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는 법.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여름휴가지 0순위로 손꼽히는 강원도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고심 끝에 그가 고른 단골 식당 리스트를 주목해보자.

맛집 찾아 떠나는 여행의 매력친구들과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강원도 속초를 즐겨 찾는다. 도로 사정이 좋을 때는 서울에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데, 제법 멀리 떠나온 느낌이 들어 여행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속초에 도착해서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낙산 해수욕장을 거닐어도 좋고 설악산에 올라 아름다운 풍광에 젖어볼 수도 있으며 영랑호에서 고즈넉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선택 끝에는 늘 맛집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속초 부근에만 해도 여러 곳의 단골 음식점들이 있다. 이곳에서 음식을 시키고 주인과 오랜만에 만난 친척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시골의 따뜻한 정을 느끼기도 한다. 볼거리를 찾아 빈틈없이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잘 쉬고 잘 먹는 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맛집을 찾아가는 길에 보이는 산, 바다, 호수의 절경은 공으로 얻는 셈이니 말이다.

내가 속초를 사랑하는 이유속초는 강원도 중에서도 미식이 발달한 도시다. 연안에서 사시사철 다른 어종이 잡히는데, 싱싱한 재료로 새콤달콤한 육수에 말아내는 물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물회뿐 아니라 생선은 회로 먹거나 연탄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 동명항에 있는 포장마차촌에 가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생골뱅이무침이 있다. 뿐만 아니라 생대구전, 물곰탕, 게무침, 가자미, 세꼬시, 섭죽 등 이름만 꺼내도 침이 넘어가는 음식이 수두룩하다. 겨울에는 송지호에서 건져 올린 양미리와 도치로 구이와 탕을 해 먹는 것도 절대 잊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짜기의 감자로 만든 감자옹심이와 수수부꾸미도 유명하며 봄이면 참나물, 곰취, 단풍취, 명이나물, 석잠풀 등 한약재 버금가는 영양 성분의 산나물이 밥상에 오른다. 서울에선 상상도 못할 음식들이다.
한편 고향을 떠나 피난 온 함경도 지역 사람들이 휴전 후 하나둘 모여 살았다는 아바이마을을 중심으로 실향민들이 형성한 독특한 음식문화도 존재한다. 드라마 ‘가을동화’에 나와 유명해진 갯배를 타고 들어가면 아바이순대를 파는 가게들이 있다. 속초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 몸통에 다진 오징어와 채소를 채우고 달걀물을 입혀 부쳐낸 것. 서울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아바이순대집이 있지만 이곳에서 먹는 아바이순대야말로 그 풍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김호진이 추천하는 속초 맛집 4맛은 추억과 미각이 섞여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를 했던 곳, 유년기가 떠오르는 곳, 친구들과 나만 아는 아지트 같은 곳에서 맛본 음식들이 추억과 함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속초의 맛집 몇 군데를 고르자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근처에 오면 길을 돌아가더라도 반드시 들르는 음식점들을 떠올렸다. 말 그대로 단골 맛집이다. 그러다 보니 짬뽕, 냉면, 쇠고기 등심 등 어디서나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음식들이 손꼽혔다. 실제로 음식 맛도 훌륭하다. “회는 언제 먹어요?”라며 함께 속초 여행길에 올랐던 지인들의 불평도 수성반점의 짬뽕을 한 젓가락 먹으면 거짓말같이 사라진다. “회 말고도 맛있는 게 많네요!” 하고 불평은 곧 감탄사로 바뀐다.

고심 끝에 고른 강력 추천 맛집 4곳은 우연치 않게 모두 외진 곳에 있다. 속초에 인접한 고성, 양양에도 다녀왔다. 행정구역이 무색할 만큼 평범한 강원도 시골 마을에 위치한다. 유명한 관광지와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외딴 길을 한참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맛집을 찾아 떠나는 길에 뜻하지 않은 풍경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그 길에 당신만의 이야기가 쌓이고 추억이 깃들면 또다시 찾게 될 것이다.

명태회를 고명으로 곁들이는 함흥냉면과 물냉면 각 7천원, 부드러운 돼지고기 수육 2만3천원, 쇠고기 수육 2만8천원.
특별한 명태회냉면을 맛볼 수 있는곳, 함흥냉면옥우리가 먹는 ‘함흥냉면’의 원조는 1951년 이곳에서 탄생했다. 고향인 함흥에서 먹던 냉면을 그리워하며 감자전분으로 만들던 국수를 고구마전분으로 바꾸고 명태회를 올린 것이 그 시초다.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며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데, 냉면 마니아인 나는 속초에 올 때면 반드시 함흥냉면을 먹고 간다. 약간 되직할 만큼 고춧가루를 많이 넣은 양념을 쫄깃한 면에 고루 비벼 달짝지근한 명태회 한 점과 같이 입에 넣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영업시간오전 11시~오후 9시주소강원 속초시 청초호반로 299문의033-633-2256

바다 옆에 자리한 중국집답게 해산물이 풍부하게 담긴 얼큰한 해물짬뽕이 특히 일품. 해물짬뽕 6천5백원, 자장면 4천5백원, 탕수육(소) 1만5천원.
평범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중국집, 수성반점

작은 시골 동네에 가면 중국집을 꼭 들르는 편이다. 어렸을 적 먹었던 자장면 맛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성반점은 강원도 고성 사람들에게 무척 유명할 뿐 아니라 이 집 짬뽕 한 그릇을 맛보러 멀리 전라도에서도 찾아온다. 오징어와 홍합 등 해물과 돼지고기를 함께 볶아내는 게 맛의 비법인데, 국물은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자장면도 옛날식으로 돼지고기 기름을 넣고 볶아 맛이 제대로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짬뽕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는 기분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영업시간오전 11시~오후 7시(첫째 주·셋째 주 월요일 휴무)주소강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길 37문의033-632-7375

음료를 시키면 구운 감자와 떡이 서비스로 나온다. 송화밀수와 호박식혜 각 6천원, 오미자차 5천원.
화암사 옆 전통찻집, 란야원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화암사는 고즈넉한 사찰로 그 끝자락에 전통찻집 란야원이 있다. 아내와 데이트할 때부터 이곳을 즐겨 찾았으니 꽤 오랜 단골 찻집이다. 란야원 창가에 앉으면 바로 수바위가 보이는데, ‘빼어날 수’ 자를 쓴 이름답게 위용이 느껴진다. 산 중턱에 위치하다보니 날씨가 좋은 날엔 산자락 뒤로 속초 앞바다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란야원의 대표 메뉴는 송화가루를 꿀차에 탄 ‘송화밀수’로 더위를 잊게 하는 궁중 음료다. 여름에는 단호박을 넣어 만든 시원한 호박식혜도 별미.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6시 30분주소강원 고성군 토성면 잼버리로 163-100문의033-633-9998

등심을 구워 먹은 뒤 식사를 시키면 콩나물과 갖은 채소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불판에 끓여준다. 등심 1인분(200g) 2만2천원, 식사 2천원.
횡성 한우와 특별한 된장찌개, 산촌생등심내가 미식가로 인정한 지인이 알려준 쇠고기 생등심 전문점이다. 시골집을 개조한 공간이 정겨운데, 특히 비가 올 때 뒷방에 앉아 덩굴이 무성한 뒤뜰을 바라보면서 고기를 구우면 꽤 운치가 있다. 메뉴는 딱 하나 오직 생등심만 판매한다. 주인아주머니가 횡성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한우 등심을 가져와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사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고기를 다 먹은 뒤 고기 불판에 끓여 먹는 된장찌개다. 그러니 단골들 사이에선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고기를 시킨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쇠고기 기름과 된장이 콩나물에 그대로 배어 고소함과 감칠맛이 배가된다.

영업시간정오~오후 9시 30분주소강원 양양군 강현면 안골길 58문의033-673-6408

간단하고 맛있게 즐기는 바캉스 요리여행을 하면 삼시 세 끼 사 먹기보다 하루 한 끼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며 조리법은 간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와 함께 가족 여행을 가면 꼭 카레라이스나 자장밥을 해 먹는다. 집에서 미리 손질해온 양파, 당근, 고기 등을 넣고 카레나 자장가루를 물에 개어 끓이면 특별한 반찬 없이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일품요리가 완성된다. 음식 솜씨가 없거나 조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3분 자장이나 카레 등 즉석식품을 활용해도 좋다. 어른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자장소스를 만들 때 두반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사천자장밥을 만들어보자. 든든하게 배를 채워줘 여행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또 속초에 가면 속초관광수산시장이나 묵호항 등지를 거닐며 특산물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속초는 특히 오징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데, 싱싱한 생물 오징어를 저렴하게 구입해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어보자. 동해가 아니라면 낙지나 새우, 끓는 물에 데친 가리비나 홍합 살을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 숯불이 없다면 팬에 구워도 괜찮다. 초벌구이 후 고추장소스나 두반장과 굴소스로 맛을 낸 중식 소스를 덧발라 한 번 더 익히면 여름밤 맥주 한 잔과 잘 어울리는 특별한 해산물꼬치를 맛볼 수 있다.

사천자장밥

재료

밥 2공기, 돼지고기 120g, 양파·당근·애호박 1/2개씩, 자장가루 50g, 청양고추 2개, 물 2컵, 두반장 1큰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돼지고기와 양파, 당근, 애호박은 깍둑썬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의 재료를 양파-돼지고기-당근-애호박 순으로 넣어 볶는다. 3 ②의 팬에 분량의 물을 부은 뒤 파르르 끓어오르면 자장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4 ③의 팬에 두반장과 어슷썬 청양고추를 넣고 끓이다 살짝 되직해지면 불을 끈다. 5 접시에 밥을 담고 ④의 사천자장소스를 얹는다.

해산물꼬치

재료

오징어 몸통 1마리, 생새우 5마리, 대파 1대, 레몬 1/2개, 양념(청주·굴소스·두반장 1큰술씩, 토마토케첩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오징어는 안쪽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뒤 5cm 폭으로 썬다. 2 새우는 내장을 제거하고 대파는 5cm 길이로 썬다. 3 레몬은 길이로 4등분한 뒤 웨지 모양으로 썬다. 4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5 꼬치에 ①의 오징어, ②의 새우와 대파, ③의 레몬을 차례로 꽂는다. 6 숯불 그릴에 ⑤를 초벌구이한 뒤 ④의 양념장을 앞뒤로 고루 바르며 다시 한번 굽는다.

Tip해산물꼬치의 양념 재료로 사용한 이금기소스의 팬더 굴소스는 천연 굴 추출물을 주원료로 해 독특한 향과 달콤한 맛이 요리의 풍미를 맛깔스럽게 업그레이드시킨다. 볶음, 조림, 무침 등 진한 맛을 더할 때 사용하기 좋다. 팬더 굴소스 2천3백원, 이금기소스